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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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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시 전주지구형제회 설립 50주년을 경축하며

 

형제들이여, 다시 시작합시다.

 

오십 년의 시간이

오늘 우리 앞에 한 송이 꽃처럼 피어납니다.

그러나 이 꽃 한 송이가 피기까지

얼마나 많은 계절이 지나갔는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름 없이 씨앗이 되었는지,

얼마나 많은 기다림과 그리움과 기도가

이 땅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렸는지

우리는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오십 년을 넘어 새로 맞게 될 오십년 앞에서

성 프란치스코가 생의 마지막 자리에서 형제들에게 남긴

그 간절한 당부를 다시 듣습니다.

 

“형제들이여, 이제 다시 시작합시다.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한 일이 없습니다.”

 

평생 복음을 살았던 사람이

마지막에 남긴 말은

“이제 다 이루었다.”가 아니었습니다.

다시 시작하자는 말이었습니다.

그에게 복음은 한 번 선택하고 완성하는 길이 아니라

날마다 처음으로 돌아가는 길이었고,

회개란 어제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 다시 주님께 얼굴을 돌리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오십 주년을 맞는 이 시간이

우리 성소의 뿌리와 복음적 삶의 기초를 돌아보는

회상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형제회 한국관구의 성장과 변화 과정 안에서

노송동에서 시작한 본당 사목이 전주교구로 이양되고

작은형제들이 떠나면서 재속프란치스코회 형제자매들은

긴 시간을 견디어야 했습니다.

때로는 목자 없는 양처럼 느껴지는 세월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도움이 부족한 시간에도 성령께서는 형제회를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누군가는 모임을 지켰고,

누군가는 기도를 이어갔으며,

누군가는 새로 들어온 형제자매의 손을 잡았고,

누군가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에서

형제회의 작은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오늘의 오십 년은 바로 그 이름 없는 충실함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성 프란치스코 선종 800주년의 희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팔백 년 전 포르치운쿨라 곁에서

알몸으로 땅 위에 누워

마지막까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채

자매인 죽음을 맞이했던 사부님처럼

우리도 따르고 사랑하고 용서하면서

희망의 불을 지피게 되었습니다.

 

재속프란치스코회의 자리는

바로 그 세상 한가운데입니다.

가정이 우리의 수도원이고,

직장이 우리의 선교지이며,

시장과 골목과 이웃이

우리가 복음을 살아야 할 자리입니다.

 

외로운 이에게 다가가는 한 걸음,

상처받은 이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한 시간,

용서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먼저 내미는 손,

가난한 이의 곁에 머무는 작은 선택,

상처 입은 피조물을 돌보는 소박한 실천이

오늘 우리가 세상 속에 쓰는

프란치스칸 복음서입니다.

 

우리가 50년의 역사를 기초삼아

복음의 씨앗으로,

형제성의 씨앗으로,

평화와 화해의 씨앗으로,

가난한 이들과 모든 피조물을 품는

작음과 겸손의 씨앗으로,

관계 안에 하느님의 자비와 선하심이

흐르게 할 소명을 받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자유를 주려는 마음으로

우리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다가갑시다.

아직 사랑해야 할 사람이 남아 있고,

아직 용서해야 할 사람이 남아 있으며,

아직 찾아가야 할 가난한 이들이 있고,

아직 화해해야 할 관계가 있고,

아직 세상에 심어야 할 평화가 있습니다.

오십 년을 넘어 새로운 오십 년을 향하여,

사부 성 프란치스코가 걸었던

그 가난하고 아름다운 길을 따라,

오늘, 여기에서, 다시 시작합시다.

 

주님!

‘다시 복음으로.’ 돌아가게 하소서.

상호간에 자신을 내어주시는 삼위의 하느님으로부터

내어주는 사랑을 배우고

관계 안에 선이 흐르도록

자신의 자유를 주님의 손에 내어맡기면서

도구적 존재로 살아가게 하소서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우리의 생각을 뒤집고,

우리의 움켜쥔 손을 펴게 하며,

가난한 이에게로 내려가게 하는

살아 있는 복음으로 돌아가게 하소서.

 

주님!

‘다시 형제성으로.’돌아가게 하소서.

나와 다른 사람 안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관계 안에서 필요성을 채우며

견디고 기다려 주는 마음으로

형제성이 꽃피게 하소서.

 

주님!

‘저희가 다시 세상 속으로.’들어가게 하소서.

주님께서 제자들을 세상에 파견하셨듯이

프란치스코가 형제들을 길 위로 파견하였듯이

세상 안에서 복음을 발생시킬 수 있도록

사람들이 살아가는 관계의 현장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갈등과 상처가 있는 곳으로,

평화가 필요한 곳에서

평화의 도구로 살아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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