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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속에서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

 

연초록의 생명이 무성하게 피어올라 실록으로 변하는 과정은 마치 인간의 성장과 내면의 변화와도 닮아있다. 처음엔 연약하고 여린 존재였던 우리는, 삶의 풍파를 거치며 더욱 단단한 모습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그 변화 속에서도 자연의 흐름처럼 예측할 수 없는 굴곡이 우리를 흔든다.

 

한때 따스한 봄바람에 기쁨을 누리던 생명들은 급격한 날씨의 변화 앞에서 숨을 고른다. 꿀벌들이 아카시아 꽃을 찾았으나 차가운 기온에 빈손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마치 우리의 삶에서도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 낸 기후 변화는 이제 우리에게 더욱 강렬한 신호를 보내며, 자연의 균형이 흔들리고 생명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절망할 수 없다. 세상의 변화 속에서 인간의 내면 또한 성장하고 깨달음을 얻는다. 어둠이 짙을수록 빛은 더욱 강하게 빛나며, 혼돈 속에서도 믿음과 사랑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하느님의 손길은 마치 곡식의 알곡과 쭉정이를 가려내듯이 우리를 흔들고 정화하는 과정에 있는 것은 아닐지?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도 믿음을 지키는 자들은 더욱 단단해지고, 진리를 붙잡으려는 손길은 시련을 통해 더욱 깊어진다. 인간의 내면에 깃든 영적 힘은 절망 속에서도 길을 찾으며, 하느님의 사랑은 변함없이 우리를 지탱하고 있다.

 

평범한 상처가 뒤에 성스러운 상처로 될 수 있다. 어떤 고통만이 우리의 교만과 무지를 무력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것처럼 보인다. 인간의 고통은 우리가 통제되지 않을 때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통제하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하다가 통제 불능에 빠지면 내면에 상처를 입는다. 내 말을 들어줘야 할 사람이 나를 거슬러 말하고 행동할 때 분노하거나 불평한다. 내가 다스리는 나라를 타인은 좋아하지 않기에 통제 자체를 멈춰야 한다. 강요된 사랑은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아픔을 바꿔놓지 않으면 틀림없이 물려주게 될 것이다. 아픔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알려주지 않는 믿음은 가짜요 폐기 처분할 믿음이다.

 

자기 상처를 성스러운 상처로 바꾸는 길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는 만사에 부정적이거나 비정하고 냉혹한 사람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계속해서 상처를 입을 테니까. 모든 고통에 구원이 잠재되어 있고 모든 상처에 성스러운 상처가 잠재되어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들로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그것들 안에서 하느님을 찾을 수 있을까? 고통에 담긴 의미를 찾고 하느님은 그 안에 계신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것을 더 좋게 쓰실 수 있는 하느님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는 마음을 닫게 되고 후반부 인생이 비참하고 바보처럼 느껴질 것이다. 더 깊은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아픔과 고통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만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것이 십자가의 신비다.

 

연록에서 실록으로 가는 길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여정과 닮아 있으며, 우리도 결국 연약한 시작에서 단단한 성장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변화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것, 그리고 세상의 어둠 속에서도 영적인 사랑과 믿음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우리 삶의 본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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