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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나누기
김명겸요한 2020.09.13 06:41

연중 제24주일

조회 수 349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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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서라고 하면 왠지 답답하고

 해야할 숙제를 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용서할수 있다라는 표현보다는

 ‘용서해야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숙제로 느낄수록 빨리 하고 지나가는 것보다

 보지 않으려고 눈을 돌리고

 ‘나중에나중에’ 하면서 옆으로 밀어 둡니다.

 하지만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은

 숙제를 하지 않았을 때의 찝찝한 마음처럼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왜 우리는 선뜻 용서하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하는 자신도 있는 그대로 두지 못할까요?


 용서의 상황에는 우선 상처가 있습니다.

 용서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진 빚이 있습니다.

 나는 그 빚을 받고 싶습니다.

 용서해야한다는 말로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그 빚을 잊으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빚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돌려받지 못할 것에 대한 마음 아픔만

 더 커질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돌려받지 못할 바에는

 아예 없었던 것처럼 덮어두고 묻어두라고 말합니다.

 덮어두고 묻어두고 싶지만

 그래서 그렇게 노력하지만

 문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문득문득 기억에 떠오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누구는

 용서는 죽을 때까지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죽을 때까지 용서해야 하고

 죽을 때까지 용서하지 못하는 자신을 마주해야 하고

 그래서 죽을 때까지 행복하지 않습니다.

 무엇인가 이상합니다.

 빚을 진 사람이 불행해야 하는데

 돌려 받아야 하는 사람이 더 불행합니다.


 용서가 미덕이 되다보니

 내가 받은 상처는 이야기하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누구나 다 살아가면서 상처 하나 없는 사람 없다는 식으로

 아파하는 나를 이해해 주기보다는

 상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나에게

 유난을 떤다고 이야기합니다.

 상처는 조용히 혼자 해결하고

 나는 용감히 상대방을 용서해야 합니다.

 힘이 많이 듭니다.

 더욱이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상처가 다가올 때에는

 버틸 힘 조차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이

 이런 모습일까요?

 용서라는 이름으로

 나 자신이 행복하지 못하고

 무너져내리는 것을 원하시는 하느님이실까요?


 우선 내가 받은 상처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상처를 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상처를 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덮어두는 것에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상처를 보라고 하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갈팡질팡합니다.

 또한 상처를 다시 보면

 때의 고통이 다시 느껴지기 때문에

 고통을 다시 당하고 싶지 않아서

 그 상처를 다시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처를 보자는 말은

 내가 지금 상처받은 상태이구나

 내가 지금 아파하고 있구나

 이것부터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아파하는 나의 모습에서

 나는 또 혼자있는 나의 모습을 봅니다.

 상처에 대해서 아파하기 보다는

 용서하라고 종용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나도 무엇인가 잘못했을 것이라고 자책하는 목소리에

 또 한 번 눌리면서

 외톨이처럼 구석에 앉아 울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로움 속에서

 우리는 결코 혼자 있지 않습니다.

 내가 아파하는 만큼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면서

 함께 아파하고 계십니다.

 나의 상처를 본다는 것은

 아파하는 나를 보는 것이고,

 동시에 나와 함께 아파하시는 하느님을 보는 것입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보아주시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시는 하느님께서

 나의 상처를 감싸 안아주십니다.

 그렇게 나의 상처가 아물기 시작할 

 비로소 용서라는 단어가 떠오르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 때에 가서는

 더 이상 용서는 해야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우리가 기쁘게 할 수 있는 그 무엇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를 있는 그대로 감싸 안아주시는

 하느님의 그 사랑 속에서

 오늘 하루를 살아가시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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