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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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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사랑의 물레방아

 

태초부터 하느님은 홀로 계신 분이 아니셨습니다. 그분은 사랑하는 분이셨고, 사랑을 받으시는 분이셨으며, 그 사랑 자체로 살아 움직이시는 분이셨습니다. 성부께서는 자신을 온전히 성자께 내어주시고, 성자께서는 자신을 남김없이 성부께 돌려드리며, 성령께서는 그 사랑의 기쁨과 충만함으로 두 분을 하나로 묶으십니다. 그 안에는 소유도 없고 경쟁도 없으며, 우월함도 열등함도 없습니다. 오직 내어줌과 받아들임, 그리고 다시 흘려보냄만이 있습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은 멈추지 않는 사랑의 물레방아입니다. 사랑은 한곳에 머물지 않습니다. 사랑은 끊임없이 건네지고, 받아들여지고, 다시 선물이 되어 흘러갑니다. 성부는 성자를 향해 흐르고, 성자는 성부를 향해 흐르며, 성령은 그 흐름 자체가 되어 영원한 생명의 강을 이루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사랑을 하신다고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느님 자체가 사랑이시라고 고백합니다.

 

놀랍게도 이 신비는 하늘 높은 곳에만 머물러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삼위일체의 사랑은 우리를 향한 초대입니다.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며, 우리가 회복해야 할 본래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랑받고 있으면서도 사랑받고 있음을 믿지 못합니다. 받아들여졌으면서도 받아들여졌음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우리는 오래도록 자신을 의심하며 살아갑니다. "나는 부족하다. 나는 실패했다. 나는 가치 없는 존재다. 나는 하느님과 하나 될 수 없다."라는 목소리가 영혼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집니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을 보호하기 시작합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 가면을 쓰며, 인정받기 위해 애쓰고 경쟁하며 살아갑니다. 자기 비난과 자기 방어는 영혼을 좁은 감옥에 가두어 놓습니다. 우리는 풍요의 자녀임에도 결핍의 노예처럼 살아갑니다. 이미 샘물 곁에 앉아 있으면서도 목마르다고 울부짖습니다.

 

어쩌면 인간의 영적 여정이란 다른 무엇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받고 있음을 믿게 되는 여정인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받아들여졌음을 받아들이는 여정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 열매를 맺어 마침내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여정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길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아들여졌음을 받아들이고, 그 결실로 다른 모든 사람을 받아들이기까지는 거의 한 평생이 걸립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자신을 증명하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너무 오랫동안 사랑을 얻어내야 한다고 믿어왔기 때문입니다. 너무 오랫동안 하느님께 다가가기 위해 무엇인가를 성취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복음은 그 모든 생각을 뒤집어 놓습니다. 복음은 인간이 하느님께 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오신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사랑받을 자격을 얻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하느님과 합일을 이루어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미 우리와 하나가 되셨다는 선언입니다. 그래서 복음은 복된 소식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으로 하느님과 하나 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수행하고 기도하고 애쓴다 하여도 인간 스스로는 그 거리를 메울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그 거리를 없애셨습니다. 육화의 신비 안에서 하느님은 인간이 되셨고, 십자가와 부활 안에서 인간의 모든 상처와 죽음을 품으셨으며, 성령을 우리 안에 보내심으로써 당신의 생명을 우리 존재 깊은 곳에 심어 주셨습니다.

 

하느님과의 합일은 미래의 보상이 아닙니다. 죽음 이후에 주어질 상장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미 우리 안에 심겨진 생명의 씨앗이며, 이미 시작된 은총의 현실입니다. 성령께서는 지금도 우리 영혼 깊은 곳에서 속삭이고 계십니다. 너는 버려진 적이 없다. 너는 사랑받지 못한 적이 없다. 너는 내 안에 있고 나는 네 안에 있다. 너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가 사랑하는 딸이다. 그 목소리를 듣게 되는 순간 우리는 마침내 자유의 집으로 돌아옵니다. 사실은 떠난 적도 없었음을 깨닫습니다. 길을 잃은 줄 알았지만 처음부터 하느님의 품 안에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찾고 있던 보물이 바로 자기 안에 있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때 삶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합니다. 더 이상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지 않습니다. 더 이상 사랑을 얻기 위해 경쟁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타인을 두려워하거나 경계하지 않습니다.

 

가득 찬 샘물이 흘러넘치듯이 사랑이 저절로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용서받았기에 용서하고, 환대받았기에 환대하며, 받아들여졌기에 받아들이게 됩니다. 성부께서 성자에게 자신을 내어주시듯이, 성자께서 성부께 자신을 돌려드리시듯이, 성령께서 그 사랑의 기쁨으로 두 분을 하나 되게 하시듯이, 우리도 자신을 내어주기 시작합니다. 형제를 품고, 이웃을 품고, 세상을 품고, 해 형제와 달 누이와 바람 형제와 물 누이를 품으며 살아갑니다. 누구도 소유하려 하지 않고 누구도 지배하려 하지 않으며 모든 존재를 하느님의 선물로 바라봅니다. 이것이 프란치스칸의 작음입니다. 이것이 가난의 신비입니다. 이것이 겸손의 자유입니다. 내려가기에 높아지고, 비우기에 충만해지며, 놓아주기에 더 깊이 연결되는 삶입니다.

 

마침내 우리는 알게 됩니다. 구원이란 하느님께 가까이 가는 일이 아니라 이미 가까이 계신 하느님을 발견하는 일임을. 영원한 생명이란 죽은 뒤에 얻는 무엇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삼위일체의 사랑에 참여하는 삶임을. 신앙이란 하느님을 붙잡는 일이 아니라 이미 붙들려 있음을 믿는 일임을. 그리고 어느 날 조용히 눈을 감으면 우리 영혼 깊은 곳에서 끝없이 돌아가는 사랑의 물레방아 소리가 들려옵니다성부께서 성자를 사랑하시고, 성자께서 성령 안에서 아버지를 사랑하시며, 성령께서 그 사랑의 기쁨으로 온 우주를 품으시는 소리. 그 사랑의 흐름 속에서 우리도 마침내 고백하게 됩니다. 나는 사랑받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미 받아들여져 있었습니다. 나는 처음부터 하느님 안에 있었고,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내 안에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샘물처럼 흘러넘쳐 세상 끝까지 사랑이 되어 흘러갑니다. 마치 영원히 멈추지 않는 삼위일체의 사랑의 물레방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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