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데서 오는 새벽 - 송년의 시간에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다.
밤의 끄트머리에서
순결한 새해가 팔을 벌리고 있다.
어둠이 내려앉은 세상
격렬한 아픔과 건강한 저항
땀과 눈물과 유혈의 시간들이
희망 없이 문을 닫으려한다.
빛을 잃어버린 겨울
혹한이 뒤덮은 대지에
옷을 벗은 나목
겨울을 견디는 생명들이
인동의 노래를 부른다.
가슴속을 파고드는 춥고 외로운 사랑
더운 가슴이 없이 살지 못할 계절에
서러웠던 한 철의 얼룩을 씻어내고
새로이 태어날 시간 앞에서
모아진 두 손은 하늘을 향해 있다.
사랑이란 으뜸으로 축복된 만남
하늘과의 만남
자신의 깊고 깊은 내면과의 만남
추위를 견디라고 곁에 있게 해준 이들과의 만남
격의 없는 신뢰와 일치되는 소망
지워질 수 없는 영혼의 살갗에 새긴 글씨들
‘사랑하라’ 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고
점차로 가까워지는 새해의 발걸음
보내고 맞이하는 송년의 시간
아아, 새해여
삶의 아름다움이여!
슬픔을 삼키는 삶의 장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