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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빛 앞에 선 영혼 - 압도적인 사랑이 부르는 자기 심판

사랑의 빛 앞에 선 영혼은 존재의 밑바닥부터 자신을 바라보게 됩니다. 믿음과 영적 체험의 극치에서 인간은 종종 모순적인 감정을 마주합니다. 그것은 바로 무한한 '사랑''풍요'를 경험하는 순간, 가장 처절한 '자기 심판'이 일어난다는 사실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압도적인 사랑의 충격은 정죄나 비난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를 심판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1. 베드로의 고백: "주님, 저를 떠나주십시오"

복음서에서 우리는 이 신비로운 심판의 순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을 만납니다. 밤새도록 고기를 잡지 못해 지쳐있던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던지라고 명하십니다. 그 말씀에 순종했을 때, 그물이 찢어질 만큼 엄청난 양의 고기가 잡히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횡재를 기뻐하며 축제를 벌였겠지만, 베드로의 반응은 기이했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려 이렇게 외칩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인입니다." (루카 5,8) 이것이 바로 압도적인 사랑과 은총이 가져오는 '거룩한 충격'입니다. 베드로는 자신에게 쏟아진 상상 초월의 풍요 속에서, 그 풍요를 주시는 분의 거룩함을 직면했습니다. 그분의 무한한 선하심 앞에서 자신의 초라함과 죄성이 너무나 선명하게 대조되었기에, 그는 기쁨보다 먼저 '심판받는 자의 두려움''겸손'을 느꼈던 것입니다.

 

2. 빛이 비칠 때 드러나는 그림자

어두운 방 안에서는 먼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강렬한 햇살이 창가를 통해 들이칠 때, 우리는 비로소 공기 중에 떠다니던 수많은 티끌을 목격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바로 이 '강렬한 빛'과 같습니다. 그 사랑이 우리 영혼에 들이칠 때, 우리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혹은 애써 외면했던 자신의 어두운 구석들을 발견합니다. 이는 하느님이 우리를 손가락질하며 꾸짖으시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분의 순결하고 완전한 사랑의 빛이 너무나 눈부시기에, 그 빛과 대비되는 나의 이기심, 교만, 그리고 작은 허물들이 선명한 대조를 이루며 드러나는 것입니다.

 

3. 수치심이 아닌 '거룩한 슬픔'

압도적인 사랑 앞에서 일어나는 자기 심판은 세상이 주는 수치심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세상의 심판은 우리를 위축시키고 파괴하지만, 사랑에 근거한 자기 심판은 '거룩한 슬픔'을 낳습니다. "이렇게 나를 사랑해 주시고 풍성하게 채워주시는데, 나는 왜 이토록 불신하고 편협했는가?"라는 질문은 자학이 아니라,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영혼의 갈망입니다. 베드로처럼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여전히 쏟아지는 그 무조건적인 용납이, 역설적으로 우리를 가장 엄격한 자기 성찰로 인도합니다.

 

4. 심판의 주체는 '' 자신

최후의 심판에서 우리를 심판하는 것은 하느님의 형벌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 앞에 선 우리 자신의 양심일 것입니다. 완전한 진리와 사랑을 대면했을 때, 영혼은 스스로를 속일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그저 베드로에게 고기를 가득 채워주셨듯이 사랑으로 서 계실 뿐이지만, 그 사랑의 거울 앞에 선 인간은 자신의 부끄러움을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압도적인 사랑의 충격은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가장 고결한 양심을 깨워, 스스로를 정화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됩니다.

 

5. 심판을 넘어 치유와 변화로

이러한 자기 심판은 결론이 아닙니다. 그것은 변화를 위한 '통과의례'입니다. "떠나달라"고 애원하는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라고 대답하십니다. 사랑에 의한 충격이 우리를 무너뜨리는 이유는, 우리 안에 있는 낡고 딱딱한 자아를 깨뜨려 그 자리에 새로운 사명과 생명을 채우기 위함입니다. 스스로를 심판하며 흘리는 눈물은 영혼의 때를 씻어내는 세례수가 됩니다. 우리는 그 심판을 통해 진정으로 자유로워집니다. 더 이상 나를 포장할 필요가 없음을, 그리고 나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받고 있음을 온전히 수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하느님의 사랑에 의한 자기 심판은 파멸이 아닌 '회복'의 시작입니다. 그 압도적인 사랑의 충격 앞에 정직하게 자신을 내어놓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기 자신이라는 좁은 감옥에서 벗어나 무한한 사명의 바다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심판은 끝이 아니라, 그 사랑에 어울리는 존재로 빚어지기 위한 거룩한 여정의 첫걸음입니다. 우리는 사랑이신 하느님을 믿습니다. 사랑이신 하느님은 삼위일체 하느님이시고 삼위일체 하느님은 상호간에 자신을 내어 주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자신을 내어주시는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 우리를 변화시킵니다. 사랑받음에 대한 응답으로 너의 필요를 위해 나를 내어주면서 기쁨이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받고있는 사랑의 크기에 따라 내 믿음의 태도가 달라집니다. 압도적인 사랑의 거울 앞에 우리는 자신을 봅니다. 그리고 아무 것도 아닌 자신에게 넘치는 사랑으로 돌보시는 아버지의 사랑을 경험하게 되면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사랑은 우리를 변화의 길로 초대하기 때문입니다. 변화의 길에서 중심을 바꾸는 엄청난 현실을 직면하게 됩니다. 수치를 고백하는 베드로처럼 스스로를 심판하는 자기 객관화가 실현됩니다. 사랑받음에 사랑으로 응답하는 죄인이 되는 것입니다. 거기서 내가 나에게서 해방되는 치유와 자유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산문시 : 압도적인 사랑 앞에서

밤새 그물을 던졌습니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물결 위에서 나는 나의 성실을 증명하려 애썼고 나의 의로움을 스스로 납득시키며 빈 배를 합리화했습니다. 그러나 새벽은 내 계산을 묻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다만 말씀하셨습니다. 깊은 데로 가라. 나는 순종이라 부르기에는 조금 모자란 체념으로 다시 그물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터질 듯한 풍요가 배를 기울였습니다. 그 순간 나는 기적을 본 것이 아니라 사랑을 보았습니다.

 

나의 수고 때문이 아니라, 나의 자격 때문도 아니라 그저 나를 향한 넘치는 호의. 그 빛이 내 영혼의 수면을 뚫고 들어왔을 때 나는 기쁨보다 먼저 나를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는 몰랐던 내 속의 티끌들, 사랑을 가장하며 계산하던 마음, 내어줌을 말하면서도 중심을 붙들고 있던 손가락들. 빛은 소리치지 않았습니다. 단죄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너무 맑게 비추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무너졌습니다. “주님, 저를 떠나주십시오.” 그 말은 두려움이 아니라 너무 사랑받는 자의 부끄러움이었습니다. 나는 당신의 거룩함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떠나지 않으심이 가장 큰 심판이었습니다. 떠나지 않으심이 나를 정화하였습니다.

 

당신의 현존은 나를 파괴하지 않고 나의 중심을 옮겼습니다. 나는 더 이상 나를 변호할 수 없었습니다. 나를 포장할 수도 없었습니다. 나는 다만 사랑받는 죄인이 되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심판은 형벌이 아니라 거울이라는 것을. 거울은 상처를 주지 않지만 진실을 숨기지 않는다는 것을. 압도적인 사랑은 내가 붙들고 있던 자기 의의 껍질을 깨뜨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었습니다. 나는 작아졌지만 두려움은 줄어들었습니다. 나는 죄인임을 인정했지만 도망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사랑이 나보다 크다는 사실이 나를 자유롭게 했습니다. 이제 나는 압니다. 사랑받음은 정지된 상태가 아니라 흘러가야 할 강이라는 것을. 받은 만큼 내어주고 싶어지는 갈망, 용서받은 만큼 용서하고 싶어지는 마음, 이해받은 만큼 이해하고 싶어지는 움직임. 그것이 사랑의 심판이 남긴 열매입니다. 압도적인 사랑의 거울 앞에서 나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그러나 더 이상 숨지 않습니다. 당신이 나를 떠나지 않으시기에 나도 나를 떠나지 않습니다. 나는 오늘도 사랑받음에 대한 응답으로 나를 내어줍니다. 그리고 그 내어줌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나에게서 해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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