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마리아는 육하의 도구로써의 원형 (천사들의 성 마리아 포르치운쿨라 축일에)

 

성 프란치스코와 성모 마리아의 관련성은 프란치스칸 영성의 핵심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프란치스코의 마리아에 대한 사랑은 단순한 신심을 넘어, 그의 그리스도 중심적 신앙과 깊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두분의 관련성은 다음과 같은 차원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 육화(강생)의 신비는 가장 깊은 연결고리입니다. 성 프란치스코 신심의 심장은 '사람이 되신 하느님', 즉 육화의 신비에 대한 깊은 사랑입니다. 그는 영원하고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그것도 가난한 구유에서 태어나셨다는 사실에 언제나 감격하고 눈물 흘렸습니다. 이러한 강생의 신비는 성모 마리아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프란치스코에게 마리아는 하느님을 세상에 모셔온 분,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만질 수 있는 인간으로 만들어주신 분이었습니다. 그가 1223년 그렉치오에서 최초로 성탄 구유를 재현한 것은 바로 이 강생의 신비를 구체적으로 체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며, 그 중심에는 당연히 아기 예수를 낳아 안고 있는 어머니 마리아가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에게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은 그분을 낳아주신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과 분리될 수 없었습니다.

 

둘째 모후(母后)이자 변호자, 그리고 가난의 모델, 프란치스코는 당대 기사도 문학의 영향을 받아, 마리아를 자신의 모후이자 수호자로 여겼습니다. 그는 자신과 그의 모든 형제들(프란치스코회)을 마리아의 보호에 맡겼습니다. 그의 첫 전기 작가인 첼라노의 토마스는 이렇게 기록합니다. "프란치스코는 우리를 위해 자비를 얻게 하시고 영광의 주님을 우리의 형제가 되게 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를 말로 다할 수 없는 애정으로 사랑했다." 그에게 마리아는 하느님 앞에서 인류를 위해 대신 말씀해주시는 가장 강력한 변호자였습니다. 또한, 마리아는 하느님의 아들을 낳은 어머니였기에 모든 인류의 어머니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프란치스코가 '가난 부인과 결혼했다고 표현할 만큼 가난을 사랑했는데, 마리아는 이 '가난'의 가장 완벽한 모범이었습니다. 그녀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채 오직 하느님의 뜻에 순명함으로써 가장 부유한 존재, 즉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마리아는 프란치스코가 추구한 가난의 영성을 완벽하게 체현한 인물이었습니다.

 

셋째 포르치운쿨라 마리아의 품 안에서 시작된 프란치스코회, 성 프란치스코가 가장 사랑했던 장소는 아시시의 작은 경당인 포르치운쿨라였습니다. 이 경당은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곳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는 이 낡은 경당을 직접 수리했고, 이곳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명확히 깨달았으며, 그의 수도회(작은 형제회)가 실질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임종 때에도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이 포르치운쿨라로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는 그가 자신의 삶과 수도회 전체를 시작부터 끝까지 성모 마리아의 품 안에 두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프란치스코회는 말 그대로 '마리아의 집'에서 태어난 것입니다.

 

프란치스코에게 있어 마리아는 가난과 겸손의 완벽한 모범이었으며 프란치스칸의 이상을 가장 먼저 살아낸 분이었습니다. 따라서 성 프란치스코와 마리아의 관련성은 매우 깊고 본질적입니다. 프란치스코의 신심 안에서 마리아는 그리스도로 가는 가장 확실하고 따뜻한 길이었습니다. 그리스도를 사랑했기에, 그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주신 어머니를 열렬히 사랑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우리 신앙의 여정에서 마리아는 길을 비추는 별과 같이, 가장 완벽한 믿음의 원형(原型)으로 우리 앞에 서 계십니다. 그분의 위대함은 세상의 영웅들처럼 스스로 무언가를 쟁취한 업적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분의 삶 전체는, 한 인간이 하느님의 은총을 얼마나 온전히 수용하고 그분의 뜻에 투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겸손하고도 장엄한 증거입니다.

 

그 여정의 시작부터 하느님의 주도권은 명확히 드러납니다. '원죄 없는 잉태'는 마리아께서 어떤 선행이나 공적을 쌓기 이전에 주어진 근원적 선물이었습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당신 아들의 거처가 될 한 영혼을 순수하고 흠 없는 상태로 미리 준비하신, 온전한 은총의 행위입니다. 이처럼 마리아의 삶은 처음부터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시작되었으며,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신앙의 본질, 즉 우리의 노력이 아닌 하느님의 선행하시는 사랑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리아의 믿음은 모든 것을 이해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신비 앞에서 온전히 자신을 내어 맡겼기에 위대했습니다. 천사가 전한 잉태의 소식은 한 처녀의 이성으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신비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따져 묻지 않고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고 성경은 기록합니다. 이는 나자렛에서의 30년간의 침묵 속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평범하고 조용한 일상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묵묵히 살아내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심오한 신앙의 모습이며 우리 각자의 삶과 맞닿아 있는 지점입니다.

 

그 믿음의 절정은 아들 예수의 십자가 아래에서 가장 고통스럽고도 찬란하게 빛을 발했습니다. 모든 희망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절망의 순간, 제자들마저 흩어진 그 자리에서 마리아는 도망치지 않고 아들의 마지막을 신실하게 동반했습니다. 그 모습은 단순한 영웅적 인내를 넘어, 사랑하기에 끝까지 함께 아파하는, 가장 깊은 차원의 신앙적 응답이었습니다. 나아가 그분의 신앙은 개인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예수님 승천 후, 마리아는 교회의 중심에서 다른 제자들과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성령을 기다렸습니다. 이는 그분이 신앙 공동체와 함께 걷는 '교회의 어머니'임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결국 마리아의 삶은 하느님께서 세상에 오시는 방식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분은 위대하고 화려한 힘이 아니라, 조용하고 평범하며 순명하는 한 영혼을 당신의 도구로 삼으셨습니다. 마리아가 그러했듯이, 우리 역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그분의 부르심에 ''라고 응답할 때, 세상을 향한 하느님의 가장 위대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마리아가 우리에게 전하는 구체적인 삶의 초대입니다. 마리아의 품은 예수님을 품는 품이며 우리가 마지막까지 누군가를 품는 품으로 남아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41 프란치스칸 정체성의 뿌리를 찾아 3 프란치스칸 정체성의 뿌리를 찾아 3   III. 완전주의와 프란치스칸 신학 기독교 완전주의의 개념 및 웨슬리안 전통 기독교 완전주의는 성화의 교리에서 파생된 ... 이마르첼리노M 2025.08.16 66
1640 프란치스칸 정체성의 뿌리를 찾아 2 프란치스칸 정체성의 뿌리를 찾아 2   II. 얀센주의와 프란치스칸 신학 얀센주의의 주요 교리 얀센주의는 17세기 벨기에 이퍼르의 주교 코르넬리우스 얀센의 저... 이마르첼리노M 2025.08.14 36
1639 프란치스칸 정체성의 뿌리를 찾아 1 프란치스칸 정체성의 뿌리를 찾아 1   프란치스칸 신학의 펠라기우스주의, 얀센주의, 완전주의에 대한 입장    “성경과 많은 영성 생활을 잘못 읽게 하는 세 가... 이마르첼리노M 2025.08.14 77
1638 꽃들이 기도하는 새벽에 꽃들이 기도하는 새벽에   새벽을 여는 수탉의 기상 꽃들이 기도하는 새벽 밤새 맺힌 그리움의 이슬 풀잎에 가득 고인 눈물   태양이 눈을 뜨자 자기 옷으로 갈... 이마르첼리노M 2025.08.11 78
1637 구원이 무엇인가요? 구원이 무엇인가요?   1. 너를 품는 마음   내려가기 오만했던 발걸음 멈추고 웅크린 마음의 가장자리로 내려갑니다. 네 고독의 숲에 드리워진 가느다란 이슬 한... 이마르첼리노M 2025.08.10 50
1636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는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는   변화의 길에서는 아래에 보물이 있네 길은 위로 뻗지 않고 아래로 향하는 겸손의 길. 자신을 비우는 가난의 길, 그곳에만 진정한 변... 이마르첼리노M 2025.08.09 51
1635 더 담을 수 없는 슬픔을 아시나요? 더 담을 수 없는 슬픔을 아시나요?   ‘아름다운 세상, 눈물 나게 하는 슬픔’ ‘눈물 나는 세상 아름답게 하는 슬픔’   ‘아름다운 세상, 눈물 나게 하는 슬픔’ 세... 이마르첼리노M 2025.08.09 92
1634 빛의 함성을 들어보세요?   빛의 함성을 들어보세요?   나는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 나그네   만약 당신이 나와 함께 있지 않다면 태양이 없는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아요... 이마르첼리노M 2025.08.08 87
1633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질문은 우리 존재의 근원에 대한 가장 깊은 질문입니다. 누구든지 존재의 뿌리를 잃어... 1 이마르첼리노M 2025.08.07 83
1632 또 다른 낙원을 찾아서 또 다른 낙원을 찾아서   모두가 죄를 지어 잃어버린 빛 잃어버린 영광 하늘의 그 모습   죄의 그림자 짙게 드리워 닿을 수 없는 곳에 머무는 하느님의 사랑   ... 이마르첼리노M 2025.08.06 59
1631 예수님을 따라가다 발견하는 보물들 예수님을 따라가다 발견하는 보물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 이마르첼리노M 2025.08.04 109
1630 굴복과 사랑의 노래 굴복과 사랑의 노래   세상의 창고를 비우고서야 비로소 담기는 하늘의 양식 내 작은 지도를 접고서야 비로소 보이는 그분의 길 나를 부수어 향기로운 옥합이 될... 이마르첼리노M 2025.08.04 66
1629 흙에서 태어난 순례자의 노래 (골로사이 3장을 읽고) 흙에서 태어난 순례자의 노래 (골로사이 3장을 읽고)   나를 채웠던 단단한 '나'를 가난한 누이에게 기쁘게 내어주니 비로소 내 안에 깃들 하느님의 자리가 생겨... 이마르첼리노M 2025.08.03 62
» 마리아는 육화의 도구로써의 원형 (천사들의 성 마리아 포르치운쿨라 축일에) 마리아는 육하의 도구로써의 원형 (천사들의 성 마리아 포르치운쿨라 축일에)   성 프란치스코와 성모 마리아의 관련성은 프란치스칸 영성의 핵심을 이해하는 데... 1 이마르첼리노M 2025.08.02 218
1627 만들어진 나와 참된 나 만들어진 나와 참된 나   영성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만들어진 자아상'에 대한 집착하는 데서 나옵니다. 이는 하느님 안에서 본래부터 ... 이마르첼리노M 2025.08.01 98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2 Next ›
/ 11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