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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복음 말씀 묵상 ✝️
요한 17,11ㄷ–19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 기도하십니다.
“아버지, 저들을 당신 이름으로 지켜 주십시오.
그래서 저희처럼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십시오.”
그리고 이어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라고 기도하십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단지 가르치고 떠나시는 분이 아니라
그들을 아버지께 맡기시며
끝까지 보호와 거룩함과 일치를 청하시는 분임을 보여 줍니다.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는
삼위일체의 신비를 말할 때
하느님의 생명은 분열이 아니라 친교이며,
참된 거룩함은 고립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의 일치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이 기도는
제자들을 단지 안전하게 보호해 달라는 청을 넘어
하느님의 생명 안에 참여하게 해 달라는 기도입니다.
“저희처럼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십시오”라는 말씀은
교회의 일치가 인간적 합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친교를 닮아 가는 은총임을 드러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세상 안에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세상을 미워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 한가운데 살되
세상의 거짓과 폭력,
교만과 분열의 방식에 완전히 물들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 밖으로 도망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 안에서 다른 중심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그 중심은
권력이 아니라 진리이고,
지배가 아니라 사랑이며,
자기보존이 아니라 파견된 생명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하십니다.
거룩함은
현실을 떠난 특별한 분위기가 아니라
진리 안에서 사는 삶입니다.
거짓을 버리고,
삶의 중심을 하느님께 두고,
말과 행동과 관계가 진실 안에서 정돈되는 것,
그것이 거룩함입니다.
나지안조의 그레고리오도
거룩함을 단지 외적 경건이 아니라
하느님의 빛에 참여하는 삶으로 보았습니다.
진리는 사람을 차갑게 만드는 지식이 아니라
삶을 하느님께 맞추어 가게 하는 빛입니다.

문화 주간의 관점에서 보면
오늘 복음은
문화가 무엇을 중심으로 하나 됨을 이루는지 묻습니다.
세상은 종종
공통의 적, 공통의 욕망, 공통의 두려움으로 사람들을 묶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아버지의 이름과 진리 안에서 하나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십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문화는
선동과 자극의 문화가 아니라
진리와 거룩함,
보호와 친교의 문화입니다.
무엇을 함께 소비하느냐보다
무엇 안에서 함께 거룩해져 가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또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저를 세상에 보내신 것처럼
저도 이들을 세상에 보냈습니다”라고 하십니다.
이는 일치가 안으로만 모이는 정지 상태가 아니라
세상 속으로 보내지는 사명과 연결되어 있음을 뜻합니다.
참된 일치는 닫힌 울타리가 아니라
세상 한가운데서도 함께 진리를 증언하는 친교입니다.
교회가 하나여야 하는 이유는
그 하나 됨이 세상 속 파견의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조용히 묻습니다.
나는 무엇 안에서 하나 되기를 원하는가?
편안함인가, 내 편의식인가,
아니면 아버지의 이름과 진리인가?
나는 거룩함을 외적인 경건으로만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세상 속에 있으면서도
정말 주님의 중심으로 살고 있는가?
주님께서는 오늘도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며
하나 됨과 거룩함의 길로 이끄십니다.

주님,
아버지의 이름 안에서 저를 지켜 주소서.
분열보다 친교를,
거짓보다 진리를,
세속적 두려움보다 거룩한 용기를 선택하게 하시고
당신의 기도 안에서
하나 되는 교회의 길을 걷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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