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이 되어 전하는 편지
아침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성당 앞 대나무 그늘 아래
환하게 웃고 있는 들국화 세송이,
바람결에 날리는 수도복 치맛자락,
가을 하늘 한 가득
흰구름 떠 있고
간간히 모습을 드러낸 파란 얼굴,
가을 햇살 머무는 논두렁 곁에서
기름바른 억새들이 손짓하며 날 부릅니다.
들판은 벌써 잔칫날,
주님을 생각하면 내 마음 흐믓하고
나의 하느님 생각만 하면
내 마음 설레입니다.
생명을 돌보시는 아버지께서
나의 비천함을 돌보시기 때문입니다.
깊은 만족 불러오는 오감의 창가에 앉아
그리움을 담아 편지를 씁니다.
수취인도 없는 누군가에게,
살랑거리는 바람이 되어
편지 한 장 손에 들고 달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