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3387 추천 수 1 댓글 0
매일미사 말씀 보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나는 허무주의자다.

그런데 그것이 내가 허무에 빠졌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허무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저는 오늘 이런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인데요,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다 싫어하는 허무를 저는 왜 좋아할까요?

물론 그 허무가 제가 좋아할만한 허무이기 때문인데요,

제가 좋아할만한 허무란 창조적 허무입니다.

창조적 파괴와 맥을 같이 합니다.

 

새 집을 짓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살던 집을 파괴해야만 하는데,

공연히 집을 부수는 게 아니라 그 집이 이제는 더 이상 집으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보기 흉하기 때문에 부수는 겁니다.

 

그러므로 허무는 천지창조 이전의 상태이고,

허무의 원조는 천지창조 이전의 허무입니다.

 

그러므로 심지어 이렇게 애기할 수도 있습니다.

허무는 천지창조 이전의 상태일 뿐 아니라 곧 하느님이다.

하느님은 천지창조 이전의 허무이셨고 거기서 모든 것이 생겨났으며

생겨난 모든 것은 이 하느님이신 허무로 되돌아가게 되어있다.

 

이것을 조금 더 풀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허무란 말은 빌 허虛와 없을 무無로 이루어졌습니다.

 

우선 하느님은 무無이십니다.

그러나 무이시지만 안 계시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없애시며 모든 것을 있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무로부터(ex nihilo) 모든 것이 생겨났다는 말이 이 뜻입니다.

 

다음으로 하느님은 허虛이십니다.

허이신 하느님은 끊임없이 자신을 비우시고,

그래서 텅 빈 분으로 늘 계시지만

비우심으로써 모든 것을 채우시시고,

텅 비어 계심으로 사실은 가득 차신 분, 곧 허허실실虛虛實實이십니다.

 

하느님은 이러하신데 우리 인간은 허무로 되돌리는 것을 싫어합니다.

허물기는커녕 더 쌓으려고 하고,

비우기는커녕 더 채우려고만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재산문제로 다투는 사람에게

탐욕에 빠지지 말라는 뜻으로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그런데 탐욕貪慾이란 게 무엇입니까?

욕구하는 것을 탐하는 것인데,

비우려하지 않기에 욕구가 생기고,

욕구를 채우려 하기에 탐욕이 생기는 것입니다.

 

어제부터 저와 수련자들은 여름 체험 프로그램에 돌입하였습니다.

그래서 대전 수련소를 떠나 지금 전남 장성 노인 요양원에 와 있습니다.

오는 길에 저희는 전에 제가 녹음해두었던 노래 하나를 듣게 되었는데,

그 노래의 내용이 <Everything is dust in the wind>입니다.

 

오래 간만에 이 노래를 들으며

진정 모든 것이 바람결의 먼지와 같음을 다시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어머니께서 얼마 전에 돌아가셔서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지만

진정 모든 것은 허무로 돌아가게 되어 있고,

우리의 삶, 특히 영적인 삶이란 바로 허무화의 삶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허무화가 바로 창조적 허무화입니다.

창조적 허무화는 상태를 천지창조 이전으로 돌리는 것이며,

하느님께서 새롭게 창조를 하시도록 모든 것을 허무로 만드는 것인데,

어차피 허무로 돌아갈 우리는 스스로 자신과 모든 것을 허무로 만드느냐,

아니면 스스로 허무로 만들지 않기에 하느님께서 허무로 만드시느냐,

우리는 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뿐입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16Aug

    너희의 마음이 완고하기 때문에

    연중 제19주간 금요일(마테 19,3-12)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모세는 너희의 마음이 완고하기 때문에 너희가 아내를 버리는 것을 허락하였다"고 말씀하신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완고함을 "융통성이 없고 고집이 세다"로 풀이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Date2013.08.16 Category말씀나누기 By신대건안드레아 Reply0 Views3014
    Read More
  2. No Image 07Aug

    연중 18주 수요일-개의치 않기

      “어떤 가나안 부인이 나와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하고 소리를 질렀다. 예수님께서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셨다.”   가나안 부인은 자비를 베푸시라고 주님께 소리를 지릅니다. 이에 대해 주님께서는 한마디도 대답치 않으십...
    Date2013.08.07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5 Views5505
    Read More
  3. No Image 06Aug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편애가 아니라 사명이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기도하시러 산에 오르셨다.”   오래 전부터 의문이었던 것을 이번 축일에 묵상해봤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왜 세 제자만을 따로 데리고 산에 오르셨는지 말입니다. 겟세마니에서 피땀 흘리실 때와 회당...
    Date2013.08.06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4220
    Read More
  4. No Image 05Aug

    연중 18주 월요일-마음

    “예수께서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오늘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라온 많은 군중을 가엾이 보시어 병도 고쳐주시고 빵의 기적도 일으키시어 먹게 하십니다.   오늘 복음을 읽으면서 가엾은 마음에 대해 묵상해야겠다 생각...
    Date2013.08.05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3331
    Read More
  5. No Image 04Aug

    연중 제 18 주일-나는 허무주의자다

    “나는 허무주의자다. 그런데 그것이 내가 허무에 빠졌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허무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저는 오늘 이런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인데요,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다 싫어하는 허무를 저는 왜 좋아할까요? 물론 ...
    Date2013.08.04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3387
    Read More
  6. No Image 03Aug

    연중 17주 토요일-생명의 무게

    여름만 되면 저는 모기와 신경전을 벌입니다. 이 신경전의 역사는 오래 됐습니다.   저희 프란치스칸들은 저희 은사인 순례자와 나그네 삶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 무전 순례를 하곤 하는데 여름에 할 경우 애로 사항 중의 하나가 모기와의 싸움입니다. ...
    Date2013.08.03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2893
    Read More
  7. No Image 02Aug

    연중 17주 금요일-쪽박으로 바닷물을 다 퍼담을 수 없다

    “‘그런데 저 사람이 어디서 저 모든 것을 얻었지?’ 그러면서 그들은 그분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오늘 복음을 읽으면서 탁 드는 생각은 이런 거였습니다. 쪽박으로 바닷물을 다 퍼 담을 수 없고, 호수로는 하늘을 다 비춰 담을 수 없다.   주님의 ...
    Date2013.08.02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3104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957 958 959 960 961 962 963 964 965 966 ... 1312 Next ›
/ 131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