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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복음 말씀 묵상 ✝️
요한 16,12–15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아직도 너희에게 할 말이 많지만
지금은 너희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이 말씀은
주님의 가르침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한 번에 다 받아안을 수 없을 만큼
진리가 깊고 크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몰아붙이지 않으시고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그리고 성령 안에서 자라 갈 수 있는 만큼
조금씩 더 깊은 곳으로 이끄십니다.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는
하느님의 신비가
한 번에 다 파악되는 대상이 아니라
기도와 겸손, 성령의 인도 안에서
점점 더 밝혀지는 빛이라고 보았습니다.
특히 그는
삼위일체의 신비를 말할 때에도
인간의 언어가 하느님을 다 담아낼 수 없음을 알았고,
바로 그래서 더 겸손히
성령의 인도를 따라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진리는 소유물이 아니라
참여하는 빛입니다.
우리는 진리를 움켜쥐는 사람이 아니라
진리에 이끌리는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성령께서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고
들은 것을 이야기하실 것”이라고 하십니다.
이는 성령이
예수님과 분리된 또 다른 길을 제시하시는 분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진리를 우리 안에 깊게 열어 주시는 분이심을 뜻합니다.
성령은 새로운 유행의 영이 아니라
주님 안에 이미 주어진 생명을
더 분명하고 더 깊게 깨닫게 하시는 진리의 영이십니다.

그래서 성령의 인도는
혼란을 키우기보다 중심을 세우고,
과장을 부추기기보다 본질로 돌아가게 합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의 조급함도 다독여 줍니다.
우리는 자주
당장 다 알고 싶고,
당장 결론 내리고 싶고,
당장 확실해지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지금은 너희가 감당하지 못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꾸짖음이 아니라 돌봄입니다.
하느님은 우리 영혼의 속도를 아시고
무리하게 짐을 지우지 않으십니다.
성령께서는
우리의 걸음을 무시하지 않으시고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끄십니다.

아낌 주간의 관점에서 보면
오늘 복음은
무엇을 아껴야 하는지 잘 보여 줍니다.
우리는 성급한 판단을 아껴야 하고,
함부로 단정하는 말을 아껴야 하며,
내가 다 안다는 착각을 아껴야 합니다.
아낌은
진리를 가볍게 소비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성령의 인도는
요란한 지식의 과시보다
깊고 맑은 분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아낌은
진리를 향한 겸손의 훈련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리스도인 일치의 날이기도 합니다.
성령께서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끄신다는 말씀은
일치의 길에도 큰 빛이 됩니다.
우리는 각자의 주장으로 일치를 만들 수 없습니다.
진리의 영께서
우리를 그리스도의 중심으로 더 깊이 이끄실 때
비로소 교회도, 공동체도
조금씩 하나 되어 갑니다.
일치는 의견의 획일화가 아니라
같은 성령 안에서
같은 주님께로 더 가까이 가는 길입니다.
오늘 우리는 조용히 묻습니다.
나는 진리를 배우려 하는가,
아니면 진리를 소유하려 하는가?
나는 성령의 인도보다
내 확신과 내 속도만 앞세우고 있지 않은가?
나는 다 아는 사람처럼 말하고 있는가,
아니면 더 배우고 더 들으려는 사람으로 서 있는가?
주님께서는 오늘도
성령을 보내시어
우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끄십니다.

주님,
제가 조급히 단정하지 않게 하시고
성령의 인도 안에 머무르게 하소서.
진리를 소유하려 하기보다
진리에 이끌리게 하시며
덜 중요한 소란을 아끼고
더 깊은 본질을 사랑하게 하소서.
성령 안에서
맑고 겸손한 일치의 길을 걷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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