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085 추천 수 0 댓글 2
매일미사 말씀 보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허무로다, 허무! 코헬렛이 말한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

태양 아래에서 애쓰는 모든 노고가 사람에게 무슨 보람이 있으랴?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지만 땅은 영원히 그대로다."

 

저는 고독과 함께 허무도 얼마간 즐기는 사람입니다.

어떤 때는 허무 예찬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옛날부터 코헬렛서-옛날에는 전도서라고 했음-를 좋아했고,

코헬렛서 중에서도 오늘 우리가 들은 이 구절을 특히 좋아합니다.

 

며칠 전 어떤 분과 얘기를 나누다가 뜨는 해와 지는 해에 대한 얘기를

나눴는데 그분이 당신은 해뜰 때보다 해질 때가 더 아름답다고 하셨지요.

그때 아무 대구를 하지 않았지만 저도 해질 때를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것은 봄철 피어나는 꽃들의 아름다움도 아름답지만

가을철 지면서도 아름다운 단풍의 아름다움도 아름답고,

생기 넘치는 아가씨도 아름답지만 흰 머리에 주름진 얼굴임에도

아름다운 아름다움이 더 아름다운 것과 같이

저무는 아름다움 또는 소멸의 아름다움이 제게는 더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정확하게 얘기하면 소멸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저물어가고 소멸되어가는데도 아름다운 아름다움입니다.

그러니까 저물어가고 소멸되어가는 것을

싫어하고 슬퍼하고 두려워하는 소멸은 아름다운 소멸이 아닙니다.

 

우리는 어떤 때 내가 죽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나만 죽는 것이 두렵거나 나만 죽기에 허무합니다.

 

나는 죽은데 다른 것들은 다 그대로 있고

오늘 코헬렛서의 말대로 한 세대가 가고 한 세대가 오지만

태양은 여전히 뜨고지고 땅도 영원히 그대로이기에

나 혼자 이 세상에서 퇴장하는 것이 쓸쓸하고 허무한 것입니다.

 

아무도 나와 함께 같이 죽어주지 않고,

아무도 나 대신 죽어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럴 거라고 기대하고 믿어왔다면

그렇게 믿어온 나의 삶이 허무할 것이고 허무해야 합니다.

 

내가 죽는다고 이 땅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내가 죽는다고 누가 같이 죽어주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소멸은 이런 소멸을 직면한 소멸입니다.

이런 직면을 통해서 혼자 이 세상에서 퇴장하는 것이

쓸쓸하지도 허무하지도 싫지도 두렵지도 않게 된 소멸입니다

 

직면을 통해서 뭘 얻었고 어떤 경지에 이르렀기에?

 

내가 죽어도 사라지지 않고,

세상이 사라져도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사랑을 얻었을 때,

우리는 고독하지도 허무하지도 두렵지도 않는

담담한 가운데서 이 세상을 퇴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09.24 07:07:18
    신부님의 말씀을 같은 전례시기에는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09.24 07:06:38
    18년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영원 앞의 허무)
    http://www.ofmkorea.org/152120

    16년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허무에서 발견하는 하느님)
    http://www.ofmkorea.org/93917

    15년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어떤 일에도 당황하지 않으려면)
    http://www.ofmkorea.org/82836

    14년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호기심과 관심)
    http://www.ofmkorea.org/65505

    13년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새로운 출발의 성사)
    http://www.ofmkorea.org/56423

    12년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감정의 과잉 이입)
    http://www.ofmkorea.org/40452

    11년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심심풀이 땅콩, 예수님)
    http://www.ofmkorea.org/5290

    10년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허무와 친해지기)
    http://www.ofmkorea.org/4393

    09년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호기심과 관심)
    http://www.ofmkorea.org/3134

    08년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허무한 관심)
    http://www.ofmkorea.org/1672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10Oct

    10월 10일

    2020년 10월 10일 연중 제27주간 토요일 - http://altaban.egloos.com/2243389
    Date2020.10.10 Category말씀나누기 By오바오로 Reply0 Views244 file
    Read More
  2. No Image 10Oct

    연중 27주 토요일-믿음과 사랑으로 하나되는

    "믿음이 오기 전에는 우리가 율법 아래 갇혀, 믿음이 계시될 때까지 율법의 감시를 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믿음이 온 뒤로 우리는 더 이상 감시자 아래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믿음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모두 그리...
    Date2020.10.10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2 Views829
    Read More
  3. 09Oct

    10월 9일

    2020년 10월 9일 연중 제27주간 금요일 - http://altaban.egloos.com/2243384
    Date2020.10.09 Category말씀나누기 By오바오로 Reply0 Views286 file
    Read More
  4. No Image 09Oct

    연중 27주 금요일-성령의 궁전과 악령의 복마전 중에 나는?

    어제 청하는 이에게 하느님께서는 성령을 주실 거라는 복음에 이어 오늘은 연속해서 영적인 존재인 악령에 대한 복음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성령의 궁전이 될 수도 있고, 악령의 복마전도 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주님조차도 ...
    Date2020.10.09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2 Views914
    Read More
  5. 08Oct

    10월 8일

    2020년 10월 8일 연중 제27주간 목요일 - http://altaban.egloos.com/2243376
    Date2020.10.08 Category말씀나누기 By오바오로 Reply0 Views307 file
    Read More
  6. No Image 08Oct

    연중 27주 목요일-성령으로 시작한 일, 성령으로 마치도록

    “여러분은 그렇게도 어리석습니까? 성령으로 시작하고서는 육으로 마칠 셈입니까?”   오늘 이 갈라티아서 말씀이 눈에 바로 들어오는 것은 제가 그리고 어쩌면 여러분도 이런 잘못을 자주 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 하는 일도 그런지 모르지만 ...
    Date2020.10.08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2 Views857
    Read More
  7. 07Oct

    10월 7일

    2020년 10월 7일 묵주 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 http://altaban.egloos.com/2243365
    Date2020.10.07 Category말씀나누기 By오바오로 Reply0 Views300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433 434 435 436 437 438 439 440 441 442 ... 1304 Next ›
/ 1304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