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은 생명을 준다. 그러나 육은 아무 쓸모가 없다.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이며 생명이다.
그러나 너희 가운데에는 믿지 않는 자들이 있다."
오늘 주님께서는 아주 극단적인 표현을 쓰십니다.
육은 아무 쓸모가 없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옛날에 영지주의자나 이원론의 이단들처럼
육을 죄악시하는 그런 뜻일까요?
옛날에 삼구三仇 교리가 있었습니다.
삼구란 석 삼에 원수 구이니 세가지 원수라는 말인데
마귀, 세속, 육신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가 왜 원수입니까?
그 자체로 악하기 때문이고 육신도 그 자체로 악한 것입니까?
그렇다면 하느님께서 육신이나 세상을 악으로 만드셨다는 말입니까?
결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세속, 육신, 마귀가 원수라는 것은 그 자체가 악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것들이 우리가 하느님께 가는 것을 막을 경우만 원수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주님을 따라야 하는데 부모가 막으면
그때 부모가 원수인 것과 같은 뜻입니다.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는 부모인데
부모가 우리의 원수일 리는 없지 않습니까?
프란치스코의 경우, 자기가 복음 말씀대로 사는 것을
아버지 베드로 베르나르도네가 반대하자 주교님 앞에서 옷을 홀라당 벗어
아버지에게 돌려주며 이제부터 하느님 아버지만을 아버지라고 부르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하느님을 선택해야 할 때 그것을 막을 경우 원수인 겁니다.
오늘 주님도 제자들이 당신의 말을 믿고 따라야 하는데
당신의 말을 믿지 않음은 물론 거북하다며 당신을 떠나는 것을 보고
나머지 제자들에게 너희는 어떻게 하겠냐며, 너희도 떠나겠냐며 하신 말씀입니다.
그리고 오늘 말씀은 당신이 전에 있던 곳 곧 아버지께서 계신 하늘로
올라가시는 것을 보면 너희는 어떻게 하겠냐며 하신 말씀입니다.
"사람의 아들이 전에 있던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게 되면 어떻게 하겠느냐?"
하늘로 올라갈 때 이 세상은 떠나야 하고,
하느님께 갈 때 우리 육신은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하지요.
죽어 우리 육신이 부활할 때 지금 이 육,
그러니까 이 살덩어리를 그대로 가져가지 않고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는데 이 살은 썩어야 하지요.
오늘 주님께서 쓸모없다고 할 때의 육은 몸(body)이 아니라 살(flesh)입니다.
우리가 육신의 부활을 믿는다고 할 때 그 육신은 살이 아니라 몸을 말하고,
이 세상의 육신은 지금 이 살을 지니고 있지만 부활한 뒤의 육신은
분명 지금의 이 살을 지니지 않을 것이기에 아무 쓸모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이 세상에서도 몸이 건강하기 위해 살을 빼야 한다면
주님을 따라 영원한 생명의 하느님 나라로 가기 위해서는
더더욱 이 살덩어리를 소중히 여길 필요가 없다는 말씀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