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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망이 사랑이 되기까지 8. 갈망을 불꽃으로 바꾸시는 성령

 

갈망은 씨앗과 같습니다. 씨앗은 생명을 품고 있지만 스스로 꽃을 피울 수는 없습니다. 흙이 필요하고, 햇빛이 필요하며, 바람과 비가 필요합니다. 우리 안에 심겨진 하느님을 향한 갈망도 마찬가지입니다. 갈망은 창조 때부터 우리 안에 심겨진 하느님의 씨앗이지만, 그 씨앗이 생명의 나무로 자라기 위해서는 성령의 숨결이 필요합니다. 성령은 갈망을 기도로 자라게 하시고, 기도를 사랑으로 자라게 하시며, 사랑을 삶으로 꽃피우시는 하느님의 생명의 숨결입니다.

 

성경은 창조의 첫 순간부터 성령을 생명의 바람으로 묘사합니다. 아직 세상은 형태를 갖추지 못하였고, 깊은 어둠이 모든 것을 덮고 있었지만 하느님의 영은 물 위를 감돌고 계셨습니다. 혼돈은 성령을 두려워하게 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성령은 혼돈을 새로운 창조의 가능성으로 품으셨습니다. 이것이 지금도 변하지 않는 하느님의 방식입니다. 우리 삶이 무너지고 마음이 황폐하여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 바로 그 자리에서도 성령께서는 조용히 숨 쉬고 계십니다. 우리는 끝이라고 말하지만 성령은 시작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성령은 아직 사랑이 남아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기도는 이 성령의 숨결에 자신의 호흡을 맞추는 일입니다. 우리는 흔히 기도를 내가 하느님께 올라가는 사다리라고 생각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기도는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 안에서 숨 쉬시는 생명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부르는 것보다 먼저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십니다. 우리의 입술이 움직이기 전에 성령께서 우리 영혼 안에서 기도를 시작하십니다. 그래서 참된 기도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허용하는 것입니다. 성령께서 내 안에서 기도하시도록 마음을 비워 드리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는 형제들에게 무엇보다도 주님의 영과 그 거룩한 활동을 가지라고 권고하였습니다. 그는 규칙보다 성령을 앞세웠고, 활동보다 성령을 앞세웠으며, 사명보다 성령을 앞세웠습니다. 왜냐하면 성령 없이 행하는 선은 쉽게 자기 자랑이 되지만, 성령 안에서 행하는 작은 사랑은 하느님의 생명을 전하는 복음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자기 힘으로 착한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 힘만으로는 자신을 끝까지 내어줄 수 없습니다. 끝까지 용서하고, 끝까지 기다리며, 끝까지 사랑하는 힘은 인간에게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살아 움직이실 때 흘러나오는 하느님의 생명입니다.

 

성령께서는 우리의 갈망을 정화하십니다. 처음에는 하느님을 찾으면서도 여전히 나를 위한 하느님을 찾습니다. 내 문제를 해결해 주시고, 내 상처를 치유해 주시며, 내 뜻을 이루어 주시는 하느님을 원합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오래 머무르시면 기도의 중심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하느님께 무엇을 달라고 하기보다 하느님과 함께 있고 싶어지고, 은총을 구하기보다 은총을 주시는 분을 사랑하게 되며, 축복을 받기보다 축복의 통로가 되고 싶어집니다. 이것이 성령께서 갈망을 불꽃으로 변화시키시는 방식입니다. 불은 위로 타오르듯이 성령께서는 우리의 마음을 끊임없이 하느님께로 들어 올리십니다.

 

보나벤투라는 빛보다 불을 찾으라고 하였습니다. 빛은 길을 보여 주지만 불은 사람을 태워 새롭게 만듭니다. 성령은 바로 그 거룩한 불입니다. 오순절 다락방에 모인 제자들은 이미 예수님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부활도 보았고, 말씀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세상으로 나아갈 힘은 없었습니다. 두려움은 여전히 그들의 마음을 붙잡고 있었고, 닫힌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성령께서 불꽃처럼 내려오시자 그들의 지식은 증언이 되었고, 기억은 삶이 되었으며, 두려움은 담대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성령은 사람에게 새로운 정보를 주시는 분이 아니라 새로운 존재 방식을 선물하시는 분입니다.

 

프란치스코의 삶도 이 불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는 기도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기도가 된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입술이 복음을 전한 것이 아니라 그의 삶 전체가 복음을 말하였습니다. 그의 눈길은 자비를 말했고, 그의 손은 평화를 말했으며, 그의 걸음은 화해를 말했습니다. 첼라노가 "그는 기도하는 사람이기보다는 기도 자체가 되었다."고 기록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성령께서는 사람에게 기도를 가르치는 데서 멈추지 않으십니다. 성령께서는 사람 자체를 살아 있는 기도로 변화시키십니다.

 

그 변화는 거창한 기적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아주 작은 순간들 속에서 시작됩니다. 화를 낼 수 있는 자리에서 침묵을 선택하는 순간, 판단보다 이해를 먼저 선택하는 순간, 상처를 되갚지 않고 용서를 선택하는 순간, 인정받기보다 형제를 먼저 세워 주는 순간, 내 시간을 내어 누군가의 아픔 곁에 머무는 순간, 성령은 우리 안에서 조용히 불꽃을 키우고 계십니다. 사랑은 언제나 작은 선택으로 시작하여 삶 전체를 변화시키는 거대한 강이 됩니다.

 

성령께서는 또한 우리를 그리스도의 모상으로 빚으십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예수님을 닮으려고 애씁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우리가 애써 닮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우리를 닮게 하신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사랑은 흉내 낼 수 있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빚어 가시는 사랑은 자연스럽습니다. 나무가 열매를 맺기 위해 힘을 주지 않듯이, 성령 안에 머무는 사람은 사랑이 자신의 본성이 되어 갑니다. 그의 말은 점점 부드러워지고, 그의 시선은 점점 따뜻해지며, 그의 존재는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안식이 됩니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세상에 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령은 갈망의 완성입니다. 갈망이 하느님을 향한 첫 번째 숨이라면, 성령은 그 숨을 끝까지 이어 가게 하는 생명의 호흡입니다. 갈망이 씨앗이라면 성령은 그 씨앗을 거대한 나무로 자라게 하는 햇빛입니다. 갈망이 작은 불씨라면 성령은 그 불씨를 세상을 밝히는 사랑의 불꽃으로 키우시는 분입니다. 성령께서 머무시는 사람은 더 이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지 않습니다. 그의 삶은 하느님의 숨결이 되어 세상으로 흘러갑니다.

 

마침내 우리는 알게 됩니다. 기도는 내가 하느님께 가까이 가는 길이 아니라, 성령께서 내 안에서 하느님의 생명을 살아 내시는 길이라는 것을. 사랑은 내가 애써 만들어 내는 덕목이 아니라, 성령께서 내 안에서 피워 내시는 열매라는 것을. 갈망은 내가 붙드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끝까지 꺼지지 않도록 지켜 주시는 거룩한 불이라는 것을. 그러므로 성령 안에 사는 사람은 더 이상 자기 삶을 스스로 완성하려 애쓰지 않습니다. 그는 날마다 자신을 성령께 내어드리며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 제 안에서 숨 쉬소서. 제 안에서 사랑하소서. 제 안에서 기도하소서. 제 안에서 당신의 갈망이 세상을 향하여 흘러가게 하소서." 그때 인간의 작은 숨결은 하느님의 영원한 숨결과 하나가 되고, 한 사람의 삶은 세상 안에서 계속되는 그리스도의 살아 있는 현존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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