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민수기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를 지나다가 하느님께 불평하고,
불평하다가 죽게 되고 죽게 되자 다시 사는 길을 찾게 되는 얘기를 듣습니다.
이것은 우리 인생길 얘기이고 우리 인생길에서 흔히 보는 것입니다.
우리 인생은 사는 것이기도 하지만 가는 것이기도 하기에
우리는 인생을 살아간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인생길에는
방황의 길도 있고,
여행의 길도 있고.
순례자와 나그네의 길도 있습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는 우리에게 순례자와 나그네의 길을 가라고 합니다.
“형제들은 집이나 거처 그 어떤 것도 자기 소유로 하지 말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순례자와 나그네처럼 다닐 것입니다.”
방황의 길을 빨리 끝내고 여행자의 길도 끝내고
이제는 순례자와 나그네의 길을 가라고 하는 것입니다.
방황의 길이란 말할 것도 없이 목적지 없이 이곳저곳을 헤매는 겁니다.
그래서 이 길은 어렸을 때 끝내야 하고 가능한 한 빨리 끝내야 합니다.
여행자의 길도 방황의 길보다는 낫지만 끝내야 하는 길입니다.
여행이란 어딘가를 구경하러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그런 길이고,
뭔가 즐기기 위한 길이지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생길을 가면서 목적지를 확실히 정하고
그곳을 향해 갈 때 순례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그 목적지가 하느님 나라라면 우리의 길은 어디를 가든 성지순례의 길입니다.
로마에 와도 하느님 나라 가는 것을 목적으로 오면 성지순례이고,
그 목적은 없이 관광하러 오거나 문화 탐방하러 오면 성지순례가 아닙니다.
그리고 하느님 나라를 향한 성지순례라면
오늘 민수기의 사람들처럼 그래서는 안 됩니다.
첫째 조급해서는 안 됩니다.
목적지가 아무리 좋아도 너무 빨리 도착하길 바라서는 안 됩니다.
힘들 때 빨리 도착하고 싶은데 실은 빨리 힘든 것을 끝내고 싶은 거지요.
그런데 하느님 나라 순례의 길은 그렇게 빨리빨리 도착할 수 없습니다.
주님이 그리고 성인들이 다 그렇게 힘들게 가신 길이 아닙니까?
둘째는 불평 불만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 민수기 이스라엘 백성들이 불평했다고 하는데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라고 하며 불평합니다.
하느님께서 은총으로 주신 만나와 메추라기를 보잘것없다고 불평합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보잘것없이 여긴 것입니다.
우리의 많은 불만과 불평이 거의 다 이런 것입니다.
이런 그들의 불평을 잠재우려고 주님께서는 불뱀을 보내 죽게 하시고
살려 달라고 하는 백성에게는 구리 뱀상을 달고 우러러보라 하십니다.
말하자면 극약처방을 내리신 것입니다.
모든 불만과 불평이 사실은 배부르고 살만하니까 나오는 것이기에
이렇게 배부를 때는 쫄쫄 굶겨봐야 맛이 있네 없네 불평하지 않고,
살만하기에 불평할 때는 죽게 해야 살려만 달라고, 불평하지 않겠다고 할 것입니다.
우리는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을 이런 정신으로 바라보며
사순절도 보내고 성지순례도 해야겠습니다.
저는 지금 성지 순례 중에 어제 로마에 왔습니다.
다행히도 인터넷이 연결되어 늦었지만 글 올립니다.
어제 말씀ㅍ드렸듯이 안 되는 곳에 가면 못 올릴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