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시 금경축 은경축
동반의 여정에서
금경축(50년) 두 분 형제님과 은경축(25년) 형제님께 바침
가난과 작음, 겸손과 형제애의 길을 내신
사부 성프란치스코의 발자취를 따라
정상을 향해 내딛는 조심스런 발걸음에 땀에 절은 등산 길
그 준엄한 운명과 마주서기까지
한없이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자비에 힘입어
오늘 이 자리에 와 있습니다.
영혼의 추위를 견뎌온 인고의 세월.
그 기나긴 시간 속에서 형제님들은
업적과 성과가 아닌 존재 자체로서
이미 하느님의 사랑을 충만히 받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도구적 존재로서의 형제님들의 삶은
이 길을 함께 걸어온 형제들에게 관계적 선이라는
하나의 흐름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부 프란치스코를 따라 걷기 시작한 그날부터
세 분의 삶은 각기 다른 색깔의 기도가 되어
주님의 정원을 풍성하게 가꾸어 왔습니다.
오십 년,
흙과 함께 정직한 기도를 바치신 박 암브로시오 형제님
거친 손등에 박인 굳은살은 형제님이 써 내려간 복음서입니다.
한 알의 씨앗을 심으며 생명의 신비를 고백하고
정직한 땀방울로 대지의 형제들을 돌보신 농부 형제님.
허리 굽혀 땅을 섬기며 배우신 그 겸손의 영성은
이제 황금빛 들판처럼 넉넉한 금경축의 기쁨이 되었습니다.
형제들의 양성과 공동체를 위해
그리고 선교의 열정으로 헌신해 오신 신베드로 형제님
음악적 재능과 아름다운 목소리로
형제들과 더불어 주님을 찬미해 오신 지 어언 50년
형제님이 걸어온 발자국마다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꽃들이 피어났지요
악보 위 마디마디마다 새겨진 수많은 사연들처럼
형제님의 노래는 때로는 찬미의 노래로,
때로는 간절한 탄식의 기도로
세상 가장 낮은 곳까지 주님의 사랑을 실어 날랐습니다.
단순하고 명랑한 알렉시오 형제님
낯선 땅, 낯선 얼굴들 속에서
선교의 열정으로 사부의 평화를 전하며
복음의 씨앗을 품고 경계를 넘나들던 은경축의 여정.
집을 떠나 길 위에서 주님을 만났던 그 뜨거운 심장은
이제 스물다섯 해의 성숙한 사랑이 되어
우리를 더 넓은 세상의 형제애로 초대합니다.
세 분이 걸어오신 길은 서로 달랐어도
종착지는 언제나 '나의 하느님, 나의 전부'이신 그분이었습니다.
흙 묻은 작업복 위에,
형제님이 머물렀던 자리에 핀 꽃들 위에,
그리고 선교지의 거친 길 위에 새겨진
세 분의 서원은 지워지지 않는 거룩한 인장이었습니다.
반세기의 금빛 신의와 사반세기의 은빛 열정이 만나
오늘 장성 수도원에서
감사의 거룩한 향을 피워 올립니다.
지나온 세월보다 더 깊은 평화가,
남겨진 여정 위에 ‘평화와 선함’으로 머물기를 소망합니다.
세 분 형제님의 복된 축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26, 5, 7. 장성 수도원에서
이기남 마르첼리노 마리아 형제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