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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은 이런 흐름 안에 있습니다.

그제 주님을 따르는 데 실패한 부자 얘기를 들었고,

부자와 달리 주님을 따라나선 제자들은 현세와 내세에서

보상받게 될 것이라는 주님의 말씀을 어제 들은 데 이어

오늘은 제자들이 그 받을 상을 놓고 자리 다툼하는 내용을 듣습니다.

 

주님께서는 어제 내세와 현세의 상을 다 말씀하셨는데

제자들은 오늘 내세에 받을 상에는 관심이 없고

현세에 받을 상 곧 높은 자리에 관해서만 관심을 표합니다.

 

이런 제자들이 얼마나 한심하셨을까요?

그런데도 나무람 조로 말씀하시지는 않고 차분히 타이르시고 가르치십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저로 말하면 관구장을 했으니 높은 자리에 올라 본 적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랬기 때문인지 책임의 무게와 고통이 먼저 생각나면서

그 자리에 다시 오를 생각이 없고 그것이 오르는 것이라는 생각도 없습니다.

 

사실 큰 사랑이 없으면 그 책임을 맡을 수 없습니다.

오늘 주님의 말씀처럼 섬겨야 하는 책임 말입니다.

 

모든 사람을 섬겨야 하니 모든 사람 밑에 있어야 하고,

그러기에 가장 필요한 것이 겸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겸손만으론 안 되고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엄마가 아기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아기의 온갖 필요를 살펴

돌봐주는데 그것은 겸손 때문이 아니라 사랑 때문인 것과 같습니다.

 

주님께서도 오늘 당신은 섬김을 받지 않고 섬기러 오셨으며,

더 나아가 당신 목숨을 바치려고 오셨다고 하십니다.

 

주님의 비허(kenosis)적 겸손이 주님을 이 세상에 내려오시고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게까지 하였지만 최후 만찬 때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고 십자가상에서 피를 흘리시기까지

제자들을 섬기게 한 것은 그분의 사랑이었다고 전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겸손은 내려가는 것까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려가서 섬기는 것까지 하게 하는 것

더 나아가 죽기까지 하게 하는 것은 사랑이고 수난의 사랑(Passion)입니다.

 

그래서 오늘 주님은 당신이 마실 잔을 제자들도 같이 마시겠냐고 하십니다.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도 마실 수 있느냐?”

 

그러자 그들도 같이 마시겠다고 호기롭게 말하는데 이때 마실 잔이 뭘까요?

주님께서 마실 잔과 제자들이 마시려는 잔은 어떤 것일까요? 같은 잔일까요?

 

주님께서 마실 잔은 고배인데 제자들이 마시려고 하는 잔도 고배일까요?

제 생각에 주님께서 마실 잔은 쓰디쓴 고배(苦杯)인데

제자들이 마시겠다고 한 잔은 승리의 축배(祝杯)일 것입니다.

 

사랑의 고배와

자기만족의 축배 가운데 우리는 어떤 잔을 들지 성찰케 되는 오늘 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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