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460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십자의 예수를 바라보면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인간이 무의식 속에서 저지르는

폭력과 망상의 끝없는 순환 속에서

폭력과 증오에 물어뜯긴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이 비추고 계신 십자가의 거울 속에서

나 자신도 어떻게 폭력과 증오에 물어뜯겼는지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당신은 십자가에서

고난에 대한 우리의 마음을 너그럽게 하라고 초대하십니다.

고난을 겪는 우리를 향해 당신의 두 팔을 벌리시고

아픔을 견디는 사랑만이

아픔을 겪는 이에게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십니다.

 

당신은 속죄양을 만들고 자기를 정당화하는 수많은 방식에서 벗어나도록

당신의 전능한 힘을 포기하신 당신의 무능과 무력함을 보여주십니다.

 

아버지의 이름과 나라와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갈망하면서

매일 수많은 결단과 항복을 통해 보여주신 길이 십자기의 길임을 가르쳐 주십니다.

 

당신을 따른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당신과 운명을 공유하는 소명이기에 당신이 허락하시는 것을 우리도 허락하고

당신이 고난받으시는 것을 우리도 조금이라도 고난을 받는 것이며

무엇보다도 하느님은 사랑이시라는 사실만을 믿는 것이요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것을 사랑하고

아무도 헤치는 일이 없이

저마다 창조 때 받은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도록

화해를 위해 대가를 지불하기로 선택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혼자서 만들어 낸 천국은 결코 오래가는 천국이 아니었습니다.

무능력으로부터 배워야 했고 더욱 다듬어지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졌다고 생각했던 능력마저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말에서 떨어진 바오로처럼 사고의 틀 전체가 부서지고 깨어졌습니다.

자신이 무너진 그곳에서 나를 일으켜주신 분은 십자가에 달리신 당신이셨습니다.

힘을 지니신 분께서 무능과 연약함으로 구원의 길을 가르쳐 주신 십자가의 길,

그 길이 아니었다면 나는 자신이 만든 감옥 문을 열지 못했을 것입니다.

 

당신의 본성이 비폭력이었기에 십자가에 달리실 수밖에 없었을 것임을

자신의 십자가를 지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말로 해도 안 되고 폭력을 쓸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없이 지는 십자가가 아니라 선택으로써 지는 십자가,

견딜 수밖에 없을 때 견디는 것, 그것이 사랑이었습니다.

당신께서 보여주신 사랑은 처벌이 아니라

사랑과 포용을 통해서 그리고 용서를 통해서 구체화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견딤이 크면 사랑도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고생하고 무거운 짐을 진자는 나에게 와서 쉬어라, 내가 편히 쉬게 하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에게 와서 배워라.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마태 11,28-30)

 

온유하고 겸손하신 분으로부터 배우는 사랑은 그렇게 나에게 전해졌습니다.

편한 멍에와 가벼운 짐은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죽고 부활하는 삶은

자신이 바로 문제라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었습니다.

자신이 문제라고 느끼지 않을 때,

하느님까지도 속죄양을 만들고 마침내 당신을 십자가 위에서 죽임으로써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시키기보다

하느님을 죽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우리의 배척을 기꺼이 겪으심으로써

사랑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당신은 어디에나 계십니다.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는 결국 당신과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과

나를 바라보시는 당신의 시선이 마주치는 거기,

나의 문제들을 바라봅니다.

더는 속죄양을 만들지 않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당신의 도움을 청합니다.

 

2021, 2, 27

사순 제 2주일에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03 발견 발견 촛불들이 불탑니다. 혼을 깨우는 손길로 촛불들이 불탑니다. 갈망의 불 희망의 불 감화와 감동의 불 촛불들이 불탑니다. 심연에서 분출되는 벅찬 화염 해방... 이마르첼리노 2011.02.21 3917
602 발견 발견 환상이 현실과 부딪칠 때, 딱지와 나를 동일시 할 때 거짓이 진리와 부딪칠 때 고통을 겪습니다. 그러나 진리는 고통에 의해 눈뜰 때가 많습니다. 상실의 ... 이마르첼리노 2011.04.15 3914
601 발견 발견 환상이 현실과 부딪칠 때, 딱지와 나를 동일시 할 때 거짓이 진리와 부딪칠 때 고통을 겪습니다. 그러나 진리는 고통에 의해 눈뜰 때가 많습니다. 상실의 두... 이마르첼리노M 2013.05.13 5784
600 발견 발견 지향의 순수성이 거의 없이 걱정과 근심만 낳는 무질서한 방법으로 사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하느님이 얼마나 개방적이고 얼마나 다가가기 쉽고 얼... 이마르첼리노M 2014.02.16 4331
599 받은 것이 있어야 돌려드릴 수 있다. 받은 것이 있어야 돌려드릴 수 있다.   하느님의 통치에 의지를 맡겨드린다는 것은 죽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자유를 얻으려면 반드시 거처야 하는 길목이다.... 이마르첼리노M 2020.06.05 469
598 받아서 얻는 구원 받아서 얻는 구원   받아서 얻는 구원은 나의 업적과 공로가 아니라 주님의 선하심과 자비에서 옵니다.   받아서 얻는 구원은 내가 모르고 살아온 하... 이마르첼리노M 2020.01.14 301
597 반석 위에 짓는 집 (루가6,48) 반석 위에 짓는 집 (루가6,48)   유아 세례를 받은 나는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합숙하며 교리를 배웠다. 내가 배운 교리는 문답이라는 교리로 무조건 외우고... 이마르첼리노M 2020.09.11 465
596 반사된 선 (추석 달처럼) 반사된 선  - 추석 달처럼   사랑으로 서로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내적 생명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이 선이며 하느님의 거룩함이다. 선과 거룩... 1 이마르첼리노M 2022.09.11 398
595 반복되는 영장 기각 앞에서 요즘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된  영장 기각들을 바라보노라면 아쉬움이 씁쓸히 피어오른다. 분명 영특한 판사들이 심사숙고하는 가운데 객관적 중립성을 유... 고파울로 2017.02.22 935
594 반달이 보름달이 되기까지 반달이 보름달이 되기까지   머리 없는 가슴 가슴 없는 머리   영적인 것은 언제나 인간적이다. 영적인 삶은 결코, 분리된 적이 없다. 평범한 사람들은 ... 이마르첼리노M 2019.08.20 531
593 반가운 형제 분들 ^^ + 평화와 선 목동 수련소에 일이 있어 갔었는데, 한참 무슨 작업을 하시는지 전부 작업복?에 장갑을 끼고 열심히 일을 하시는 모습 군복을 입으신 형제님께서 마... 정마리아 2007.02.09 5165
592 박창신 신부,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 강론 전문 평화와 선! 어느 형제의 요청에 따라 박창신 신부님의,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 강론 전문을 옮겨 봅니다. 적어도 가톨릭 신자라면 강론의 말씀 전체를 읽... 신대건안드레아 2013.11.30 4061
591 박노해님의 시 "잃어버린 것들 "                     노래방이  생기고 나서               사람들은  방문을  벗어나면               노래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네비... knitting 2013.05.10 6541
590 박노해 시인이 말하는 2008 촛불의 진실과 희망 http://www.nanum.com 박노해 시인 약 력 1977 선린상고(야간부) 졸업 1984 「노동의 새벽」 발표 1989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노맹) 결성 1991 ‘사노맹’ 사... 촛콜릿 2008.09.24 4541
589 박노해 사진전 <나 거기에 그들처럼> -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 10/7~ 나눔 2010.10.03 7520
Board Pagination ‹ Prev 1 ...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 100 Next ›
/ 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