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로 거룩해지는 삶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세상에 보내신 것처럼 저도 이들을 세상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들을 위하여 저 자신을 거룩하게 합니다.이들도 진리로 거룩해지게 하려는 것입니다.” (요한 17,17-19)
진리로 거룩해진다는 것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거룩함은 세상에서 멀리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얻는 것입니다. 진리는 단순한 지식이 아닙니다. 진리는 우리를 붙잡고 있던 거짓된 중심을 무너뜨리고,하느님께 속한 사람으로 다시 서게 하는 빛입니다. 우리는 자주 내 생각, 내 판단, 내 상처, 내 욕망을 진리처럼 붙들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말씀은 우리 안에 숨어 있는 거짓 평화와 자기중심적인 확신을 조용히 흔들어 깨웁니다.
말씀은 우리를 꾸짖기보다 우리를 본래의 자리로 돌려놓습니다. 하느님께 사랑받는 존재, 사랑 안에서 파견된 존재, 관계 안에서 선을 흘려보내야 할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저를 세상에 보내신 것처럼 저도 이들을 세상에 보냈습니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신앙인은 세상을 피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 한가운데로 보내진 사람입니다. 가정으로, 공동체로, 일터로, 상처 입은 관계와 불편한 자리로 조용히 파견된 사람입니다. 거룩함은 특별한 장소에서만 빛나는 것이 아니라, 말 한마디를 부드럽게 고르는 순간, 누군가를 쉽게 단정하지 않는 순간, 내 이익보다 관계의 생명을 먼저 살피는 순간, 작고 낮은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예수님께서는 “저는 이들을 위하여 저 자신을 거룩하게 합니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그분의 거룩함은 자기 보존이 아니라 자기 봉헌입니다. 당신을 따로 떼어 높이 세우는 거룩함이 아니라, 우리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거룩함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진리로 거룩해진다는 것은 말씀을 많이 아는 사람이 되는 것만이 아니라, 말씀이 내 안에서 살이 되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 길이 되고, 누군가에게 다시 살아갈 힘이 되는 것입니다. 진리는 우리를 세상 밖으로 데려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상 속으로 더 깊이 보냅니다. 다만 예전의 방식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방식으로 보내십니다.
미움 속에 사랑으로, 분열 속에 화해로, 두려움 속에 신뢰로, 상처 속에 자비로, 굳어진 관계 속에 다시 흐르는 선의 물길로 우리를 보내십니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그 진리가 오늘 우리를 거룩하게 합니다. 그리고 거룩해진 우리는 다시 세상 한가운데에서 하느님의 현존이 머무는 작은 거처가 됩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선에서 흘러나와 도구적 존재로 내어 맡긴 이들의 내면의 빈 공간으로 흘러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