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말씀나누기
김레오나르도 2013.02.13 05:47

재의 수요일- 타고 남은 재

조회 수 5679 추천 수 0 댓글 1
매일미사 말씀 보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Ash Wednesday.

재의 수요일.

 

 

부끄럽게도 저는 사순절을 기쁘고 즐겁게 맞이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 옛날, 80년대 제가 가방 공장에 다닐 때

햇빛 안 드는 지하실에서 하루 15시간 노동을 하였는데

모처럼 쉬고 월요일 출근을 하려고 하면 그렇게 몸도 마음도 무거웠습니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이 되면 마치 그때와 같이

재의 수요일의 그 잿빛처럼 항상 마음이 무겁고 칙칙하고,

그래서 사순절의 시작을 재를 얹는 예식으로 시작하는 것도

그 깊은 의미와 상관없이 정서적으로는 흔쾌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일어나니 어제부터 그렇게 마음의 다짐을 했는데도

마음이 너무 무겁고 침울하였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사순절을 시작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추스렸습니다.

월요일 출근이 좋을 리 없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면 적응되는 것처럼

사순절의 첫날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재의 수요일의 그 재부터 다르게 의미부여를 하였습니다.

 

 

타고 남은 재.

 

 

재는 타고 남은 것입니다.

무언가를 불태우고 남은 것이지요.

그렇다면 무엇을 불태운 것일까요?

 

 

욕망을 불태우거나

사랑을 불태우거나.

 

 

욕망을 불태우고 남은 재는 허무이겠지요.

그렇지만 욕망을 불태운 재라도 나쁘게만 생각지 말 것입니다.

허무가 꼭 나쁜 게 아니잖아요?

 

 

우리는 허무할 필요가 있습니다.

허무하기만 하면 아니 되겠지만

허무를 모르는 사람은 인생을 모르는 사람이고 천국도 모를 겁니다.

 

 

그렇습니다.

허무는 나쁜 것만이 아닙니다.

욕망의 찌꺼기라고 매우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욕망이 다 타고 남은 그래서 욕망의 가난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더 좋은 것은 사랑을 불태우고 열정을 불태운 것이겠지요.

사랑을 하고 나니 재만 남은 것입니다.

곤충과 미물들이 자기를 다 주고 껍데기만 남기듯

자기를 다 주고 나니 재만 남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 구체적으로 저의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작년 성주간에 돌아가시리라 어머니도 저희 자식들도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부활절에 주님의 부활처럼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다시 사순절을 맞이하는데 어머니는 지금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때 죽었으면 자식들 고생 안 시킬 텐데

왜 주님께서는 나를 다시 살아나게 해

자식들 고생을 시키게 하시는지 모르겠다.”

 

 

정말 그렇습니다.

그때 돌아가셨으면 어머니는 존엄하고 명예로운 죽음을 죽으셨을 겁니다.

일생 자식을 사랑만 할 뿐 자식들 고생은 별로 안 시키고

자식들이 어머니 보내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가운데 돌아가셨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생각합니다.

저의 어머니는 이제 꺼져가는 불, 얼마 있으면 재로 돌아가실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리스도의 남은 수난을 함께 하시는 것이라고.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
    홈페이지 아가다 2013.02.13 13:40:48
    주어지는 모든 어려움을
    우리 주님의 수난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또한 하느님에게서 나와서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과정으로도 생각합니다.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10Apr

    부활 2주 수요일- 뻔뻔해야 산다

    “빛이 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였다. 그들이 하는 일이 악하였기 때문이다. 악을 저지르는 자는 누구나 빛을 미워하고 빛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자기가 한 일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악을 저지르는 자는 빛...
    Date2013.04.10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3764
    Read More
  2. No Image 09Apr

    부활 2주 화요일- 바람에 이는 구름처럼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영에서 태어난 이도 다 이와 같다.” “신자들의 공동체는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모두 큰 은총을 누렸다.”      오늘 독서와 복음을 묵상하다 애지중지愛之重之라는 말이 떠올랐습...
    Date2013.04.09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4296
    Read More
  3. No Image 08Apr

    예수 탄생 예고 축일- 사랑 얼치기

    “너는 주 너의 하느님께 너를 위하여 표징을 청하여라.”(1독서) “보십시오.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려 왔습니다.”(2독서)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복음)      주님께서 아하즈에게 표징을 청하...
    Date2013.04.08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4118
    Read More
  4. No Image 07Apr

    부활 제 2 주일- 문을 열어라!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요한복음은 의도적으로 막달라 마리아와 제자들을 대조하는 것 같습니다.   마리아는 안식...
    Date2013.04.07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4464
    Read More
  5. No Image 06Apr

    부활 8부 토요일- 큰 믿음과 작은 믿음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불신과 완고한 마음을 꾸짖으셨다. 되살아난 당신을 본 이들의 말을 그들이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믿지 못하는 우리를 믿...
    Date2013.04.06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4276
    Read More
  6. No Image 05Apr

    부활 8부 금요일- 허사가 허무는 아니다

    요한복음은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내신 이야기를 다른 복음에 비해 상대적 더 많이 소개하고 있는데, 두 번은 예루살렘에서 당신을 나타내시고 다른 한 번은 오늘 복음에서 보듯 갈릴래아에서 당신을 나타내십니다. 그리고 ...
    Date2013.04.05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4644
    Read More
  7. No Image 04Apr

    부활 8부 목요일- 믿음을 주시고 마음을 여시는 주님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주셨다.” 어제 복음은 “예수님께서 빵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고 얘기하고 있고,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마음을 열...
    Date2013.04.04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 Views4213
    Read More
  8. No Image 03Apr

    영의 눈을 멀게 하는 절망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오늘 복음은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의 얘기입니다. 주님께서 이 제자들의 길에 동행을 하시지만 그들의 눈이 가리어 주님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복음은 ...
    Date2013.04.03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4897
    Read More
  9. No Image 02Apr

    부활 8부 화요일-울게 하소서

    “마리아는 무덤 밖에 서서 울고 있었다.”      남자들이 대개 그렇듯 저도 울음과는 친숙치 않습니다. 부정적으로 보거나 경원시까지 하지는 않지만 슬픔이 울음으로까지 표출되지는 말아야 하고 슬픔이 울음으로 인해 확장되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왔...
    Date2013.04.02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 Views4620
    Read More
  10. No Image 01Apr

    부활 8부 월요일- 우리 공동체는?

    “두려워하지 마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 루카와 요한의 복음과 달리 마르코와 마태오의 복음은 부활하신 주님을 뵙게 될 곳은 갈릴래아라고 하고, 그래서 부활의 주님을 뵈려면 ...
    Date2013.04.01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3475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676 677 678 679 680 681 682 683 684 685 ... 714 Next ›
/ 714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