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이런 의문이 생겼습니다.
요셉은 행복했을까? 불행했을까?
자기 아들 대신 그리스도의 아버지가 된 것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인간적으로는 불행한 그러나 신앙적으로는 행복한 분입니다.
아내와 자식을 스스로 내준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빼앗겼으니 불행합니다.
그러나 타의가 다름아닌 하느님의 뜻이요 인류 구원을 위한 것이니 행복합니다.
이것은 요셉뿐이 아니라 마리아도 마찬가지이고 모든 성소자가 마찬가지입니다.
진정 하느님의 부르심에 충실한 성소자라면 다시 말해서 인류 구원을 위해
부르심을 받고 뽑힌 성소자라면 그래서 자신을 완전히 희생 봉헌한 사람이라면
인간적으로 불행한 것을 신앙적으로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입니다.
제 자랑 같아서 얘기하기가 조심스럽지만,
-그래서 결코 자랑하려는 뜻에서 하는 얘기가 아니지만-저는
너무 행복한 성소자이고 그래서 저와 같은 삶을 살 수 없는 분들에게 미안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다른 것 안 해도 되고 사랑만 할 수 있는 제가 너무 행복합니다.
그렇습니다. 진정 행복할 뿐 아니라 너무 행복합니다.
저의 희생과 봉헌에 비해 지나치게 행복합니다.
사실 저의 희생이랄까 봉헌이 여러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고,
또 따지고 보면 누구를 위한 것이기보다 저의 행복을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행복한 것에 대해 저는 하느님께 감사하고 여러분께는 미안해하는 겁니다.
이것은 마치 고속도로에서 버스 전용 차선을 타고 밀린 길을 가는 것과 같습니다.
남은 생은 인류 구원까지는 못 하더라도 몇 사람에게라도 구원이 되는,
그러기 위해서 진정한 의미에서 저를 조금이라도 더 희생하고 봉헌할 줄 아는,
구원의 성소자가 될 수 있기를 요셉을 보면서 반성하고 기도하는 오늘 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