솔로몬에 대해 묵상하다가 저는 느닷없이
무엇이 진정 사탄인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스바의 여왕이 하느님께 올리는 칭송처럼
솔로몬을 칭송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든 것입니다.
인간적으로는 듣기 싫은 말을 하는 사람이 원수일 것입니다.
그러나 영적으로는 듣기 좋은 말 하는 자가 원수/사탄이고,
듣기 싫은 말을 하는 사람이 오히려 은인/천사입니다.
그 이유를 우리는 잘 압니다.
듣기 싫은 말은 우리를 겸손하게 하고,
잘못이 뭔지 반성하고 정신 차리게 하지만
듣기 좋은 말은 우리를 교만하게 하고,
자기만족에 빠지게 하고 특히 자기도취 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자기도취(陶醉)
앞서 봤듯이 솔로몬도 처음에는 아주 겸손했고,
그래서 하느님께 지혜와 분별력을 얻었고
칭찬이나 칭송을 사람들에게 받을 때 하느님께 영광과 찬미를 돌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거듭되고 특히 해외로까지 명성이 뻗어 나가
스바의 여왕처럼 온 세상 모든 사람으로부터 칭송을 받게 되면서
하느님께 가야 할 칭송을 자기가 가로채고 자기도취 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프란치스코는 이렇게 자기 도취하게 하는 것을 육의 영이라고 합니다.
“어떤 때 하느님께서 여러분 안에서 그리고 여러분을 통해 행하시거나 말씀하시고
이루시는 좋은 말과 일에 대해서, 더 나아가 어떤 선에 대해서도 자랑하지 말고,
스스로 기뻐하지 말며, 마음속으로 자기 자신을 높이지 않도록 하십시오.”라고
말한 다음 그런데 육의 영은 이와 반대로 행동하게 한다고 이렇게 경고합니다.
“육의 영은 영의 내적인 신앙심과 성덕을 추구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겉으로 드러나는 신앙심과 성덕을 원하고 열망합니다.
주님께서 바로 이런 사람들을 두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그리고 이어서 주님의 영이 하는 일에 관해 얘기합니다.
“이와 반대로 주님의 영은 육이 혹독한 단련과 모욕을 당하기를 원하며,
천한 것으로 여겨지고, 멸시받고 수치 당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겸손과 인내, 순수하고 단순하며 참된 영의 평화를 얻도록 힘씁니다.
사실 무엇이 영적인지 육적인지 가르는 것은 간단하고 단순합니다.
칭송이든 영광이든 사랑이든 세속을 향하게 하는 것
다시 말해서 세속의 칭송과 영광과 사랑을 받으려고 하게 하는 것이 육적입니다.
반대로 주님의 영은 하느님을 향하게 하고,
칭송과 영광과 사랑은 하느님께 돌리고,
또 그렇게 되도록 세속으로부터는 모욕과 수치를 당하기를 원하게 합니다.
프란치스코의 권고대로 이것을 원하는 단계까지 우리가 가진 못하더라도
모욕과 수치를 어쩔 수 없이 당하게 될 때 그것을 사람이 준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것으로 받아들이기만 해도 좋을 것입니다.
모욕과 수치 당하길 원하는 그런 제가 아닌 것이 안타깝고 부끄러운 오늘
칭송과 영광과 사랑만이라도 내게 돌리지 않고
하느님께 돌리는 제가 되길 기도하는 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