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성 야고보 축일을 맞이하여 우리가 읽는 독서는 불굴을 드러냅니다.
그는 “환난을 겪어도 억눌리지 않고,
난관에 부딪혀도 절망하지 않으며,
박해를 받아도 버림받지 않고,
맞아 쓰러져도 멸망하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불굴(不屈)이란 굴복(屈服)함이 없는 거지요.
어떤 어려움에도 절대 굴하지 않는 것입니다.
오늘 축일을 지내는 야고보 사도가 그런 분이라는 뜻이겠지요.
사실 야고보는 제일 먼저 순교를 당한 분이십니다.
그렇긴 하지만 야고보 사도가 지닌 것은 불굴의 의지가 아닐 것입니다.
불굴의 의지가 아니라 불굴의 힘이고,
불굴의 힘이 아니라 불굴의 은총일 것입니다.
이것은 바오로 사도의 다른 말씀과도 맥이 통하는 말씀입니다.
무엇이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놓을 수 있냐는 말씀 말입니다.
야고보 사도가 박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순교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불굴의 의지와 힘과 사랑의 소유자였기 때문이 아닙니다.
물론 그가 그런 소유자였을 수도 있지만
애초의 그는 곧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그 첫 번째 환난 때는 주님을 배반하고 도망쳤던 존재입니다.
그런 그를 첫 번째 순교자가 되게 한 것이 성령이셨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사실 그는 오늘 복음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랑의 사람이 아니라
주님 왕국에서 주님의 오른쪽 자리를 차지하려고 한 세속적 욕망의 존재였습니다.
그랬기에 허무의 강을 먼저 건너야만 했습니다.
제자들 가운데 그 누구보다 욕망의 존재였기에
누구보다 먼저 허무의 강을 건너야 했고
누구보다 어두운 허무의 밤을 건너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랬기에 그는 누구보다 강하고 진하게
욕망이 사랑으로 바뀌는 성령의 세례를 받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랬기에 세속에서 축배를 들고자 했던 그가
주님과 똑같은 영적인 고배를 누구보다 먼저 마시게 되었고
영적인 고배를 같이 마셨기에 영적인 축배도 마침내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첫 번째 순교가 다른 사도들의 순교에 불을 질렀을 것을
우리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교훈과 본보기가 되겠습니까?
우리에게 아직 세속적인 축배의 욕망이 있다면
허무의 요르단강을 건너는 고배를 마셔야 함을 본보기 삼아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