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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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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복음으로 인류의 아침을 맞이합시다.

 

평화는 먼 미래의 이상이 아니라 오늘 내 마음이 어디에 머무는가에 대한 선택입니다. 급히 판단하려는 혀를 멈추고, 이겨야 한다는 충동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마음은 숨을 고릅니다. 평화는 소리를 높이지 않습니다. 대신 낮아진 자리에서 오래 버팁니다. 칼날을 쥔 손이 힘을 풀면 손바닥의 온기가 먼저 돌아오듯, 평화는 힘을 포기한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형제애는 같은 생각을 나누는 일이 아니라 같은 취약함을 인정하는 일입니다. 너도 나처럼 상처받을 수 있고, 나 역시 너처럼 길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 덜 가혹해집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날에도 해치지 않겠다는 약속, 그 약속이 형제의 길을 만듭니다. 우리는 같은 속도로 걷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빵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희망은 크고 분명한 계획에서 자라지 않습니다. 희망은 오늘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작은 끈기, 실패한 자리에서도 다시 씨를 묻는 고집스러운 신뢰입니다. 땅은 어제의 흔적을 지우지 않지만, 씨앗은 그 흔적을 피해가며 길을 냅니다. 희망은 결과가 아니라 방향이고,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해 몸을 틀 줄 아는 용기입니다.

 

작음과 단순성은 결핍이 아니라 자유의 다른 이름입니다. 덜 가지겠다는 결단은 더 사랑하겠다는 선언이고, 덜 말하겠다는 침묵은 더 듣겠다는 약속입니다. 불필요한 것을 내려놓을수록 삶은 가벼워지고, 가벼워질수록 우리는 더 멀리 함께 걸을 수 있습니다. 단순함은 삶을 축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본질만 남겨 길을 분명하게 한다.

 

기쁨은 요란하지 않습니다. 기쁨은 조용히 스며듭니다. 이해받지 못한 날에도 선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 작은 친절이 누군가의 하루를 버티게 했다는 기억 속에서 기쁨은 자랍니다. 그것은 박수보다 숨결에 가깝고, 환호보다 감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오래 남습니다.

 

자유는 혼자가 되는 데 있지 않다. 자유는 사랑에 기여할 수 있을 때 가장 위대하고, 아름답습니다. 내 뜻을 조금 비워 당신이 들어올 자리를 만들 때, 나는 덜 사라지고 더 살아납니다. 자유는 움켜쥘수록 줄어들고, 내어줄수록 깊어집니다.

 

이렇게 우리는 배웁니다. 평화는 관계 안에서 태어나고, 형제애는 선택 안에서 자라며, 희망은 작음 속에서 숨 쉬고, 단순함은 기쁨을 낳고, 기쁨은 자유를 부른다는 것을. 오늘 우리가 내딛는 이 조용한 한 걸음이 내일의 큰 소란을 잠재울 강이 되기를 바라며, 우리는 다시 오늘을 살아갑니다. 작게, 단순하게, 그러나 함께

 

기도합시다.

태초에 빛을 부르시던 하느님! 어둠 속을 걷고 있던 이들에게 당신은 다시금 아침을 열어 주십니다. 밤의 그림자가 아직 대지를 덮고 있을지라도 주님의 자비는 새벽처럼 먼저 다가와 선과 악을 가리지 않고 모든 집의 문을 두드리십니다.

 

얼어붙은 강 아래에서도 생명의 물은 흐르고, 상처 입은 흙 속에서도 당신의 숨결은 씨앗을 깨웁니다. 주님, 오늘 우리가 보는 이 빛은 정복의 빛이 아니라 살아나게 하는 빛,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게 하는 복음입니다.

 

피 흘리게 하던 무기는 땅을 일구는 도구가 되게 하시고, 적대의 언어가 울리던 자리에 형제의 인사가 오가게 하소서. 총성 대신 아이들의 웃음이 창조의 첫 노래처럼 울려 퍼지고, 메마른 역사 위에 눈물 대신 화해의 이슬이 내리게 하소서.

 

우리는 압니다. 하늘 아래 모든 인간은 당신의 숨을 나누어 받은 하나의 가족임을. 피부의 빛깔과 말의 소리는 달라도 아픔 앞에서 떨리는 눈과 기쁨 앞에서 뛰는 심장은 하나입니다. 서로를 형제라 부를 때 우리는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며, 가장 작은 이 안에서 당신의 얼굴을 알아볼 때 비로소 참된 평화가 시작됨을 오늘 다시 배웁니다.

 

, 평화의 하느님!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하소서. 미움보다 용서를, 지배보다 섬김을, 승리보다 공존을 선택할 가난한 용기를 주소서. 굶주린 아이의 식탁 위에 일용할 양식을 넘치게 하시고, 길을 잃은 난민의 발걸음 위에 머물 집의 온기를 허락하소서. 당신의 평화는 말이 아니라 빵이며, 선언이 아니라 상처를 감싸는 손길임을 우리가 잊지 않게 하소서.

 

2026, 이 시간의 문턱에서 우리는 당신 앞에 서서 기도합니다. 미움의 칼날을 무디게 하시고, 우리의 마음을 열어 주소서. 지나온 고통은 회개의 밭이 되고, 다가올 평화는 작고 소박한 꽃으로 피어나 이 땅의 모든 피조물 위에 향기를 퍼뜨리게 하소서.

 

주님, 오늘 우리가 내딛는 이 작고 보잘것없는 화해의 한 걸음이 마르지 않는 평화의 강이 되어 세대를 넘어 흐르게 하소서. 새해에는 세상의 소음이 잦아들고, 당신의 복음이 가난하고 조용한 방식으로 모든 마음에 스며들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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