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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감자를 먹는 사람들 ( The Potato Eaters: 1885)
작 가 : 빈센트 반 고호(Vincent van Gogh :1853- 1890)
크 기 : 81.5 X 114.5cm 유채
소재지 : 화란 암스테르담. 반 고호 미술관


예술은 천재적인 감성이 광기로 표현된 결실일 때가 많다. 그러나 반 고호만큼 대단한 천재성과 광기가 쉬임 없이 폭발하면서 대단한 작품 활동을 했지만 주위의 인정을 받지 못한 불운한 삶을 산 작가도 드물다.

명망 있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안정된 인생을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시 유행하던 인도주의의 영향을 받아 신앙을 순수하고 극단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목사의 길을 선택했다.

그러나 항상 종교가 제도화되고 기득 세력이 될 때 생길 수 있는 어둠을 소화할 수 없는 그의 과격한 결벽성의 결과로 직업으로 목사의 길을 포기했으나, 인도주의의 최정상인 복음은 포기할 수 없어 벨기에 인근의 탄광촌에서 평신도 설교사의 삶을 시작한다.

어느 문화권에서도 비슷하듯 언제나 생명의 위협 속에 지하 생활을 해야 하는 광부의 삶은 인생 막바지에서 선택되는 길인데, 그는 이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외적으로 보기에 비참하기 짝이 없는 이들의 삶에서 성서적인 생기와 감동을 받게 된다.

당시 그는 노동자와 농민들을 주제로 한 많은 작품을 남기게 되었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가난의 비참함을 고발하거나 가난한 자들에게 대한 동정심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잊고 있는 성서가 역설적인 모습으로 제시하는 가난의 밝은 면, 즉 정직한 삶의 밝은 표현으로서의 가난의 긍정적인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의 행복선언을 시작한 것과 달리, 루카 복음사가는 가난한 사람의 행복으로 시작하고 있다. (루카 6, 20)

가난은 물질적인 궁핍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삶의 가장 중요한 것으로 선택한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현실임을 복음은 전하고 있다. 즉 가난은 인간의 인류에 대한 범죄의 결과로 비참과 연결되면서 또 다른 행복의 길로 하느님의 뜻에만 충실하며 만족하는 사람들이 선택해야 하는 길이며, 이것은 정신적 순박에 이르는 수덕의 길임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도 목회 지역에서 만나는 광부들의 가난에 찌든 삶의 모습에서 자기가 몸담았던 상류사회에서 볼 수 없었던 하느님만을 따르며 정직한 삶을 우직하게 살아가는 광부들의 삶에서의 숭엄한 기품과 행복을 발견하고 이것을 작품으로 세상에 전하고자 했다.



소박하다 못해 초라한 식탁에는 금방 삶은 듯 김이 무럭무럭 나는 감자 한 접시가 놓여 있으며 그 위에 희미하게 빛을 발하는 등불이 있다. 이 가정의 딸인 듯 등지고 앉은 모습의 소녀 앞에 따뜻한 감자의 김이 마치 유향처럼 위로 오르면서 썰렁한 분위기를 더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오른쪽에 가장 인듯한 투박한 모습의 남자가 포크를 감자에 대고 있다. 도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세련된 모습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이 남자의 투박한 모습은 마치 생존경쟁의 사회에서 낙오된 사람의 모습처럼 초라하고 이상하게 보이지만 감자를 집기 위해 이 남자가 쥐고 있는 포크는 마치 농부가 밭을 일구기 위해 사용하는 연장처럼 튼튼하고 힘있게 보이며 농부는 이 연장으로 밭을 일구듯 감자를 집고 있다.

여기에서 작가는 이 남자의 건강한 삶의 모습, 정직한 노동으로 살아가면서 먹는 식사조차 소모성 과정이 아닌 이것을 통해 축적된 에너지로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는 노동계급의 떳떳하고 당당한 삶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독자들이 이 가난한 식탁을 보면서 연민의 정을 일으키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난은 비참이요 인생의 실패로 여겨지는 세상 안에서 잊기 쉬운 행복과 기품을 강조하고자 한다.

왼쪽의 두 여인들은 따끈한 차를 마시며 즐기고 있는데. 더 없이 썰렁하기 쉬운 이 식탁이 어떤 부자의 풍요로운 식탁 못지않게 따스한 인간미의 온기를 느끼게 만들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마음이 가난한 사람의 행복을 힘차게 외치고 있으며, 이것은 복음에 대한 작가의 사색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들의 어려움을 같이 나누며 살았던 복음적 가난의 체험에서 영글어진 것이기에 한 폭의 힘찬 설교와 같았다.

작가는 이런 풍의 작품을 통해 행복한 가난의 메시지를 힘차게 외쳤으나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후 작가는 이런 풍의 작품을 더 이상 그리지 않고, 오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풍경화 정물화를 그렸지만 그의 생전에 아무도 그의 작품성을 인정하고 그림을 사주는 사람이 없기에 그는 일생을 빈곤과 절망의 늪에서 헤매야 했다.

계속되는 실패와 고독으로 조울증이 번지면서 권총 자살로서 비참하게 인생을 마무리 했으나, 그의 사후 그의 그림은 이 세상 여러 작가들의 작품 중에서 가장 사랑 받고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 작품이 되었다.


년 전 그의 작품 한 점이 일본 사업가에게 우리 돈으로 580억원에 팔렸고 이것은 지금까지 미술품 경매가격 중에 최고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오늘도 그의 작품이 전시되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넋을 잃고 감상하는 것을 보노라면 예수님의 수난의 순간에 이방인인 백부장을 통해 주님의 참모습이 드러나는 다음 구절이 생각난다.

그리고 예수님을 마주 보고 서 있던 백인대장이 그분께서 숨을 거두시는 것을 보고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 하고 말하였다.(마르코 15, 39)

그의 인생은 더 없는 모순의 실타래에 얽힌 척박한 삶이었다. 고집불통의 성격, 조그만 불의도 참지 못하면서 자식을 둔 창녀에게 청혼해서 온 가족을 분노와 실망에 빠트리기도 하였다. 그가 외친 순수한 복음에 아무도 귀 기울이는 사람이 없었고 새로 시작한 작가의 삶에서도 그는 철저히 버려진 삶을 살았으나 그의 작품은 오늘 어느 작가 보다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과 인생을 바라보노라면 크리스챤 신앙의 핵심인 죽음과 부활의 신비가 어떤 이론이 아닌 삶의 확실한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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