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불러내려 저들을 불살라 버리기를 원하십니까?”
어저께 대천사 축일을 맞아 치품천사(세라핌 천사)를 주십사고,
그리고 저도 치품천사가 되게 해달라고 청했는데
오늘 하늘에서 불을 불러내려 환대를 거절한 사마리아인들을
불살라 죽이려는 얘길 들으니 즉시 불을 어떻게 써야 하나 그것과 연결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하늘의 불은 엉뚱한 데 써서는 안 됩니다.
자기를 불사르는 데 써야 올바로 쓰는 것이지요.
분노에 쓰지 않고 사랑에 써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늘의 불을 사랑에 쓰면 성령의 불이 되고,
분노에 쓰면 악령의 불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하늘의 불을 분노에 쓰라고 주님께서 하시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이걸 보며 느낀 것은 제자들이 주님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러는 것은 야고보 요한만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도 제자들처럼 우리를 거부한 사람들에 대해 화가 납니다.
그리고 앙심을 품고 어떻게든 앙갚음하고 싶습니다.
이것도 문제지만 그래도 인간적인 약점이라고 봐줄 수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주님도 자기들과 같으실 거라고 생각하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면 주님의 가르침은 이빨도 먹히지 않을 것입니다.
앞서 6장에서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하지 말고 원수까지 사랑하라,
남을 심판하지 말라고 기껏 가르치셨고, 당신 말씀을 꼭 실행하라고
신신당부하셨는데 그 가르침이 이들에게 하나도 먹히지 않은 겁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과 같은 9장에서 그러니까 지난 주간 복음에서
첫 번째 수난을 예고하신 다음 두 번째 수난을 예고하시며
“귀담아들어라.” 하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도 하나도 먹히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 서두에 “하늘에 올라가실 때가 차자,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가시려고 마음을 굳히셨다.”라고 하는데
죽으려고 예루살렘에 가시고 하늘에 오르기 위해 예루살렘에
가신다고 아무리 수난 예고를 해도 그 말씀이 조금도 먹히지 않습니다.
다 자기식대로 이해하고 자기 꿍꿍이속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주님은 죽으러 그리고 하늘에 오르려고 예루살렘에 가시는데
그들은 거기서 주님의 오른편과 왼편에 앉을 꿍꿍이속입니다.
주님과 꿍꿍이속이 다른 우리는 아닌지,
주님이 아무리 말씀하셔도 먹히지 않는 나는 아닌지 돌아보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