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기차 안에서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
안개 자욱한 들판을 가로지르는
새벽 기차 안에서
차창을 스치는 가을 풍경이 정겹습니다.
후반기 인생의 간이역을
통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삶의 갖가지 애환과
건강의 적신호들이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기 때문입니다.
저물어가는 노년의 하루하루를
온유하고 평온하게
신의 제단에 내어놓고
가난한 정랍의 초 한 자루에
불을 밝힙니다.
안개 속을 달리는 기차는
속도를 늦추지 않습니다.
목적지를 향한 우리 인생도
속도를 스스로 늦출 수가 없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다다르면
자연의 이치에 따라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기에
어떤 미련도 아쉬움도 없습니다.
내 인생의 종착역을 미리 봅니다.
수없이 많은 역을 거쳐오면서
얻은 지혜는
지금을 영원처럼 사는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희미하게 보이지만
얼굴을 맞대고 보는
직관의 대면을 통해
깊은 만족을 누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간직하고 살아갑니다.
2025, 9,30. 병원가는 서울행 기차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