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시다시피 오늘 축일은 마리아가 주님을 원죄 없이 잉태하신 축일이 아닙니다.
마리아가 원죄 없이 주님을 잉태하셨다는 것도 사실이고 기릴만한 것이지만
오늘 축일은 마리아가 원죄 없이 잉태되셨다는 축일이고 그것을 기념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주님 성탄이나 주님 잉태처럼 역사적인 사건이 아니며
그러기에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마리아가 원죄 없이 잉태되지만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 마리아도 모르고,
부모라고 하는 요아킴과 안나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리고 모를 뿐 아니라 마리아도 부모도 한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아무런 공로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아무 공로가 없다니 은총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이 축일은 인간의 구원역사상 가장 엄청난 은총에 대한 기념입니다.
우리가 보통 체험하는 은총은 우리가 뭘 하려고 했지만
별로 한 것이 없는데도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 체험합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은총에는 나의 원의라도 있었거나
원의 실현을 위해 조금이라도 내가 한 것이 있지만
마리아의 원죄 없이 잉태되심의 경우에는 잉태될 때
그럴 원의도 없었으며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리아의 원죄 없이 잉태되심의 경우는
태어나기 전 아예 존재조차 없을 때 받은 은총이며,
천지창조 이전부터 계획되고 정해진 은총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창조계획 안에 이미 구원계획이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창조계획이 그만큼 더 대단한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창조계획이 완전한 사랑의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간도 2세 출산을 계획할 때 그를 키울 계획까지 합니다.
무책임한 사랑의 경우 애를 낳고는 키울 수 없어 내버리기도 하지만
정상적인 사람이 사랑으로 애를 낳을 땐 애를 키울 계획까지 합니다.
그러니 하느님 사랑의 경우엔 창조 안에 구원이 더욱 완벽하게 있지 않았겠습니까?
당신이 창조하신 인간이 구원에서 제외되도록 버려둘 리가 결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마리아의 원죄 없이 잉태되심의 계획은
아담과 하와의 원죄 후에야 계획된 것이 아니라
창조 때의 계획이자 창조 이전부터의 계획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창조와 구원도 아담과 하와의 범죄 이후에 생긴 계획이 아닙니다.
그러니 우리를 십자가 위에서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사랑보다도
우리를 창조하신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더 대단하고 소중합니다.
비록 우리가 이 세상에 유한한 존재로 태어났지만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지도록 창조하신 것이며
우리의 창조 안에 영원한 생명이라는 구원계획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이 엄청난 하느님의 사랑과 창조와 구원을
마리아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축일에 기념하고 감사하는 오늘 우리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