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55 추천 수 2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부활의 소식을 먼저 전하는 봄꽃들의 향연

 

부활의 소식을 먼저 전하는 봄꽃들의 향연

메마른 대지 위로 가장 먼저 들려오는 것은 작고 연약한 꽃들의 조용한 개화입니다. 긴 겨울의 침묵을 지나, 봄꽃들은 하나둘 제 몸을 열어 보이며 부활의 소식을 전합니다. 그것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죽은 듯 보이던 자리에서도 생명은 끝내 다시 일어난다는 사실에 대한 눈부신 증언입니다. 차갑게 식어 있던 땅 위에 피어난 꽃들은 말없이 우리 곁에 다가와, 희망은 늘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속삭입니다.

 

복수초는 아직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는 땅을 뚫고 가장 먼저 노란 빛을 밝힙니다. 얼어붙은 자리에서 피어나는 그 작은 꽃은, 마치 어둠을 밀어내는 첫 등불처럼 우리 마음에 다가옵니다. 눈 속에서도 피어나는 그 강인함은, 생명이란 결코 쉽게 꺼지지 않는 하느님의 숨결임을 보여줍니다. 복수초의 노란 빛은 차가운 계절 끝에서 먼저 울리는 부활의 종소리이며, 절망의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결국 봄은 온다는 약속의 표징입니다.

 

매화는 혹독한 추위를 견뎌낸 뒤 은은한 향기로 자신을 드러냅니다. 그 향기는 요란하지 않지만 오래 머물며, 그 꽃은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기품으로 사람의 마음을 붙듭니다. 매화는 인내가 얼마나 고요하고도 고귀한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추운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고, 견딤은 마침내 향기가 되어 세상에 번져 나간다는 사실을 매화는 몸소 증언합니다. 그래서 매화는 단지 봄의 꽃이 아니라, 시련을 지나 더욱 맑아진 영혼의 얼굴처럼 느껴집니다.

 

목련은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은 듯 피어납니다. 순백의 꽃잎은 기도하는 마음을 닮았고, 햇살을 머금은 그 환한 자태는 세상의 상처를 조용히 어루만지는 위로처럼 다가옵니다. 아직 잎도 피기 전, 가지 끝에 환히 매달린 목련은 마치 텅 빈 자리에서 먼저 빛나는 믿음과도 같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듯한 자리에서 오히려 가장 환한 꽃을 피워내는 모습은, 비워냄 끝에 채워지는 생명의 신비를 보여줍니다.

 

벚꽃은 바람 속에서 흩날리며 봄의 환희를 노래합니다. 나무마다 가득 피어난 꽃들은 마치 하늘에서 쏟아지는 축복처럼 거리와 길목을 밝히고, 그 아래를 걷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잠시나마 환한 빛을 내려놓습니다. 개나리는 담장 곁과 골목마다 노랗게 번지며 봄의 기쁨을 더욱 가까이 끌어옵니다. 도시의 회색빛 풍경은 꽃들 앞에서 물러가고, 무심히 지나던 거리도 어느새 한 폭의 수채화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빛을 띠게 됩니다.

 

살랑이는 바람에 실려 오는 꽃향기는 잠들어 있던 우리의 감각을 하나씩 깨웁니다. 눈으로는 피어나는 빛을 보고, 코끝으로는 은은한 향기를 맡고, 피부로는 달라진 공기의 결을 느끼며, 우리는 비로소 계절이 바뀌었음을 온몸으로 알아차립니다. 죽은 듯 보였던 나뭇가지 끝에서 돋아나는 연초록의 눈과 탐스럽게 맺히는 꽃망울은,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부활의 비유입니다. 사라진 듯했던 생명은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때를 준비하고 있었음을 우리는 그 앞에서 배웁니다.

 

이 봄꽃들의 향연을 바라보며, 우리 또한 마음속에 작은 꽃씨 하나를 심게 됩니다. 차가운 시간을 견디며 살아온 우리 삶에도 언젠가는 다시 피어날 날이 있다는 믿음, 눈물과 침묵의 겨울을 지나 따스한 생명의 계절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희망을 품게 됩니다. 꽃들은 말이 없지만 가장 분명한 언어로 우리에게 말합니다. 견디어 낸 시간은 헛되지 않으며, 상처 입은 자리에도 다시 생명은 피어난다고, 끝난 줄 알았던 자리에서 하느님은 늘 새로움을 시작하십니다. 그러므로 봄은 단지 계절의 이름이 아니라, 우리 존재 안에서 다시 살아나는 희망의 다른 이름입니다.

 

꽃들은 누구보다 먼저 부활의 소식을 전하며, 땅의 언어로 하늘의 신비를 노래합니다. 그들의 향기와 빛과 고요한 아름다움 앞에서 우리도 다시 믿게 됩니다. 생명은 결국 죽음을 넘어선다는 것, 사랑은 끝내 메마름을 이긴다는 것, 그리고 하느님의 시간 안에서는 어느 겨울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이 찬란한 봄날, 당신의 마음과 삶 위에도 부활의 꽃들이 환히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지나온 겨울의 흔적 위에 새로운 향기가 머물고, 오래 견디어 낸 시간 끝에 마침내 눈부신 생명의 빛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2026, 부활절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
    홈페이지 가온 2026.04.04 07:14:45
    "꽃들은 누구보다 먼저 부활의 소식을 전하며",..마음에 새깁니다.감사합니다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20 “의인에게는 빛이 솟아오르고, 마음 바른 이에게는 기쁨이 솟나이다.” (시 96,11) “의인에게는 빛이 솟아오르고, 마음 바른 이에게는 기쁨이 솟나이다.” (시 96,11)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의 외아들을 보내 주셔서, 그를 ... 이마르첼리노M 2026.04.15 115
1819 물과 성령으로 태어남과 위로부터 새로 태어남. 물과 성령으로 태어남과 위로부터 새로 태어남.   요한 복음 3장 5절에서 8절은 예수님과 니코데모의 대화 가운데 드러나는 핵심적인 계시입니다. 이 말씀은 단... 이마르첼리노M 2026.04.13 203
1818 토마스의 이야기 안에서 발견하는 프란치스칸 묵상 토마스의 이야기 안에서 발견하는 프란치스칸 묵상   부활하신 주님께서 토마스를 찾아오신 그 장면은 단순한 의심과 확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간... 이마르첼리노M 2026.04.12 154
1817 프란치스칸 정체성의 근원에 대한 묵상 프란치스칸 정체성의 근원에 대한 묵상   복음으로 존재하는 삶 작은형제들의 정체성은 어떤 기능적 유용성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잘하는 집단인가”... 이마르첼리노M 2026.04.11 142
1816 순결한 고독 속에서 길어 올린 사랑의 편지 2 순결한 고독 속에서 길어 올린 사랑의 편지 2   사랑하는 당신께, 창밖으로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밤과 낮의 경계가 아직 흐릿하게 남아 있는 이른 아침, 세... 이마르첼리노M 2026.04.10 128
1815 순결한 고독 속에서 길어 올린 사랑의 편지 1 순결한 고독 속에서 길어 올린 사랑의 편지 1   사랑하는 이들이여! 그대들이 보여준 글썽이는 눈물에 담긴 사연들을 영의 현존 아래에서 떠 올립니다. 창밖으로... 이마르첼리노M 2026.04.10 118
1814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성경에 기록된 대로, 그리스도는 고난을 겪고 사흘 만에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그리고 예루살렘에서부터 시... 1 이마르첼리노M 2026.04.09 144
1813 엠마오의 길에서 드러난 부활의 방식 엠마오의 길에서 드러난 부활의 방식   부활하신 주님께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시는 방식은 우리의 기대와 자주 어긋납니다. 인간은 확실한 증거, 눈부신 기적, ... 이마르첼리노M 2026.04.08 181
1812 새벽의 정원에서 부활하신 분의 호명, 새벽의 정원에서 부활하신 분의 호명, 이름을 부르시는 그 음성을 들은 순간, 마리아 막달레나는 눈으로 보지 못하던 것을 비로소 알아보았습니다. 그녀가 깨달... 이마르첼리노M 2026.04.07 135
1811 일상의 갈릴래아에서 부활의 신비를 만나다. 일상의 갈릴래아에서 부활의 신비를 만나다.   관계 안에서 드러나는 살아 계신 주님의 현존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하신 그 말씀은... 이마르첼리노M 2026.04.06 180
1810 우주와 피조물과 함께 부르는 프란치스칸 부활 찬미가 우주와 피조물과 함께 부르는 프란치스칸 부활 찬미가   1. 우주와 함께 울려 퍼지는 부활 찬미가   영원으로부터 계신 생명의 근원이시며 시간과 공간을 넘어 ... 이마르첼리노M 2026.04.05 156
» 부활의 소식을 먼저 전하는 봄꽃들의 향연 부활의 소식을 먼저 전하는 봄꽃들의 향연   부활의 소식을 먼저 전하는 봄꽃들의 향연 메마른 대지 위로 가장 먼저 들려오는 것은 작고 연약한 꽃들의 조용한 ... 1 이마르첼리노M 2026.04.03 155
1808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   파스카 신비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믿음의 길 가톨릭 신앙에서 가상칠언은 단순한 죽음의 마지막 말씀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이 인간... 이마르첼리노M 2026.04.03 139
1807 에고의 죽음은 최후 만찬과 예수님의 죽음의 신비에 참여하는 사건 에고의 죽음은 최후 만찬과 예수님의 죽음의 신비에 참여하는 사건   인간의 영적 여정 안에서 일어나는 에고의 죽음은 단순한 심리적 과정이 아니라, 최후의 만... 이마르첼리노M 2026.04.02 82
1806 부활의 빛 안에서 드리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 부활의 빛 안에서 드리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서는 침묵 속에서도 말씀하시는 분이십니다.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서도 ... 이마르첼리노M 2026.04.01 177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124 Next ›
/ 124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