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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기도할 것인가?

 

기도는 우리가 바라는 대로 하느님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우리와 우리 삶이 바뀌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주 하느님을 인간 욕망의 해결사처럼 생각합니다. 병을 낫게 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내 계획을 성공시키는 분으로만 이해하려 합니다. 그러나 우주적 그리스도 안에서 신앙은 내 뜻을 이루기 위한 종교에서 존재 전체와 화해하는 삶으로 확장됩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또한 그렇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개인 죄의 면죄부가 아니라, 분열된 우주를 다시 하나로 묶으시는 거대한 화해의 사건입니다. 죽음과 생명, 상실과 탄생, 비움과 충만이 그리스도의 파스카 안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씨앗이 썩어야 싹이 트고,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오며, 자기를 붙드는 손을 놓아야 더 큰 생명과 연결될 수 있다는 우주의 깊은 질서가 십자가 안에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영성의 핵심은 소유가 아니라 참여입니다. 생명을 움켜쥐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생명의 흐름 안에 자신을 맡기는 것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지금까지 너희는 내 이름으로 아무것도 청하지 않았다. 청하여라. 받을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 기쁨이 충만해질 것이다.” 26 그날에 너희는 내 이름으로 청할 것이다. 내가 너희를 위하여 아버지께 청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27 바로 아버지께서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내가 하느님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요한 16,23-24; 26-27)

 

기도는 하느님을 움직이는 일이 아니라 우리 존재가 하느님 안에서 새로워지는 일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기도를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한 간청으로만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하느님의 마음을 설득하는 일처럼 여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깊은 기도의 자리로 들어갈수록 조금씩 알게 됩니다. 기도는 하느님의 뜻을 내 뜻에 맞추는 작업이 아니라, 내 마음과 삶이 하느님의 더 크고 깊은 사랑 안으로 천천히 옮겨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를 끝까지 돌보시는 아버지의 사랑을 믿는 믿음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우리가 청하는 것을 무조건 주지 않으십니다.

 

처음에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기도합니다. 상처 때문에 기도하고, 결핍 때문에 기도하며, 억울함과 외로움 때문에 무릎을 꿇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납니까?” “왜 내 삶은 바뀌지 않습니까?” “왜 저 사람은 변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오래 기도하는 사람은 어느 순간 질문이 달라집니다. “주님, 이 상황 안에서 제가 어떻게 사랑해야 합니까?” “무엇을 붙들고 살아야 합니까?” “무엇을 내려놓아야 합니까?” 그때부터 기도는 세상을 통제하려는 욕망에서 벗어나 자신을 내어 맡기는 신뢰가 됩니다.

 

기도 안에서 하느님은 세상을 억지로 뒤집기보다 먼저 우리의 시선을 바꾸십니다.원망하던 사람을 연민으로 바라보게 하시고, 집착하던 것을 놓아줄 수 있게 하시며, 두려움 속에서도 한 걸음 걸어갈 용기를 주십니다. 환경은 그대로인데 내 영혼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도는 현실 도피가 아니라 현실을 새롭게 살아내는 힘입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세상을 피해 숨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기도하는 이의 삶 안에서 조용히 일하십니다. 조급함을 기다림으로, 분노를 자비로, 소유를 나눔으로, 자기중심성을 관계의 사랑으로 바꾸어 가십니다. 마치 봄비가 메마른 땅을 소리 없이 적시듯, 기도는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 스며들어 굳어 있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듭니다. 기도는 하느님을 내 뜻 안으로 끌어내리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이 하느님의 생명과 사랑의 흐름 안으로 들어가는 일입니다.

 

기도와 우주적 그리스도 그리고 사랑의 현존

바로 아버지께서 너희를 사랑하신다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기도합니다. 고통 속에서 기도하고, 상실 속에서 기도하며, 길을 잃은 밤에도 두 손을 모읍니다. 누군가는 병상에서 기도하고, 누군가는 관계의 아픔 속에서 기도하며, 또 누군가는 설명할 수 없는 공허 속에서 하늘을 향해 침묵처럼 기도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기도는 자주 하느님을 설득하려는 몸짓이 되곤 합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바뀌기를 바라고, 고통이 사라지기를 원하며, 내 계획이 이루어지기를 청합니다. 하지만 깊은 침묵 속에서 오래 기도하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아주 놀라운 진실 앞에 서게 됩니다. 기도는 하느님을 내 뜻 안으로 끌어오는 일이 아니라, 내 존재 전체가 하느님의 더 크고 깊은 생명의 흐름 안으로 천천히 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를 위하여 아버지께 청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바로 아버지께서 너희를 사랑하신다.” 이 말씀은 복음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깊은 선언입니다. 하느님은 냉정하게 앉아 인간의 간청을 심사하시는 분이 아니라, 이미 먼저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기도는 닫힌 하늘의 문을 억지로 열어젖히는 일이 아니라, 이미 우리를 향해 열려 있는 사랑 안으로 우리 자신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우리는 흔히 하느님을 멀리 계신 절대자로 생각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 하느님이 아버지이심을 드러내십니다. 아버지께서는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십니다. 우리의 필요를 우리보다 더 잘 알고 계시며 우리가 청할 때마다 주시는 분이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가 필요하다고 여기실 때 주시는 아버지십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개인의 영혼만을 향한 작은 위로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골로새서가 말하듯 그리스도는 만물의 시작이시며 완성이시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이 그분 안에서 창조되고 그분 안에 머무르며 그분을 향하여 나아갑니다. 그리스도는 단지 특정 종교 집단의 상징이나 인간 문제를 해결해 주는 종교적 존재가 아니라, 온 우주를 관통하는 생명의 중심이며 만물을 하나로 화해시키는 사랑의 질서입니다. 별빛이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듯, 강물이 바다를 향해 흐르듯, 모든 존재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의 생명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참된 기도는 내 욕망의 성취를 위한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그 거대한 우주적 사랑의 흐름 안에 내 삶을 다시 정렬시키는 일입니다. 우리는 자꾸 생명을 소유하려 합니다. 내 시간, 내 건강, 내 사람, 내 삶이라고 말하며 모든 것을 붙들고 움켜쥡니다. 그러나 깊은 영성은 전혀 다른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생명이 우리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명에 속한 것이다.” 이 깨달음 앞에서 인간의 교만은 조용히 무너집니다. 우리는 생명의 주인이 아니라, 더 거대한 사랑의 흐름 안에 잠시 머무는 존재들입니다.

 

숨도 선물이고, 시간도 선물이며, 사랑할 수 있는 마음조차 선물입니다. 그래서 기도는 하느님의 뜻을 바꾸려는 요구가 아니라, 생명의 흐름을 거스르던 우리 안의 두려움과 집착을 내려놓고 다시 그 흐름 안으로 돌아가는 귀향이 됩니다. 기도 안에서 하느님은 세상을 억지로 뒤집기보다 먼저 우리의 시선을 바꾸십니다. 원망은 연민으로 바뀌고, 분노는 자비로 바뀌며, 소유하려는 손은 내어주는 손으로 변해 갑니다. 환경은 그대로인데 존재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도는 현실 도피가 아니라 현실을 새롭게 살아내는 힘입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세상을 피해 숨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된 사람입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가 태양을 형제라 부르고 물을 자매라 부를 수 있었던 것도 만물 안에 흐르는 하느님의 생명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세상을 지배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모든 존재를 같은 사랑 안에 숨 쉬는 형제로 바라보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주적 그리스도를 만난 영혼의 시선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청하여라. 받을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 기쁨이 충만해질 것이다.”라는 말씀도 바로 이 자리에서 이해됩니다. 그 기쁨은 무엇을 많이 소유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미 사랑 안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될 때 우리 존재 안에서 샘물처럼 솟아나는 기쁨입니다.

 

참된 기도의 마지막에는 언제나 이 고백이 남습니다. “주님, 제 뜻이 아니라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제가 생명을 소유하려 하지 말고 생명의 흐름 안에 머물게 하소서. 만물 안에 계시고 만물을 품으시는 당신 사랑 안에서 더 맑고, 더 자유롭고, 더 사랑하는 존재로 살아가게 하소서.” 그리고 바로 그때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붙들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 안에 붙들고 계셨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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