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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겔1.jpg


제  목 : 삼왕의 경배 (Adoration of the Magi : 1617-1633)

작  가 : 피터 브뢰헬 (Peter Brueghel the Younger) 

크  기 : 목판 유채 (36X56cm)

소재지 : 이태리 베네치아 코레르 미술관 (Museo Correr)



작가는 브뢰헬 집안이라는 3대가 여러 유명한 화가를 배출한 집안 출신으로 아버지의 화풍을 이어받으면서도 본인의 철학과 신념을 담아 이태리적인 르네상스와 전혀 다른 화풍의 작품을 남긴 작가이다.


작가는 특히 자기가 살고 있는 프랑다스의 자연 묘사에 대단한 애정과 관심으로 성 미술의 배경으로 설정해서 과거 생경스럽게 일반화풍을 성미술로 변화시켜 사실주의와 자연주의에 강한 전통을 가진 것이 네덜란드 미술이다.


인물 중심의 강조보다 자연 묘사와 서민들의 일상 삶을 강조함으로서 신앙의 인간적 가치에 대한 더 심원하고 폭넓은 지평을 열었고 명실공히 인간성의 재발견이라는 르네상스 목표를 이루게 되었다.


동방박사의 경배라는 주제는 성탄 사화에서 중요한 것이며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그려졌다.


이 작품은 유럽 성화에서 눈 오는 풍경을 배경으로 그려진 첫 번째 성화이며 평범한 인간들의 삶과 그들이 몸담은 자연을 배경으로 했던 성화였다.


작가는 일생을 통해 세 가지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는데, 소작인으로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과 그들이 몸담고 있는 자연과 마을 풍경 그리고 그들을 지탱하고 있는 신앙이었다.


브뤼겔2 1.jpg


설경에 어울리지 않는 고급 카펫을 등에 깐 행렬은 이 동네에 예사스럽지 않는 일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성서에 동방박사는 사막의 교통수단인 낙타를 이용했는데 여기서는  고급 말이 동원되었으나 머리 부분에 종려나무를 등장시킴으로서 이 고향 사람이 아닌 동방에서 온 행렬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예사롭지 않는 손님이 도착한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가 창출되고 있다.


동네 사람들이 이 신기로운 행렬에 대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자기 일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눈 덮힌 다리 밑에 있는 우물에는 물을 길으러 온 동네 사람들이 물통을 들고 분주히 집을 향하고 있다. 나무 근처의 두 사람은 무거운 생필품을 어깨에 지고 분주히 걷고 있는 사이를 개가 따르고 있다. 다리 위에는 빨간 바지를 입은 두 소년이 눈 위에서 썰매놀이를 하고 있다.

어디를 둘러 봐도 외지에서 온 동방박사에 대한 관심을 품고 있는 것이 전혀 보이지 않는 어느 시골 동네의 일상모습이다.


브뤼겔3.jpg


몇 명의 주민들만 외지에서 온 별난 사람들이 말구유 앞에 무릎을 꿇고 경배하는 것을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주민들의 눈에는 성모자와 함께 있는 아기 예수의 모습이 너무 평범해서 여기에 경배하는 동방박사가 너무 의아하게 여겨져 바라보고 있다. 이 모습이 얼마나 평범했으면 어떤 주민은 그 앞에서 쓰러져 있는 나무 가지를 손질하고 있을 만큼 너무 일상적인 사건이었다.


여기에서 작가의 예언적 혜안이 드러난다. 작가는 여기에서 구세주를 알아보는 신자들의 신앙을 표현하기보다 그리스도의 참 모습, 너무도 인간적이기에 그분의 신성을 알아보기도 힘든 만큼 하느님의 아들은 우리와 꼭 같은 인간으로 오셨음을 강조하고 있다.


전통적인 성화에서 성가족 주위를 지키는 천사의 무리들이나 그 주위를 감도는 후광, 혹은 십자가의 죽음을 예고하는 어떤 상징물도 없이 너무도 평범한 모습으로 오신 구세주를 전하고 있다.


그러기에 동방박사의 출현이 마을 사람들에게 어떤 동요도 일으키지 않고 있으며, 마을 사람들은 모두 평소처럼 자기 생업에 몰두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땔감용 나무를 손질하고 있고, 또 어떤 이는 우물에서 물을 길어나르고 어떤 이들은 사냥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작가는 철저한 사실묘사를 중요시 했으며 이것은 자연을 다루는 데에도 드러나고 있다.


대지는 꽁꽁 얼어있고 대지와 지붕은 눈에 덮여 있으며 물은 꽁꽁 얼어 있고 앙상한 나무 가지에 있는 새들 역시 겨울의 혹독함을 전하고 있다.  


많은 전통적인 성화에서 말구유나 성가족은 항상 작품의 중심에 있으나 작가는 여기서 의도적으로 말구유를 한쪽 구석에 비치함으로서 우리가 잊기 쉬운 일상성 안에서의 하느님 발견에 대한 의미성을 표현하고 있다.


눈이 뒤덮인 마을 배경은 종교적인 의도와는 무관한 일상의 풍경화의 배경과 같으나 이런 자연 안에서 발견하고 발견해야 할 하느님 아들의 신앙이 건강한 신앙임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 당시는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유럽 사회가 큰 혼란의 와중에 있었으며 가톨릭과 개신교가 극명히 대립하고 있던 화란에서도 여러 곳에서 종교 전쟁과 분쟁이 일어났으며 의식 있는 사람들은 종교의 참모습에 대해  실망하고 회의를 느끼던 시기였다.


작가는 부모의 영향으로 경건한 가톨릭 신자의 삶을 살던 사람이었으며 종교개혁의 와중에서도 신앙을 굳게 가지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작가는 예언자적인 안목으로 자기가 몸담고 있는 가톨릭교회의 개혁되어야 할 맹점을 안타까워했는데, 교회의 수직적 구조가 가져온 성직자들의 비 복음적인 권위의식과 횡포였다.


작가는 개신교의 창시자 마르틴 루터가 외치던 “만민구원론”에 전폭적인 공감을 했다.


마르틴 루터는 [크리스천 귀족들에게]란 서한에서 "모든 그리스도인은 참으로 사제들이다. 직분에 관한 것을 제외하고는 하등의 차별이나 구별이 없다. 세례를 받은 모든 사람은 사제요 감독이요 교황으로 성별되어 있다."는 파격적인 글을 남겼으며 이것은 성서의 다음 구절에서 타당성을 찾고 있다. 


“여러분은 선택된 겨레고 임금의 사제단이며 거룩한 민족이고 그분의 소유가 된 백성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여러분을 어둠에서 불러내어 당신의 놀라운 빛 속으로 이끌어 주신 분의 위업을 선포하게 되었습니다.”(1베드 2:9)


그는 반종교 개혁 운동에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던 유명한 추기경의 후원자로서 자기 나름대로 변혁되어야 할 가톨릭 신앙의 면모를 표현하기 위해 당시 교회에 만연하던 성직주의의 허구성과 함께 오늘 신학에서 강조하고 있는 하느님 백성의 일체성을 이 작품 안에 담았다.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것에서 어떤 우선적인 것, 더 중요한 것을 강조함이 없이 평면적으로 전개하고 더욱이 이 사건의 주인공과 같은 성가족과 동방박사 역시 평면적으로 전개한 것은 복음적 형제성의 획기적인 표현이었다.


이 작품이 제작된 지 몇 백년이 지난 현재에도 교회 안에서 성직자들의 잘못된 위상은 교회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고, 생각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교회를 떠나게 만드는 중요한 실망 요인으로 건재하고 있다.


2차 바티칸 공의회 후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라는 교회의 신학은 아무의 반대도 받을 수 없는 처지로 이론적으로는 정착되었으나 그 실현에 있어서는 아직 바람직하지 못한 처지에 있다.


직분 사제직과 일반 사제직은 사제직 표현의 한 양상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하관계처럼 실천되고 있는 것은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특히 유교적 계급의식이 강한 우리 문화에서 성직자들의 문제는 비단 우리 교회만 아니라 모든 종교에 해결해야 할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목사 신부 승려 할 것 없이 소위 일부 교회 지도자들이라는 사람들이 보이고 있는 현실은 종교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 문제의 공통적은 성직자들의 근거 없는 우월감이고 여기에 생각 없이 동조하는 신자들의 비 복음적이며 무지한 수준의 맹목적 신앙의식이다.


종교가 주고 있는 부패와 실망의 요인 중에 모든 종교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유하고 있는 것이 성직자들의 잘못된 위상의 표현인 현실이다.


 우리 교회만이라도 말구유에 탄생하신 예수님과 경배 온 동방박사를 맞이하고 있는 주민들처럼 교회는 결코 성직자들이 주인 행세하는 교회가 아니라 모든 신자들의 교회이며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선 성직자들의 근거 없는 우월감이나 지배의식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성공회 주교로서 성서학자인 존 쉘비 스퐁은 45년 동안의 목회활동을 통해 교회 안에 일어나고 있는 여러 현상을 보면서 "머리가 거절하는 것은 결코 가슴이 예배하지 못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성서학자인 그는 많은 크리스챤 종교에 깊이 침투해 있는 성서를 입맛대로 해석하는 문자주의에 입각한 근본주의가 초래하는 성직자 주도의 몰상식과 폭력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가게 만들고 있다는 판단에서 교회가 고쳐야 할 점을 명백히 제시했다. 


이글을 준비하는 사이에 우리나라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를 만들었다는 가족이 연루된 목회자 부패상과 이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비호하고 있는 맹목적 수준의 광신도 집단의 현실이 공개되고 있다.


이 작가는 동방박사의 경배라는 성서 내용을 낭만적인 유아적 표현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참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이 하느님 나라의 건설이 목표라면 협력자로서 우리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를 알리는 한 폭의 설득력 있는 도전장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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