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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독서와 복음은 둘 다 떠나면서 남기는 말 곧 유언입니다.

그러나 독서가 사도 바오로의 고별사 형태라면

복음은 주님께서 제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형태입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독서의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말씀과

복음의 악에서 지켜 주십사라고 비는 말씀 중에 어떤 말씀을

가지고 나눌까 망설이다 제자들을 위한 주님의 기도를 택했습니다.

 

이 말씀을 통해서 세상이란 어떤 것이고,

악이란 무엇이며 악에서 구해주신다는 것은 무엇인지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세상이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세상입니다.

이 말은 세상이란 세속과 다르다는 말이겠지요.

 

세속이란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는 세상이고 그래서 악이지만

세상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이고 그래서 본래는 선합니다.

 

그렇지만 악도 선 곁에 항상 붙어 있습니다.

밀밭에 인간이 뿌려놓은 가라지인 셈입니다.

 

이것을 일컬어 우리는 죄악이라고 하는데

하느님의 선을 인간이 소유하려다가 지은 죄로 인한 악이며

하느님께서 만드신 악은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인간이 경험하는 악은 두 가지입니다.

인간의 죄 때문에 발생한 악이 하나이고 유한성에서 비롯된 악이 다른 하나입니다.

 

그러므로 악에서 구해달라고 기도할 때,

특히 모든 악에서 보호해달라고 기도할 때 그 뜻을 우리가 잘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미사 때마다 주의 기도를 바친 뒤

주님, 저희를 모든 악에서 구하시고 한평생 평화롭게 하소서. 주님의 자비로

저희를 언제나 죄에서 구원하시고 모든 시련에서 보호하시어라고 기도합니다.

 

이때 죄의 악에서 보호하시고 구해주시기를 우리가 청해야 함은 맞습니다.

그러나 나의 유한성 그러니까 인간의 유한성에서 비롯된 시련이나 악은

보호해주시기는 청하되 구해달라고 청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이 시련이나 악은 겪지 않도록 해달라는 뜻이라면 말입니다.

 

주님께서도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가시어 악마의 혹독한 유혹을 받으심으로써

시련을 마다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맞서 싸워 이겨내셨고 단련을 받으셨습니다.

 

최민순 신부님의 기도라는 시의 내용도 이런 뜻입니다.

예수님! 오늘도 제가 가는 길에서 험한 산이 옮겨지기를 기도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에게 그 험한 고갯길을 올라갈 수 있도록 힘을 주소서.

 

예수님! 오늘도 제가 가는 길에서 부딪치는 돌이 저절로 굴러가길 원치 않아요.

그 넘어지게 하는 돌을 오히려 발판으로 만들어 가게 하소서.

 

예수님! 오늘도 제가 가는 길에서 넓고 평편한 그런 길들을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좁고 좁은 험한 길이라도 주와 함께 가도록 믿음 주소서.”

 

오늘 주님께서도 제자들을 위해 이렇게 기도하십니다.

이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라고 비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악에서 지켜 주십사고
빕니다
. 제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이들도 세상에 속하지 않습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세상에 보내신 것처럼 저도 이들을 세상에 보냈습니다.”

 

세상에 악이 있을지라도 주님께서는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가시듯 세상 안으로

들어오셨고 세례 때 성령을 받으시어 악령을 물리치시고 우리를 구해주셨고,

그런 당신처럼 제자들인 우리도 이 세상에서 빼내시는 것이 아니라

외려 세상 구원을 위해 한가운데로 파견하시는데 다만 이렇게 덧붙이십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세상의 악과 싸울 때 홀로 싸우지 말고 성령의 인도로 성령과 함께

주님께서 싸우셨듯 우리도 그렇게 하나가 되어 싸우라 하시는 겁니다.

 

삼위일체 하느님 사랑 안에서 그리고 삼위일체 하느님 사랑을 본받아

우리가 일치하고 그 일치된 힘으로 모든 악과 시련에서 승리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오늘 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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