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주님께서는 당신이 우리에게 오시고자 하니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우리는 그저 넋 놓고 있지 말고
기다리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라고 말씀하시는데
기다리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란 주님의 길을 마련하고
주님의 길을 곧게 내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주님의 길을 우리가 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선, 주님의 길은 주님이 내셔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혹 주님의 길은 주님께서 내시라고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세례자 요한 같은 분이 내는 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요.
그리고 이것은 결코 뻗대는 소리,
오시고 싶으면 오시고 싶은 분이 내시라는 그런 뻗대는 소리가 아니고
내가 해야 할 것을 세례자 요한에게 미루는 그런 소리도 아닙니다.
이것은 정말로 겸손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로서
주님의 길을 우리가 어떻게 감히 마련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이것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고 잘못된 자세도 아닙니다.
사실 길이란 가는 사람이 내는 것이기에
한 때 저는 내가 가는 길은 내가 낸다고 생각하였고
내가 가면 그것이 길이 되는 것이라고도 생각했지요.
같은 논리로 주님께서 오시면 그것이 주님의 길이 되는 것이며
그러기에 굳이 우리가 주님의 길을 낼 필요도 없고
주님의 길은 우리가 놓을 자격도 능력도 없습니다.
이것은 갓 등산을 시작한 사람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거나
암벽등반이나 히말라야 등반에 도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보고 주님의 길을 내라는 것은 어떤 뜻입니까?
그것은 우선 내게로 오는 주님의 길을 막지 말라는 뜻이고,
막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들을 치우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막고 있는 것, 그래서 치워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주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안으로부터 나오는 것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이 있고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서 말씀하신 것이 있지요.
씨 뿌리는 비유에서는 세상 걱정, 재물 욕심, 쾌락이 얘기되고,
사람의 마음 안에는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있음이 얘기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 안에서 치워져야 주님께서는
길이 열려 우리 안으로 들어오십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나에게로 오시는 주님의 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주님의 구원을 보도록
우리 공동체 안으로 들어오시는 주님의 길도 닦으라고 하십니다.
진정 우리 공동체를 위한 주님의 길은 다른 사람에게 미루지 말고
우리 서로 내가 내야 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세례자 요한 같은 사람이나 내는 것이라고
세례자 요한에게 미루지 않고 내가 세례자 요한이 되는 것입니다.
먼저 자신이 회개한 자로서 열심히 회개생활을 할 뿐 아니라
공동체의 회개를 위해 회개를 선포하고 복음을 믿는 것이지요.
우리는 미움 받기 싫어서 싫어하는 소리는 하지 않으려 하고,
다른 사람의 구원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오늘 주님께서는 공동체를 위해,
모든 이의 구원을 위해 또 다른 세례자 요한이 되라고 촉구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