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308 추천 수 2 댓글 2
매일미사 말씀 보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오늘 독서와 복음은 나병환자에 대한 얘기이고

그래서 오늘은 병자의 날입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나병환자에 대한 신구약의 차이가 아주 큽니다.

나병환자에 대한 예수님의 생각은 가히 혁명적이고

구약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정반대입니다.

 

구약은 병을 하느님의 벌로 생각한 측면이 크고

특히 나병은 부정한 병으로 사람들 서리에서

완전히 격리시켜야 하는 천형天刑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나병환자는 사람인데도 사람들 가운데 살지 못하고

하느님마저도 품어주지 않고 내치시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는 마치 나환자였던 한 하운의 시와 같은 것입니다.

 

옛날부터 사람이 지은 죄는 사람으로 하여금 벌을 받게 했다.

그러나 나를 아무도 없는 이 하늘 밖에 세워놓고 죄명은 문둥이.

이건 참 어처구니없는 벌이올시다.”

 

불교의 화두 중에 이런 말이 있지요.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이 화두의 뜻은 여러 가지로 풀이될 수 있지만 저는 이렇게 풀이합니다.

산은 산인데 사람들은 산을 산으로 보지 못합니다.

암벽 등반가는 암벽이 있는지 없는지를 중심 두고 보고

밤 장사는 밤나무가 있는지 없는지를 중심으로 봅니다.

자기가 원하는 것만 보기 때문에 존재를 존재로 못 보는 겁니다.

 

나병에 걸린 사람도 사람인데 사람들은 나병 때문에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사람들 가운데서 내치는 거고,

그리고 구약에서는 하느님마저도 내치는 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나환자를 이 천형에서 벗겨주심으로써

사람들 가운데 살게 했을 뿐 아니라 하늘로 초대하십니다.

 

제가 대학생들을 데리고 산청에 갔을 때 들은 얘기입니다.

병실방문을 하게 했는데 거기서 한 할아버지를 만난 얘깁니다.

이 할아버지는 일제시대 의사였지만 나병에 걸렸습니다.

결국 병원을 처분하고 집을 나와 한 하운 시인처럼 떠돌이가 되었지요.

 

한 하운 시인의 시 중에서는 이런 시도 있습니다.

간밤에 얼어서 손가락이 한 마디. 머리를 긁다가 땅 위에 떨어진다.

이 뼈 한 마디 살 한 점, 옷깃을 찢어서 아깝게 싼다.

하얀 붕대로 덧싸서 주머니에 넣어둔다. 날이 따스해지면

남산 어느 양지터를 가려서 깊이깊이 땅 파고 묻어야겠다.”

 

이렇게 매일 자신의 장례를 치르는 고통도 너무 컸지만

무엇보다도 사람 취급 받지 못하고 사람들 서리에서 쫓겨나 사는 것이

고통을 넘어 너무도 비참하고 불행하여 몇 차례 자살을 시도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자살도 번번이 실패하여 체념을 하고

마침내 성심원에 흘러들어와 사시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그냥저냥 사시다가 공부를 많이 하신 분이기에

책도 보고 성심원 분위기 때문에 성서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하느님은 선한 사람 악한 사람 가리지 않고

똑같이 햇빛과 비를 주신다는 말씀을 읽고

할아버지는 하느님과 하느님 사랑을 체험하셨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당신을 문둥이로 봐도 하느님만은 당신을 사람으로 보신다는 것,

또 사람들은 당신을 내쳐도 하느님만은 당신을 천국으로 초대하신다는 것,

이것 때문에 명성과 재산과 가족을 다 잃었어도 할아버지는 이것이 다

하느님 나라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은총으로 받아들이셨고,

그래서 너무도 행복하여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나병환자를 찾아간 것이 아니라

나병환자가 사람들을 뚫고 스스로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사람들을 피해 살았고 그렇게 해야 하는 사람이 사람들 눈총을 무릅쓰고

예수님을 찾아온 것은 그만큼 예수님의 사랑을 믿었다는 표시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역시 그 믿음대로 손을 얹어 고쳐주십니다.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바로 나병이 가시고 그가 깨끗하게 되었다.”

 

사랑은 주님처럼 병자를 가엾이 보지만 이기주의는 병자를 더럽게 보고,

이기주의는 병자를 내쫓지만 사랑은 프란치스코처럼 병자를 포옹하지요.

 

병자를 더 이상 병자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 볼뿐 아니라

나병환자인 주님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다시 한 번 한 하운 시인의

<나는 문둥이가 아니올시다.>라는 시를 옮겨 봅니다.

 

아버지가 문둥이올시다

어머니가 문둥이올시다

나는 문둥이 새끼올시다

그러나 정말은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하늘과 땅 사이에 꽃과 나비가

해와 별을 속인 사랑이 목숨이 된 것이올시다.

세상은 이 목숨을 서러워서 사람인 나를 문둥이라 부릅니다.

호적도 없이 되씹고 되씹어도 알 수는 없어

성한 사람이 되려고 애써도 될 수는 없어 어처구니없는 사람이올시다.

나는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나는 정말로 문둥이가 아닌 성한 사람이올시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
    홈페이지 Thomas 2018.02.11 21:04:30
    감사합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궁금해하면서도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지 단순하게 넘어갔는데...

    "자기가 원하는 것만 보기 때문에
    존재를 존재로 못 보는 겁니다."라는 나눔이

    제자신이 사람들의 관계속으로 들어가서
    존재를 존재로 보아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이필수다리아 2018.02.11 06:49:22
    감사합니다....^^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13Feb

    연중 6주 화요일-<욕망의 유혹>과 <시련의 유혹>

    “하느님께서는 악의 유혹을 받으실 분도 아니시고, 또 아무도 유혹하지 않으십니다.”   어제의 야고보서는 시험과 시련에 대해서 얘기했고 오늘의 야고보서는 유혹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제 생각에 어떤 연관성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유...
    Date2018.02.13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 Views1661
    Read More
  2. No Image 12Feb

    연중 6주 월요일-주님께서 버리셨듯이

    “그들을 버려두신 채 가셨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주님과 논쟁을 합니다. 애초에 주님을 시험하기로 작정을 하고 온 것이고 그래서 하늘로부터 오는 표징을 주님께 요구합니다.   이에 주님께서는 마음속으로 깊이 탄식하신 다음 이들을 ...
    Date2018.02.12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 Views1479
    Read More
  3. No Image 11Feb

    연중 제6주일

     치유를 청하는 나병 환자의 말을  예수님께서는 들어 주십니다.  나병은 그 당시만 해도  치유할 수 없는 병이었으며,  더욱이 전염이 잘 되는 병이다보니,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과 격리되어야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는 격리...
    Date2018.02.11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명겸요한 Reply1 Views575
    Read More
  4. No Image 11Feb

    연중 제 6 주일-나는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나병환자에 대한 얘기이고 그래서 오늘은 병자의 날입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나병환자에 대한 신구약의 차이가 아주 큽니다. 나병환자에 대한 예수님의 생각은 가히 혁명적이고 구약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정반대입니다.   ...
    Date2018.02.11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2 Views1308
    Read More
  5. No Image 11Feb

    2018년 2월 11일 연중 6주일-터키 에페소 기도의 집

    2018년 2월 11일 연중 6주일   오늘 복음은 주님의 자비로운 마음과 깨끗함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만나 치유의 기적이 일어남을 보여줍니다.   예수님 당시 율법에 따르면 나병은 전염되는 부정이며,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치유 되어 정화 예식을 ...
    Date2018.02.11 Category말씀나누기 By고도미니코 Reply1 Views627
    Read More
  6. No Image 10Feb

    연중 5주 토요일-은총체험의 확장

    “빵 일곱 개를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시며 나누어 주라고 하시니, 사람들은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았더니 일곱 바구니나 되었다.”   오래 전에 빵의 기적 얘기를 읽을 때 주님은 왜 감사의 기도를 먼저 드...
    Date2018.02.10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 Views1453
    Read More
  7. No Image 09Feb

    연중 5주 금요일-총동원하시는 주님 사랑

    “예수님께서는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그러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 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오늘 복음을 보면...
    Date2018.02.09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 Views1544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687 688 689 690 691 692 693 694 695 696 ... 1289 Next ›
/ 1289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