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등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거나 침상 밑에 놓지 않는다.
등경 위에 놓아 들어오는 이들이 빛을 보게 한다.”
나의 선행이 자랑이 아니라 빛이 되도록!
저는 오늘 강론 제목을 이렇게 잡았는데
등불을 켜서 감추지 말고 등경 위에 놓아 비추게 하라는 오늘 주님 말씀은
선행을 굳이 감추지 말고 사람들이 보게 하라는 말씀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요즘 저는 조용하고 선선할 때 운동하느라 새벽 4시쯤 걷기 운동을 하는데
요즘은 서울 어디를 가나 가로등이 잘 돼 있어서 아무 불편이 없습니다.
우리의 등불도 이렇게 가로등처럼 비추면 되는데
우리는 종종 등불을 켜고서는 감추려고 하거나
심지어 등불을 아예 켜지 않으려고까지 합니다.
짐작이 가는 것은 선행이 다른 사람을 비추는 등불이 아니라
선행을 가지고 자기를 자랑하고픈 마음이 있기 때문이거나
반대로 자기 선행이 너무 보잘것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선행이 자랑이 아니라 빛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사랑이 순전하도록 곧 교만이나 욕심으로 오염되지 않도록
가난과 겸손의 덕을 갈고 닦는 한편 주님께 빛의 은총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사랑의 빛이 내게 없다는 가난 성찰을 게을리하지 않는 한편,
빛을 받아서 빛을 비추려는 겸손한 자세로 빛의 은총을 청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은 반드시 가난과 겸손이 밑바탕 되어야 하고
그래야지만 우리는 사랑에서 비롯된 선행을 할 수 있고 빛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프란치스코는 주님을 가난과 겸손과 사랑의 주님이라고 하고,
그래서 가난과 겸손과 사랑을 프란치스칸 삼덕(三德)이라고 저는 얘기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삼덕의 선행 곧 가난과 겸손과 사랑의 선행을 할 때
우리의 선행은 빛이 되어 사람들을 비출 뿐 아니라
우리의 빛이 어디서 오는지 그 원천이신 하느님도 드러내게 됩니다.
그러므로 빛에서 빛을 받아 비추는 우리가 되기로 결심하는 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