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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시리아 페니키아 여인의 대답은 대단히 감동적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순발력이 있고 재치가 있을까 그 대답이

놀랍기도 하지만 이것은 순간적인 재치가 아닌 그의 인격이고 믿음입니다.

 

우선 그의 믿음이 감동적입니다.

주님께서 말씀은 그렇게 하지만 꼭 들어주실 거라고 믿은 것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 이때의 믿음은 믿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없는,

믿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함과 간절함 때문에 믿는 그런 것을 넘어

주님을 꿰뚫어 보고 믿은 것입니다.

 

사실 너무 절박하고 이제 다른 어디에 기댈 곳이 없을 때 우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조건 그리고 누구라도 믿을 수 있는데

그녀는 주님의 속마음을 꿰뚫어보고 믿은 것입니다.

 

주님은 인종차별자나 유대주의자가 아니시라는 것을,

자기와 자기의 딸을 유대인 못지않게 사랑하신다는 것을

그래서 말씀은 그렇게 하지만 딸을 구원해주실 거라는 것을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 여인에게 이런 직관력이 없었을지라도 이 여인은 대단합니다.

그런 모욕에도 담담하고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는 자존감이 대단합니다.

자존감이 너무도 약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모욕이나 비난은 물론이고

조심스런 지적이나 관심의 작은 편차에도 크게 상처받고 존재가 무너지지요.

 

이 여인의 자존감은 그리고 무릇 모든 진정한 자존감은

남의 칭찬이나 모욕, 비판이나 옹호에 흔들리나나 좌우되지 않아

자존심을 내세우지도 않고 또 상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이 여인의 진정한 위대함은 부스러기 충만입니다.

어쩌면 그의 인생이 처참하게 부서진 부스러기 인생이었을지 모릅니다.

일생 좋을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평생가난을 살아야만 했고,

좋을 것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자기 딸이 더러운 영에 사로잡힘으로써

최악의 상태로 지금까지 근근히 살아온 부스러기 인생 말입니다.

 

그런데 실은 이것이 온실에서 큰 사람이 도저히 가질 수 없는

그녀의 강점입니다.

 

좋은 것만 누리던 사람은 웬만큼 좋은 것은 만족할 수 없고,

악을 별로 경험치 않고 살아온 사람은 조그만 악에도 너무 고통스러워 하고,

조그만 실패에도 크게 좌절하고 조그만 고통에도 불행해하지만

선이 하나도 없고 최악의 상태인 사람은 그보다 더 나쁠 것은 없고,

조그만 선도 과분한 선이 되지요.

 

저희 가리봉 공동체에는 성체가 없기에 성체 없이 하느님 만나다가

어제는 모처럼 성체 앞에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성체 앞에 머물고 있는데 성체를 통해 하느님이 더 가까이 느껴지며

고요와 만족이 마음 안으로 스며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아, 좋다!' 하고 그 만족스러움이 입으로 터져나오고

그런데 이어서 '하느님도 좋고 인간도 좋다',

'하느님도 만족스럽고 여자도 만족스럽다'는 생각이 느닷없이 들었습니다.

 

우리에겐 만유 위에 하느님만을 사랑해야 한다는 강박들이 있어왔고 그래서

이런 강박의 관점에서 보면 저는 어쩌면 양다리 걸치기를 하는 것인데

저는 진정 둘 다 만족하고 있었고 그러나 크게 죄책감이 없었습니다.

 

이어지는 묵상은 그러나 하느님으로 만족하기에 인간 만족은 여분이고,

그래서 인간 만족은 없어도 되거나 없어도 돼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인간의 선이 하나도 없는 최악일 때 그리고 십자가 박에 없을 그때

하느님만이 모든 것 위에 유일한 선이고 만족이 되겠지요

 

그래서 결론은 이렇습니다.

부스러진 인생에게는 부스러기도 충분하다.

부스러기 인생에게는 부스러기도 은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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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02.13 06:42:30
    신부님의 말씀을 같은 전례시기에는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02.13 06:41:19
    19년 연중 제5주간 목요일
    (모욕의 뜻)
    http://www.ofmkorea.org/195196

    18년 연중 제5주간 목요일
    (부스러기 인생)
    http://www.ofmkorea.org/117472

    17년 연중 제5주간 목요일
    (혹시 내가 은둔형 외톨이?)
    http://www.ofmkorea.org/98989

    15년 연중 제5주간 목요일
    (우리는 진정한 협력자일까?)
    http://www.ofmkorea.org/74825

    14년 연중 제5주간 목요일
    (겸손의 내공)
    http://www.ofmkorea.org/60258

    12년 연중 제5주간 목요일
    (부스러기이지만 너무 충분한...)
    http://www.ofmkorea.org/5554

    11년 연중 제5주간 목요일
    (반려자와 협력자)
    http://www.ofmkorea.org/4843

    10년 연중 제5주간 목요일
    (믿음의 시험)
    http://www.ofmkorea.org/3629

    09년 연중 제5주간 목요일
    (이 믿음을 보라)
    http://www.ofmkorea.org/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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