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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와 영적 여정 8. 광야는 어디에 있는가 수도승들의 수련소


수도승들의 침묵과 내면의 순례, 광야는 단순한 장소가 아닙니다. 성경에서 광야는 언제나 하느님께서 인간의 마음을 새롭게 빚으시는 자리였습니다. 이스라엘은 광야에서 자신들의 가난을 배웠고, 엘리야는 광야에서 세미한 바람 가운데 말씀하시는 하느님을 만났으며, 예수님께서도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에 광야로 들어가 성령의 인도를 받으셨습니다. 그래서 수도승들에게 광야는 세상을 버리는 장소가 아니라, 자신의 참모습을 만나는 장소였습니다.

 

도시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가득하지만, 광야는 자신의 목소리와 마주하게 합니다. 도시에서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바라보지만, 광야에서는 자기 마음을 바라보게 됩니다. 도시에서는 무엇을 더 가질 것인가를 생각하지만, 광야에서는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그러므로 수도승들이 찾아간 광야는 사실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을 상징합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피해 도망간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기 위하여 광야로 갔습니다. 침묵 역시 말을 하지 않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참된 침묵은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떠오르는 수많은 소리들이 잦아드는 것입니다.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소리. 비교하고 경쟁하려는 소리. 상처받은 기억이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소리. 내 뜻을 끝까지 주장하려는 소리. 두려움과 불안이 만들어 내는 소리. 이러한 내면의 소음이 잦아들 때 비로소 사람은 하느님의 작은 속삭임을 들을 수 있습니다. 에바그리우스는 이러한 마음의 움직임을 매우 섬세하게 관찰하였습니다. 그는 인간을 괴롭히는 가장 큰 적은 바깥세상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쉼 없이 일어나는 생각들이라고 보았습니다. 탐욕은 단순히 돈을 좋아하는 마음이 아닙니다. 내 삶을 하느님보다 다른 것에 의지하려는 마음입니다.

 

교만은 자신을 높이는 행동 이전에 하느님 없이도 충분하다고 믿는 마음입니다. 분노는 상처가 치유되지 못한 채 자신을 지키려는 몸부림입니다. 허영은 존재 자체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더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이러한 생각들은 우리의 자유를 조금씩 빼앗아 갑니다. 수도승들은 이것을 악한 생각들이라고 불렀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죄를 의미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 향해야 할 마음을 다른 방향으로 흩어 놓는 모든 내적 움직임을 말하였습니다. 그래서 기도는 생각을 억지로 없애는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생각보다 더 깊은 곳에 계시는 하느님의 현존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었습니다.

 

카시아누스는 이 길의 목적을 '마음의 순결'이라고 불렀습니다. 순결은 아무 생각도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모든 생각의 중심이 하느님을 향하게 되는 상태입니다.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분열된 욕망이 하나의 사랑으로 모이는 것입니다. 흩어진 삶이 하나의 방향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도승들은 끊임없이 자기 마음을 살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의 생각을 돌아보았고, 작은 감정 하나도 하느님 앞에 가져갔으며,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 하느님께 마음을 돌렸습니다.

 

그들에게 기도는 일정한 시간을 지키는 행위가 아니라, 언제나 하느님께로 마음을 되돌리는 삶이었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광야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광야는 사막 한가운데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의 짧은 침묵일 수도 있고,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자신을 바라보는 몇 분일 수도 있으며, 누군가를 판단하기 전에 마음을 들여다보는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광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 광야는 밖에 있는 공간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말씀하실 수 있도록 비워 드리는 마음의 자리입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칸 영성은 여기에서 다시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수도승들은 광야에서 하느님을 찾았습니다. 프란치스코는 광야에서 만난 하느님을 다시 장터와 길거리와 사람들 가운데에서 발견하였습니다. 광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습니다. 침묵은 세상을 떠나기 위한 준비가 아니라, 세상을 더욱 사랑하기 위한 준비였습니다. 고독은 사람을 피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사람들을 더욱 깊이 품기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칸의 광야는 수도원의 담장을 넘어섭니다.

 

가난한 이가 있는 곳이 광야가 되고, 병든 이를 돌보는 자리가 광야가 되며, 형제와 화해하는 순간이 광야가 됩니다. 기도는 침묵 속에서 태어나지만, 사랑 안에서 완성됩니다. 광야에서 시작된 하느님의 말씀이 관계 안에서 육화될 때, 비로소 기도는 삶이 되고, 삶은 복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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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가온 2026.07.28 21:28:23
    나의 마음에 깊숙히 숨어있는 탐진치 삼독을 버려야겠습니다 묵상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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