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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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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뎅의 입맞춤과 지옥의 문

<입맞춤> 1886년작 .대리석. 183x110x118. 빠리 로뎅 박물관 소장
<지옥의 문> 1880-1917.

미켈란젤로와 함께 최고의 조각가로 평가받는 오귀스트 로뎅(Auguste Rodin). 1840- 1917)은 젊은 시절 한때 수도자의 길을 걸은 경력이 있는 아버지와 신앙심 깊은 어머니를 부모로 태어나 어린 시절 부터 미술에 대단한 관심을 가졌던 그는 아버지를 졸라 미술학교에 입학하면서 대단한 집념으로 예술에 몰두하게 된다.

이런 그에게 하나뿐인 사랑하는 누이 마리아가 수녀원에 들어가 생활하다가 종신서약을 얼마 앞두고 세상을 떠나자 다정다감한 그에겐 이것이 너무도 큰 충격이 되었고, 누이의 뒤를 이어 수도자의 길을 가겠다는 생각으로 성령 수도원에 들어가 수도자로서의 삶을 살고자 했다.

그가 입회를 신청한 성령 수도원의 인자하면서도 예리한 원장은 이 젊은이가 평생을 중 팔자로 살 위인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고, 그를 따뜻이 받아들이면서도 그가 자유롭게 예술가로서의 자기 삶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원장의 예상대로 얼마 안 가서 그는 수도원을 떠나 조각가로서 홀로서기 인생을 시작했다


이런 그의 인생 편력은 작품 안에 자연스럽게 신앙을 주입하게 했으며, 그의 데뷔작인 남자의 나신상 “청동시대”를 출품하면서 그의 명성이 알려지기 시작하고 “세례자 요한”등의 작품을 계속 발표하면서 작가로서의 명성을 떨치게 된다.

그가 작가로서 인정을 받으면서 1880년에 건축되는 장식 미술 박물관의 대규모 핵심 작업을 위촉받으면서 단테의 “신곡”에서 주제를 선정하기로 하고 땀땀히 신곡 읽기에 몰두하면서 그 유명한 “지옥문”을 완성하고, 지옥편 제5부에 나오는 “프란체스꼬와 바울라”에서 여기 제시한 <입맞춤>을 완성하게 된다.

그에게 있어 단테는 예언자와 작가일 뿐 아니라 조각가여서 20년을 작업하고서도 미완성으로 남긴 <지옥문>에 나오는 여러 인물상은 그 자체가 걸작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생각하는 사람>, <세 망령 >, <웅크린 여인>, <아담과 이브>, <절망> 등은 단편만으로도 관중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할 걸작들이었다.



<입맞춤>은 로뎅이 단테의 신곡 지옥편의 5부에서 끌어낸 것이다. 크리스챤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되는 신곡(La Divina Commedia)에서 단테는 (Dante Alegirie, 1265- 1321)는 로마의 시인 베르질리우스의 안내를 받아 1330년 성 목요일 밤부터 금요일 아침까지 지옥을 순례하면서 육욕의 죄를 범해 지옥에 빠진 <빠울로와 프란체스카>를 만나게 되는데, 그들의 사연은 이러하다.

비련의 주인공인 프란체스카는 라벤나(Ravena) 시의 성주의 딸로 리미니(Rimini)의 성주 쟝 말라테스타에게 출가하게 되는데, 첫선을 보는 과정에서 불행의 씨앗이 싹트게 된다. 말라테스타는 성주이지만 절름발이에다 추남이기에 아름다운 프란체스카를 차지하기 위해 자기 동생 바울로를 보내 대신 선을 보게 만들어 성혼이 되었다. 결혼식 날 신랑이 바뀐 것을 알았지만 정략 결혼인데다, 양가에서 부모들이 이미 허락한 처지여서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이들의 비극은 시작된다.

형의 강압으로 대신 선을 보는 과정에서 바울로는 미래의 형수인 프란체스카에 대한 연민의 정이 사랑으로 싹트게 되고 프란체스카 역시 바울로의 수려한 용모와 아름다운 인간상에 끌린 차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자연스럽게 형수와 시동생이라는 관계에서 있어서는 안될 소위 말하는 불륜이 시작되고, 이것을 알게 된 말라테스타는 아내와 동생이라는 연적을 살해함으로서 비극적 종말로 마무리 되었는데 단테는 이 둘을 육욕의 죄를 범한 악인으로 단죄해서 거침없이 지옥에 떨어트린다.

단테의 이런 태도는 중세 교회 사고방식의 전형이었고, 그의 인품 역시 요한복음 8장 “간음한 여인”에 나오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처럼 자신의 전과 때문에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지지 못하고 꼬리를 숨겨야 했던 죄인이 아니라 당당히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단테가 살았던 중세기 이태리에는 요즘 우리네 정서로 보면 너무 고상하기에 이상하고 괴상하기까지 보이는 짝사랑의 형태가 유행병처럼 퍼져 있었는데, 모든 연인들의 이상형으로 여겨지는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관계가 그 좋은 예이다.

단테는 겨우 아홉 살이 되었을 때 너무 조숙한 탓인지, 파티에서 만난 빨간 드레스를 입은 운명의 연인 베아트리체를 만나면서 첫눈에 반하게 되고 이것이 일생 계속되는데, 정작 그는 딴 여자와 결혼해서 남편과 부모의 역할을 휼륭히 했으나 일생 공개적으로 베아트리체를 사랑했다.

피렌체에 있는 단테의 생가를 방문해보면 그가 중년이 지난 후 자기 딸에게 보낸 편지가 보관되어 있는데, 아버지로서 그의 자상함을 보면서 베아트리체와의 사랑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오늘 우리 정서로서는 괴상하게 여겨지리만큼 고상한 이들의 사랑은 현대인들처럼 서로 대화를 나누고 체온을 확인하고픈 그런 관계가 아니라, 그저 멀리 있어주는 것만으로 넉넉히 만족하는 그런 관계였으며 이런 성정의 단테가 그들을 육욕의 지옥불로 던진 것은 너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런데 로댕은 유황 내음과 신음소리가 처절한 단테의 지옥에서 이들을 끌어올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입맞춤을 선물했다. 로댕 작품의 특징은 성(性)과 에로티시즘에 대한 강한 집착인데 그는 성과 창조의 관계, 그리고 그 안에 내재한 비밀을 구체적 창조행위를 통해 풀어보려 했기에, 단테의 불륜이 로뎅에게 사랑과 생명의 찬미로 변모하게 된다.

실오라기 하나도 용납되지 않는 알몸의 연인들은 모든 근육이 사랑하는 이를 향하고 자기의 모든 것을 다 주면서 상대의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려는 몸짓으로 부둥켜안고 있는 사이, 그들의 영혼 역시 사랑하는 이를 향해 밀착하고 있는 모습이 바로 이들의 현실인데, 이 작품은 나체상에서 흔히 느끼기 쉬운 외설스러움은 생략되고 범접키 어려운 성스러움이 그들 주위를 감돌고 있다.

로뎅은 사랑은 하느님께 속한 것이기에 그것이 비록 불륜이어도 아름다운 것임을 이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나는 로뎅의 이 작품에서 단테로부터 이어지는 흐름, 윤리적 관점의 이해와 미학적 관점의 긍정적인 면과 함께 삼천년대 우리가 지녀야 할 영성적 차원을 생각하게 된다.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

이것이 성서가 전하는 하느님의 모습이었으나, 하느님을 전하는 교회의 가르침은 이것과 거리가 멀었으며, 초세기 교회가 가르친 구원받을 수 없는 죄는 배교, 살인 간음이었기에 단테는 아무 거리낌 없이 이들을 지옥으로 보내게 된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배교나 간음은 인간의 약함에서 시작되는 것이기에 하느님의 자비에서 제외되어서는 안된다는 움직임이 서서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년 전 작고한 일본 가톨릭 작가 <엔도 슈사꾸>의 작품 주제는 자신의 약한 성격 때문에 고문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배교 하고서도 교회를 떠나지 못하고,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신자 공동체 언저리를 방황하고 있는 약한 인간을 그렸으며, 인류의 죄 중에 가장 역사가 깊은 간음죄 역시 약함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하느님이 주신 사랑을 자신의 약함 때문에 불완전하게 표현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가르치는 교회 역사에서도 약한 자들은 대접받지 못하고, 악한 자들은 쉽게 용서의 대상이 되는 아이러니를 자주 만날 수 있다. 악한 사람은 힘이 있으니 용서를 받을 수 있는 반면, 약한 자들은 힘이 없으니 철저히 무시당하고 하느님의 자비에서 제외된 것처럼 지내야 했던 우리네 현실을 생각하면 나는 단테가 서슴없이 지옥으로 보낸 두 연인을 끌어 올린 로뎅의 작품 <입맞춤>은 우리에게 성서의 하느님, 자비하신 하느님에 대한 건강한 기억을 일깨우고 있다.

교회 역사에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Kyrie eleison. Miserere의 기도에 적당한 현대적 대상이 바로 이 작품이 아니겠는가? 세상의 눈으로 보면 형수와 시동생의 사랑이라는 발붙일 자리가 없는 불륜이지만 자비하신 하느님의 품안에서는 수용이 가능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교회는 죄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잘 살아야 된다는 어버이다운 표현이겠지만 <입맞춤>으로 대변되는 약한 자들을 잔인하게 지옥으로 보내는 것을 하느님 공의의 표현으로 가르쳤으나 수많은 빠올로와 프란체스꼬를 지옥에 보내고서도 크리스챤 윤리생활이 타종교인들 보다 더 낫다는 것은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현실에서 교회가 인간의 약함에서 연유되는 배꼽 아래 문화에 지나치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보다, 로뎅을 통해 표현된 이들의 아름다움을 관조하면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에 이들을 맡기는게 더 복음적인 태도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작품 앞에서 다음 시편을 바칠 때 “참회, 자비로우신 하느님”이라는 주제가 한갓 교의적인 내용이 아니라 더 새롭고 생기 있게 다가올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하느님 자비하시니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애련함이 크시오니 내 죄를 없이 하소서” (시편 50). “깊은 구렁속에서 부르짖으오니, 주여 내소리를 굽어 들으소서. 주께서 죄악을 헤아리신다면 감당할 자 누구오리까 ?” (시편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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