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의 공동 축일입니다.

그런데 지난 축일 강론들을 보니 다 필립보 사도에 대한 강론만 있고,

야고보 사도에 대한 강론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은 지난 토요일에도 읽고 나눔을 한 것이기에

그래서 올해 축일은 야고보 사도 얘기를 할까 생각하고

사도행전에서 야고보 사도를 언급하는 구절을 뽑아봤습니다.

 

"이 일을 야고보와 다른 형제들에게 알려 주십시오."

이 구절은 베드로 사도가 감옥에서 기적적으로 풀려난 뒤

그 사실을 교회 공동체에 알리면서 야고보를 꼭 집어서 언급하는 내용인데

이것은 마치 제가 제게 중요한 일을 있어서 공동체에 보고해야 할 때

관구장님을 통해 공동체에 보고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다음의 언급은 사도 회의가 열렸을 때의 얘기입니다.

"그들이 말을 마치자 야고보가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도 회의는 초기 교회가 부닥친 첫 번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집된,

곧 유대교 신자들이 바오로와 바르나바에게 이방인들도 할례를 받게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이에 반발한 바오로와 바르나바가 사도들에게 유권해석을

요청하여 소집된 회의인데 이 중요한 회의에서 야고보 사도는

사도들을 대표하여 논란을 종식하는 중요한 발언을 하는 것입니다.

 

발언의 요지는 이방인들에게 유대교 관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이 결정과 발언으로 그리스도교가 유대교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 거지요.

 

"바오로는 우리와 함께 야고보를 찾아갔는데 원로들도 모두 와 있었다."

이것은 야고보에 대해 사도행전에서 마지막으로 언급하는 내용인데

예루살렘에 가면 유대인들에 의해 붙잡힐 것을 알면서도

바오로 사도는 예루살렘에 갔을 때 야고보를 찾아갑니다.

 

이 얘기들을 통틀어 볼 때 야고보 사도는 매우 듬직한 사도였고

그래서 초대 교회에서 사도 베드로와 함께 중심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데 야고보 사도는 어떻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중심역할을 할 사람은 중심이 잡혀있는 사람이고,

중심이 제대로 잡혀있는 사람은 하느님이 그 중심인 사람인데,

제 생각에 야고보 사도가 바로 이런 사람입니다.

 

저는 요즘 자주 제가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왜 그런 느낌이 들까 성찰해보니 그것은 제가 전에 비해 갈팡질팡하고

들떠있었기 때문이라는 답이 기도 안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갈팡질팡하는 이유는 저의 중심이 잡혀있지 않기 때문에

남의 눈치를 본다든지 남의 말에 제 판단이 흔들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전보다 제 판단이 흔들린 것은

전에는 비록 제가 교만했지만 제 판단에 자신이 있었고

제 판단을 믿었기에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았는데

이제는 제 판단을 제가 옛날만큼 믿지 못해 그리된 거였습니다.

 

그런데 성찰을 더 깊이 해보니 이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저는 직관적인 판단 능력이 뛰어나 95%는 저의 직관적 판단이 맞지만

5%의 큰 실수가 있을 수 있으니 그것을 조심하라고 저의 성격 검사를

해주신 교수님이 충고할 정도로 직관적인 판단력이 있었고 여기에

교만까지 더하여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것인데 이것이 흔들리는 겁니다.

 

그런데 썪은 이빨은 흔들려야 하고 빼야 하듯 잘못된 중심은 흔들려야 하고,

이것을 계기로 제가 제대로 중심이 잡히면 되는데 문제는 '어떻게'입니다.

 

그것은 신앙적인 중심잡기이고,

하느님을 나와 공동체의 중심에 두는 것인데

이 중요한 깨달음을 선사한 야고보 사도가 참으로 고마운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