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아드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때가 되기도 전에 저희를 괴롭히시려고 여기에 오셨습니까?"
오늘 복음의 주님께서 가다라 지방에 이르셨을 때
무덤에 있던 마귀 들린 사람 둘이 주님께 마주나옵니다.
왜 마주나왔을까요?
마중 나온 것일까요?
주님을 환영하고 영접하기 위해서?
그런데 마주나와서 해대는 말을 보면 마중 나온 것이 아닌 곧
환영하기 위함도 아니고 영접하기 위함도 아닌 항의 조입니다.
때도 되지 않았는데 왜 오셨냐고 따지고 있지 않습니까?
약속 또는 예정보다 일찍 데리러 온 저승사자 대하듯 하잖습니까?
그리고 구원하러 오신 분이 아니라 괴롭히러 오신 분으로 여깁니다.
그렇습니다.
마귀들은 이승을 떠나기 싫은 자기들을
억지로 저승으로 끌고 가는 저승사자로 주님을 여기고 있습니다.
사실 마귀란 저승을 싫어하고 이승을 너무도 좋아하고 집착하는
존재라는 면에서 어쩌면 우리와 전혀 다른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도 어쩌면 하느님 나라를 저승 정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이 계신 곳이 아니라 이승이 아닌 저승으로,
곧 이 세상이 아닌 저세상쯤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저라도 하느님 나라가 저승이라면 가기 싫습니다.
하느님이 아니라 저승사자와 같이 산다면 더더욱.
그런데 찬찬히 뜯어보면 저승이든 하느님 나라든
우리가 가기 싫은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저승에 가기 싫은 것이 아니라 이승을 떠나기 싫은 것이고,
이승을 떠나기 싫은 것은 저승은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곳인 데 비해
이승은 내가 너무 잘 알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여행 가는 것이라면 몰라도 낯선 곳에 가는 것을 우리는 무척 싫어하잖아요?
사실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잠시 바람 쐬는 것이기 때문이고,
영원히 머물 내 집, 편안한 내 집, 곧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승이나 천국 Tour(여행)를 한다면 즉시 가겠다는 지원자가 많을 것이고,
그곳을 안내하는 사람을 가이드라고 하지 저승사자라고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이승을 너무도 애착하는 것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가기 싫은 제일 큰 이유는 역시
하느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우리가 아직 맛보고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우리가 이미 맛보고 깨달았다면
하느님께로 데려가시려는 주님을 저승사자로 여기지 않을 것이고,
데려가시려고 오신 것을 괴롭히기 위해 오셨다고 생각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아직 맛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한 사람,
그래서 하느님께로 가기 싫어하고 데려가시려는 주님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직 이승 마귀이고 그런 사람에게 주님은 저승사자이십니다.
그래서 나와 주님 관계가 아직은
이승 마귀와 저승사자의 관계가 아닌지 돌아보는 오늘 우리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