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49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우선 제주 사람들을 폄하하려고 이 글을 올리는 게 아님을...

 

  애초에 피정 목적으로 '평화'에 목적을 두고 걷기피정을 시작하였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격일 테지만,

특히 세월호 희생자들과 강정마을의 평화를 염두에 둔 것.

 

  그렇게 출발을 하여 마침 내려가는 그룹에 끼어 첫 날 도착한 곳이 '팽목항'!

희생된 수많은 아이들의 맑은 영혼들은 천국에 있겠지만,

남아있는 가족들이나 전국민들은 왜 그랬어야 했는지 전혀 영문도 모른 채 아연실색...

사건 1년이 넘어서도 전혀 풀릴 것같지 않은 미궁의 실타래!

하기사 교회의 고위직 성직자들까지도 꿈쩍도 하지않는 정부 방침에 아부하는 건지 편승하고 있으니까...

 

  2일째 광주를 거쳐 제주에 도착한 시각은 저녘 6시 반경이었다.

아침 저녘으로 누릉지를 끓여먹을 요량으로 준비해간 밑바찬과 코펠 버너, 여름 침낭의 무게가

그 정도라는 걸 조금이라도 감안했더라면, 아마도 걷기 시작조차 못했으리라.

어쨌거나 이미 내쳤으니, 앞 뒤로 나누어 짊어진 배낭의 무게가 하루, 이틀...날이 갈수록

가벼워짐을 느끼면서 마지막 7일째 걷는 날이었다.

 

  올레길 제 10코스였던가, '고산 2리'라는 마을의 뻐스에서 내려,

어리짐작 가깝게 여겨지는 바닷가를 향해 땡볕 속을 30여분 정도 걸었을까.

제주도에 그렇듯 김해평야같이 넓어 보이는 평야가 온통 마늘 농사 뿐이라니!

마침 마늘 수확을 위한 남녀 일꾼들 여러 아줌마 아저씨들이 정자에서 시켜놓은 도시락을 들고있었다.

시간을 보니 12시 반...나도 그늘 한구석 없는 마늘 밭을 한참이나 걸어 간 터라 목마르고 허기지고...

암튼 가방을 내려놓고 쉬었다 가려는 심산으로 그들 곁 정자에 끼어들었다.

 

  한 아저씨 왈- "저기 동네 보이죠?  저 동네에 맛있게 음식을 하는 음식점이 있습니다."

"아, 그래요.  조금 후에 그 집으로 가서 사먹으면 되겠군요."

나는 애초부터 점심을 얻어먹을 생각은 꿈도 못꾸고 피곤한 다리를 쉴겸 털퍼덕 주저앉아

간식이라도 먹을 생각으로 가방을 뒤적였다.

손에 잡히는 것이 가방 맨 밑바닥에 있던 곶감 팩 3개였다.  왜 그때까지 그 곶감을 먹을 생각조차

못했는지...먹는 것 앞에 나는 늘 그런 식이었으니까...ㅉㅉㅉ!

 

  그렇게 손에 잡힌 곶감 팩중 2개를 식사하고 있는 그 아줌마 아저씨들에게 드리면서,

"식사하신 후 후식으로들 드셔요.  말랑말랑 서울에서 가져 온 맛난 곶감이거든요."

그러고나니 그들 맘이 180도로 바뀌어 충분히 먹을 게 남았으니 점심을 먹으란다.

시장한 김에 염치고 뭐고, 끼어들어 젓가락을 들고보니, 먹던 밥은커녕 맛있는 새 도시락 밥이다.

짜장도 있고 제법 영양가 있을 듯 싶은 주문 도시락이니...그들은 일이 바빠 황망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천천히 들고 가십시오.  우리들은 먼저 일어나야 하니..." 하면서  순식간에 일터로 사라지는 거였다.

 

  그랬다.  오래 전에 육지에서 건너 가 제주에서 살고 계신 어느 프란치스칸 재속회원의 말이 떠올랐다.

"제주 사람들이여...?  얼마나 육지 사람들에 대하여 배타적인지...걸핏하면 '육지 것들!'이란 표현을

마다하지 않고 함께 어울리기가 매우 쉽지 않답니다."

"육지 것들!"이란 심한 표현에 내재되어 있는 제주 사람들의 많은 상처를 그저 질타의 대상으로만

돌려선 아니되는 그 무엇을 읽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오랜 제주의 역사적 무고한 큰 사건들이나 현실에 있어서도 그들 나름대로의 깊은 상처들을,

"육지 것들!"이란 한 마디에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역시 제주 토배기 가난한 사람들은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땅들을 육지의 부자들에게 헐값으로

내어주고, 그 자리에 호텔이나 럭서리 팬션, 고급 주택들의 주인들은 돈 많은 육지 사람들의 차지가 

되어 있으니, 여전히 가난을 면치 못하는 그들 마음 한자리엔 "육지 것들!"에 대한 원망 내지 한이 서려있는

깊은 배타성을 배제할 수가 없는 것이다.

 

  강정마을에 가서는 그 아픈 제주 사람들의 마음을 더 깊이 읽을 수가 있어,

그들에게 '평화'란 참으로 까마득하고 요원한 현실일 것만 같아 마음이 심히 아팠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1. 포르치운쿨라 행진 1일째 소식 나눔

    포르치운쿨라 도보 순례단! 각 지방에서 모인 형제 자매들 20명(ofm4명포함)은 순례의 첫 시작을 팽목항에서 하기로 했다 슬픈 팽목항... 아이들을 기억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늘나라로 간 선생님들과 착한 승무원 그리고 이름 없는 그 가난...
    Date2015.07.21 By홈지기 Reply0 Views1529 file
    Read More
  2. No Image

    "하늘 나라가 가까이..." 산다는 것의 의미

    T 평화를 빌며...     최근 산청, 성심원에서 3일간의 연수가 있어 다녀왔다.   3일 내내 그곳은 북상하는 태풍의 영향으로 시원한 해갈의 시간을 마주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다녀 온 시간과 길이 마치 성심원 앞을 유유히 흐르는 경호강과 파노라마 ...
    Date2015.07.09 By김맛세오 Reply0 Views1614
    Read More
  3. No Image

    올레길에서의 바닷 '게'와 정원에서 만난 '족제비'

    T 평화와 선     "얘(게)야, 어디라고 겁도 없이 땡볕에 여기 나와 있는 거니?"     해녀 아줌마, 할머니들과 헤어진 직후 화순이라는 마을을 향해 땡볕 속 해변가 차도를 따라 걷던 중이었다.  대로 포장도로에서 손바닥보다 좀 큰 게와 만났다.   바다...
    Date2015.07.05 By김맛세오 Reply2 Views1495
    Read More
  4. No Image

    "육지 것들...!" (올레길에서의 느낌)

    T 평화와 선   우선 제주 사람들을 폄하하려고 이 글을 올리는 게 아님을...     애초에 피정 목적으로 '평화'에 목적을 두고 걷기피정을 시작하였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격일 테지만, 특히 세월호 희생자들과 강정마을의 평화를 염두에 둔 것.     ...
    Date2015.06.15 By김맛세오 Reply0 Views1490
    Read More
  5. No Image

    올레길에서의 인연...^^

    T 온 누리에 평화   걷기피정을 작정하고 지난 5월 26일∼6월 2일까지의 제주 올레길을 택한 일은 내 인생여정에서 참으로 잘 했다 싶어 조금도 후회가 없다. 하루 꼬박 6∼7시간씩 일주일간 걸으면서 기도와 묵상 안에 침잠하면서 걸었던 그 길이, 특히 제...
    Date2015.06.08 By김맛세오 Reply0 Views1374
    Read More
  6. No Image

    두 동창 녀석들

    T 평화와 선     지난 주간에 희비가 엇갈리는 두 소식을 접했다.     그 하나는 흑석동에서 3년간 덕수상고를 함께 다닌 동창 친구 녀석이 일찍 하늘나라로 갔다는 비보(悲報)였고, 다른 하나는 초교 동창으로서 2년 전인가 암말기의 진단을 받아 죽음의...
    Date2015.05.25 By김맛세오 Reply0 Views1433
    Read More
  7. No Image

    임자 잘 만난 채송화들...

    T 온 누리에 평화     채송화씨를 보셨나요?     먼지만큼 너무 작아, 요것을 심으면 도대체 싹이 나오기나 할껀가 의심스러울 정도죠.   작년에 채송화씨를 사다가 화분에다 고운 흙을 채워 정성들여 싹을 틔운 것이 몇 그루 잘 자라 예쁜 꽃을 잘 보았...
    Date2015.05.11 By김맛세오 Reply0 Views1429
    Read More
  8. No Image

    엄마의 달, 5월이면...

    T 평화와 선     화창한 5월이면 뇌리에 떠지는 것들이 많다.  특히 엄마와 관련된... 1년 열 두달에 어쩌면 이렇듯 따뜻하고 폭은하며 화창한 5월을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셨을꼬!     곧 있으면 하이얀 아까시아 꽃이 온 천지에 반발해 그야말로 코끝 향...
    Date2015.05.01 By김맛세오 Reply0 Views1379
    Read More
  9. No Image

    천인공명(天人共鳴), 천인공노(天人共怒)!

    T 온 누리에 평화     태종 때의 일입니다.  정확히 1405년 5월...   때아닌 집중 홍우로 곳곳에서 물난리가 났습니다.  그 와중에 쌀을 가득싣고 강을 건너던 배가 그만  급물살에 타고있던 1,000여명의 인부와  엄청난 양의 쌀이 폭싹 휩쓸려버렸습니다....
    Date2015.04.14 By김맛세오 Reply0 Views1279
    Read More
  10. No Image

    노루귀와 크로커스

    T 누리에 평화!   꽃샘추위에도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 와 봄이 짙어가고 있다. 아마도 저 아래 남쪽 제주도엔 유채꽃이 한창이겠고, 광양  매화마을이나 그쪽 동네엔 매화가 한창 벙글고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봄이 무르익어감을 실감할 게다.   정동...
    Date2015.03.17 By김맛세오 Reply0 Views1258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