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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십자가 현양 축일
✝️ 오늘의 복음 말씀 묵상 ✝️
요한 3,13-17
오늘 우리는 십자가를 ‘현양(顯揚)’합니다.
현양이란 ‘높이 들어 올려 우러른다’는 뜻입니다.
사형 틀이었던 십자가를 도리어 높이 들고 소중히 여기는 까닭은,
그 위에서 ‘가장 큰 사랑’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복음은 그 열쇠를 옛이야기로 풀어 줍니다.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뱀에 물려 죽어 갈 때,
모세가 기둥 위에 ‘구리 뱀’을 들어 올렸고,
그것을 ‘바라본’ 이들은 살아났습니다(민수 21장).

성경을 늘 깊은 뜻으로 읽던 오리게네스는
여기서 십자가를 미리 보았습니다.
우리를 죽이는 바로 그 죽음(죄)을,
사람의 아들이 십자가 위에 스스로 짊어지고 들려 올려지시어,
그분을 ‘믿음으로 바라보는’ 이를 살리시는 것입니다.
십자가에 뻗으신 그 두 팔은
‘우리를 끌어안으시려는 따뜻한 포옹’입니다.

그리고 복음의 심장이 울립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사도 바오로는 이 ‘내주심’을 이렇게 새깁니다.
“당신의 친아드님마저 ‘아끼지 않으시고’
우리 모두를 위하여 내어 주셨다”(로마 8,32).
하느님께서는 가장 소중한 것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사랑에는 인색함이 없었습니다.
바로 여기에 ‘아낌 주간’의 가장 깊은 가르침이 있습니다.
참된 아낌은 ‘무엇이든 다 움켜쥐는 인색함’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아드님 앞에서 조금도 인색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낌에는 두 얼굴이 있습니다.
하나는 ‘소중한 것을 소중히 여겨 높이는 것(현양)’이고,
다른 하나는 ‘덧없는 것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는 것(검소)’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십자가(사랑)를 가장 소중히 우러르고,
물과 전기와 소비 같은 것은 검소히 아끼되,
‘사랑과 자비만은 결코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아드님을 아끼지 않으셨듯 말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갈라티아서에서 고백합니다.
“나에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밖에는
아무것도 자랑할 것이 없습니다”(갈라 6,14).
세상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아도,
‘십자가(하느님의 사랑)’만은 우리의 자랑이자 보물입니다.

아낌 주간의 관점에서 보면
오늘 축일은 이렇게 묻습니다.
‘너는 무엇을 가장 소중히 여기며(현양), 무엇을 아끼지 않는가?’
가장 소중한 십자가를 우러르며,
사랑만은 아낌없이 흘려보내는 하루가 되기를 청합니다.
오늘 우리는 조용히 묻습니다.
나는 무엇을 ‘가장 소중히’ 여겨 높이며 사는가?
나는 하느님이 아드님을 ‘아끼지 않으심’을 기억하는가?
나는 자원은 아끼되, ‘사랑과 자비는’ 아끼지 않는가?
나에게 ‘십자가’는 참으로 자랑이자 보물인가?

주님,
가장 소중한 십자가를 우러러 높이게 하소서.
당신께서 아드님을 아끼지 않으셨듯,
저도 사랑과 자비를 아끼지 않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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