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성탄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는 것이 새하얀 눈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는 모습일 것입니다. 저는 겨울에
내리는 눈을 생각하고 떠올릴 때마다 자연에서 가르쳐주는 진리와 우리 삶에 필요한 가르침이 또한 거기에 있다
고 생각합니다. 작은 눈 한 송이가 쌓이고 쌓이면 온 세상을 뒤덮게 되고 그 어떤 누구라고 할지라도 온 세상을 뒤
덮은 거대한 눈을 쉽게 치울 수도 없고 조심스럽게 대하지 않으면 다칠 수도 있을 정도로 눈 속에 감추어진 자연의
힘은 너무나도 크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어떤 한 사람이 그 거대한 눈들을 자신의 힘으로 다 치우고자 한다면 그
어떤 누구라고 할지라도 어리석은 사람이라며 손가락질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치우고 그 나머지의 거대한 눈들은 거대한 자연 안에서 따스한 햇볕이 녹이게끔 끝까지 견디며 기다릴
것입니다. 그러면 언젠가는 기다림 끝에 봄날의 따뜻함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것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결코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의 모습
은 오늘의 복음말씀을 더욱더 명확하고 쉽게 알아듣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박해를 겪게 될 때에
자신의 힘과 능력을 믿고서 어떻게 말할까 생각하거나 걱정하지 말고 아버지의 영께서 일러주실 것이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성령을 받게 되지만 성령께 의탁하고 내어맡기고자 하는 의지가 없
다면 하느님이라고 하실지라도 우리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일러주실 수가 없습니다. 생각만 해도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은 거대한 박해와 시련을 생각만 해도 거대한 힘을 지니신 하느님께 내어 맡길 때 하느님 아버지의 영께
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일러주시며 우리의 모든 것을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끝까지 견디는 이들에게는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날을 맞이하는 것처럼 구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입니다. 1독서에서 스테파노 성인은 마지막으로 숨을 거둘 때에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내어 맡겼습니다. 살아생전에도 하느님께 의탁하며 맡기는
삶을 살았기에 성령이 충만한 삶을 살았고 그의 말에서 드러나는 지혜와 성령에 대항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
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삶을 한번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어려움에 부딧히거나 우리 힘
으로 도저히 감당 할 수 없을 만큼의 시련과 고통을 겪기도 하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
입니다. 그럴때마다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하느님과 기도를 잊어버리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해결할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도 큰 어려움을 너무나도 크신 하느님께 내어맡겨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 삶의 그 어떠한 어
려움도 우리의 믿음에 대항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송이의 작은눈은 아기 예수님과 너무나도 많이 닮아 있는듯합니다. 한송이의 눈이 손위에 떨어지면 녹아
버리는 연약함을 지니고 있지만 그러한 눈이 쌓이고 쌓이면 온 세상을 덮어 버릴만한 큰 힘이 있고 설경의 아름다
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성모님의 두 팔에 안겨 계시는 예수님은 그 어떤 것에도 저항 할 수 없는 연약함을 지
니고 계시지만 그 연약함 속에는 온 세상을 덮어버릴 만한 구원의 힘과 하느님 사랑의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입니
다. 마지막으로 그러한 지혜로운 삶과 오늘의 말씀을 더 잘 알아듣게끔 되새기게 해주는 겨울에 내리는 눈을 기억
하면서 프란치스코 성인의 태양의 찬가의 기도형식을 빌어서 묵상해보고자 합니다. “나의 주님, 겨울에 내리는 눈
을 통하여 찬미 받으소서. 겨울에 내리는 눈은 우리들에게 아기 예수의 연약함속의 큰 힘과 아름다움, 그리고 당신
께 내어맡기고 인내의 삶으로 인도해주는 지혜를 가르쳐 주기 때문입니다”. 팔부 축제 기간 동안 기쁜 성탄시기를
보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