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ad MoreNo Image
자작나무 숲에서
자작나무 숲에서 나목의 겨울 숲 잎을 모두 내려놓은 채 하얀 순결의 미소로 씽긋, 아무 말 없이 나를 맞는다 비워낸 몸마다 빛이 머물 자리를 남기고 자작나무들은 서로의 침묵을 따뜻하게 건네고 있다 산꼭대기는 이미 한 해를 먼저 건너간 할아버지... -
Read MoreNo Image
억새밭에 부는 고독한 바람
억새밭에 부는 고독한 바람 내 인생의 오후는 차가운 늦가을 바람에 자신을 내맡기는 것으로 시작된 고독의 여정이었습니다. 외로움은 마치 겨울 나그네의 옷깃을 파고드는 매서운 바람과 같았고, 목덜미에 휘휘 감기어 존재의 무게를 잊지 못하게 하는 차... -
Read MoreNo Image
이성자 마리아 자매님을 떠나보내며
이성자 마리아 자매님을 떠나보내며 (장례식장에서 고별 시) 주님, 오늘 우리는 한 영혼이 지나간 자리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등잔불처럼 가만히 마음을 낮추어 기도합니다. 마리아 자매님! 자매님은 오랜 세월 부서진 마음을 품은 어머니의 등불로 살아오... -
Read MoreNo Image
내가 믿는 하느님은 나에게 어떤 분이신가?
내가 믿는 하느님은 나에게 어떤 분이신가? 내가 믿는 하느님 상(像) 나의 전부이신 하느님께 드리는 시 (詩) 만 개의 이름으로 나를 채우시는 분 당신은 삼위이시고 일체이시며 나의 영원하신 아버지, 나의 뿌리와 열매여, 당신은 태초부터 나를 창조하시... -
Read MoreNo Image
첫눈 아래 남은 우리의 사랑 – 묵상시
첫눈 아래 남은 우리의 사랑 – 묵상시 첫눈이 내리는 아침, 세상은 잠시 하느님의 숨결 아래 눕는다. 들판은 소박한 제단이 되고, 나무들은 맨몸으로 서서 하늘의 선물을 그대로 받아낸다. 그 위에 우리의 사랑도 함께 내려앉는다. 가난하고, 작고, 숨죽... -
Read MoreNo Image
작은 빛이 여는 하느님 나라
작은 빛이 여는 하느님 나라 대림절은 겨울 들녘 한가운데 놓인 작은 촛불 하나와 같습니다. 찬 바람은 그 불씨를 쓰러뜨릴 듯 흔들지만 그 작은 빛은 자신을 비우고 또 비워 어둠을 이겨내는 법을 압니다. 프란치스칸의 마음도 이와 같아 가난한 자의 주... -
Read MoreNo Image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가을 편지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가을 편지 깊어가는 가을날 나는 내 인생의 오후에 그리움이 흐르는 유역에 살고있는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나이가 들수록 문득문득 세상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젊은 이들의 말은 빠르게 지나가고, 세상은 끝없이 새로워지지만 ... -
Read MoreNo Image
늦가을의 묵상
늦가을의 묵상 빛과 침묵이 만나는 시간, 늦가을의 오후, 슬프도록 아름답고, 시리도록 눈부신 계절입니다. 늦가을의 오후 햇살이 비스듬히 내려앉을 때면, 나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세상의 소리를 잠시 꺼둡니다. 이 시간은 마치 신이 인간에게 허락한 '... -
Read MoreNo Image
저물어 가는 날에
저물어 가는 날에 날은 고요히 저물어 가고, 내 영혼도 조용히 그 시간을 따라갑니다. 하루를 마치는 저녁 해처럼, 내 삶도 조금씩 기울어가지만 그 기울어짐 속에서 영원을 향한 빛을 마주합니다. 들녘의 억새들은 하얀 머리 흔들며 저문 바람을 맞이하... -
Read MoreNo Image
흐름이 빚어내는 생명의 미학
흐름이 빚어내는 생명의 미학 숨을 쉬는 생명들, 흐름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체온과 맥박이 살아나고 잠자던 세포들이 꿈틀거립니다. 어둠이 가만히 웅크린 새벽, 나는 나의 영혼을 들여다봅니다. 고요하기보다는 어딘가 막혀 있는 듯한, 흐름을 잃어버린 ... -
Read MoreNo Image
위로부터 오는 만족과 나눔의 기쁨
위로부터 오는 만족과 나눔의 기쁨 오늘 우리는 신앙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인 위로부터 오는 만족, 그리고 그 만족을 나누며 누리는 더 큰 기쁨”을 함께 묵상하려 합니다. 이는 단순한 삶의 가르침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의 일상에서 어떻... -
Read MoreNo Image
빈 들에서
빈 들에서 쌀쌀한 바람이 빈들 위를 스치고 지나간다. 사람의 발길이 드문 이 넓은 자리에서 억새들은 하늘을 향해 조용히 기도하듯 흔들리고, 가을은 소리 없이 마음을 비워내라 속삭인다. 겉보기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함이지만, 비워져 있다는 것은 사... -
Read MoreNo Image
은총, 거저 주어진 선물
은총, 거저 주어진 선물 우리는 종종 업적과 공로에 근거하지 않은 은총, 곧 우리의 내면을 무장 해제시키는 은혜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은총은 아버지의 자비롭고 따스한 손길을 체험하게 하는 하느님께서 무상으로 주시는 선물입니... -
Read MoreNo Image
성프란치스코의 성지를 찾아 떠나는 순례 5
9. 성지순례를 마치는 날 리에티의 아침 여명은 저마다의 고유한 색을 드러내며 하루의 문을 엽니다. 호텔 앞 우산소나무 네 그루가 흐린 하늘 아래 고요히 서 있고 도시는 아직 말없이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가을은 점점 깊어지고, 우리의 인생 또한 그... -
Read MoreNo Image
성프란치스코의 성지를 찾아 떠나는 순례 4
8. 아시시를 떠나며 아시시를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다시 오기 쉽지 않을 거룩한 땅이라는 생각이 마음을 조용히 흔든다. 이곳에서 보냈던 날들은 하나하나가 기도였고 숨결이었으며 만남이었다. 떠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 한쪽이 젖어든다. 대성당... -
Read MoreNo Image
성프란치스코의 성지를 찾아 떠나는 순례 3
7. 아시시의 고요한 밤 달빛 서린 아시시 고요한 밤. 대성당은 흰빛으로 빛나고, 불빛은 땅으로 내리는 기도처럼 번진다. 일찍 잠들려 애썼으나 컵라면 한 그릇에 속을 달래고, 시차에 뒤엉킨 몸은 잠시 눈 붙였다 다시 떠도 밤 열한 시. 자비의 품에 하... -
Read MoreNo Image
성프란치스코의 성지를 찾아 떠나는 순례 2
4. 본조 르노 한국에서 날아온 이쁜 영혼들! 새날은 이미 고스란히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으니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으랴 오늘 우리 마음의 밭에 뿌려질 말씀 네 종류의 씨앗들 내 마음은 어떤 땅일까, 깊이 생각해 봅시다. 주님께서 건네주시는 말씀... -
Read MoreNo Image
성프란치스코의 성지를 찾아 떠나는 순례 1
성프란치스코의 성지를 찾아 떠나는 순례 순례를 떠나며 어젯밤 자다 깨다 새벽을 맞았다. 설례는 마음과 순례에 따라올 여러 그림들을 주님께 내어 맡기고 길을 나섰다. 주님! 함께 떠나는 이들의 마음을 비추시어 그들의 갈망을 축복해 주시고 새로운 ... -
Read MoreNo Image
구원으로 나아가게 하는 인간의 죄와 실수
구원으로 나아가게 하는 인간의 죄와 실수 자비와 선으로 우리를 돌보아 주시는 아버지의 은총 안에서 죄와 실수는 구원이라는 경험적 실제를 깨닫게 하는 정신적 물질적 바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나라는 자신이 중심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도... -
Read MoreNo Image
가을 바람이 되어 전하는 편지
가을 바람이 되어 전하는 편지 아침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성당 앞 대나무 그늘 아래 환하게 웃고 있는 들국화 세송이, 바람결에 날리는 수도복 치맛자락, 가을 하늘 한 가득 흰구름 떠 있고 간간히 모습을 드러낸 파란 얼굴, 가을 햇살 머무는 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