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6.01.29 06:14

마치막 편지

조회 수 1152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마지막 편지

폭설이 내린 대지위에 겨울비가 내리는 밤
빗소리에 잠을 깬 나는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가슴속의 언어들을 꺼내어
내영혼의 처소에 불을 밝히신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

일생에 꼭 한번 편지를 쓴다면
손 떨림 없이는 펴보지 못하는 당신의 사랑을 써보고 싶습니다.
황송하고 염치없는 간망에 불사르며 지나온 시간을 회상하며
고통의 즙으로 펜을 적셔
마지막으로 쓰는 편지를 쓰고 죽고 싶습니다.

당신은 측은한 마음으로 철부지 같은 나에게
광야의 바위에서 귀한 광맥을 찾아내는 광부와도 같이
불가능의 바위에서 가능의 샘물을 길어 올리도록
나의 일상과 자연과 피조물 안에서 선하신 당신을 발견하도록
기도를 가르쳐주셨으며 말씀과 성체로 길러주셨습니다.

당신은 사랑 지극한 아버지의 자비가 드러나도록
아버지로부터 받은 힘으로 사람들을 살리셨습니다.
그러나 당신 자신을 위해서는
그 힘을 사용하시지 않고 무력하게 죽으셨습니다.
그로부터 저는 하느님의 가난을 배웠고
겨울 나목처럼 벌거벗고 추위를 타는 나를 위해
벗을 위해 목숨을 바친 십자가의 신비는
신이 없는 땅엔 사랑이 자랄 수 없음을
몇 번이고 일깨워 주셨습니다.

고귀한 금강석에 한줄기 금이 가버린 듯 아깝고 애처로운 상흔은
견딤과 기다림과 힘을 내려놓는 사랑의 흔적이었습니다.

해의 체온이 아직 남아있는 낙조 후의 바다 드넓은 갯벌에 홀로 서서
얼마간 지쳐있는 나를 봅니다.
물안개 속 달덩이처럼 솟아있는 등대같이
길 잃은 이들을 위해 표석으로 서계신 당신을 봅니다.
온갖 피조물 안에 담겨진 당신의 선하심과 아름다우심을 봅니다.
그리고 오직하나 진리로 남아계신 당신을 봅니다.

진실을 변경할 수 없어서 사랑을 그만두지 못하고
그리움의 오솔길을 타고 간 추운 말씨와
비오는 길목의 손 시린 회상을 당신께 드리며
노도에 휩싸인 바다의 저면에도 심히 고요함이 있듯이
체념과 통곡의 몇 고비 격랑에도 아랑곳없이
자꾸 솟구쳐 오르는 질기고 서러운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을 바치며
사랑과 자비의 푯말을
남은 여정의 길목에 이정표로 꽂아두려 합니다.

주님!
눈보라 속에서
정녕 꺼지기 쉬운 모닥불을
영의 손길로 밑불을 일구어 주소서

낙망은 일몰과 같은 것
몇 번이라도 새롭게 갈망의 불을 피워
나의 겨울을 막아주소서

당신이 이 땅에서 들려주신 거룩한 말씀을
내 영혼에 담아 낱낱이 간직하게 하시어
추위를 타는 영혼들에게
또 다른 예수가 되어
당신이 가신 그 길을 걷게 하소서

그리하여  마침내는
푸른 하늘을 나는 한 마리의 새처럼
기쁨과 자유의 날개로
당신께 날아가렵니다.


2016. 1.29 새벽에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96 하늘은 네 안에 있다. 하늘은 네 안에 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 가운데는 갓난아이가 첫웃음을 짓는 날 모두 모여 잔치를 벌인다고 한다. 기쁨으로 빛나는 얼굴과 눈빛 아이... 이마르첼리노M 2020.08.21 559
1395 하늘나라의비유 복음에대한상상(하늘나라의비유) 오늘 작업을 하면서 잘려진 나무에서 새로자라나는 싹을 보았다. 그래서 난 복음말씀에 대한 상상을 한번 해보았다. . . . 어느... 일어나는불꽃 2014.08.01 2233
1394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평선에 피는 꽃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평선에 피는 꽃   “아버지 집에는 있을 곳이 많다.” (요한 !4,2)   나를 찾아 떠난 여행길에서 나는 보지 못하고 나를 찾으시는... 2 이마르첼리노M 2019.09.02 578
1393 하늘 정원에 피는 꽃 하늘 정원에 피는 꽃 (신안 지도공소 고사마을의 다섯 자매의 삶을 보며 ) 1 어느 날 하늘 정원에 꽃들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꽃들을 보려고 거기에 갔습... 이마르첼리노M 2014.06.25 2966
1392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시는 이유는?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시는 이유는?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시는 이유는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분은 나의 업적과 공로에 대한 보상으로 ... 이마르첼리노M 2019.08.08 617
1391 하느님의 현존 안에 사는 기쁨 하느님의 현존 안에 사는 기쁨   “내가 이 말을 한 것은 내 기쁨을 함께 나누어 너희 마음에 기쁨이 넘치게 하려는 것이다.” (요한 15,11)   젊은 시절에... 이마르첼리노M 2022.01.14 412
1390 하느님의 집으로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빛을 주시어 당신의 집으로 향하도록 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욕심에 눈이 어두워져 하느님의 빛을 소홀히 대... 김상욱요셉 2012.10.06 8986
1389 하느님의 정원에서... 하느님의 정원에서...   가난함과 기도에 피는 꽃 작음과 겸손함에 피는 꽃 사랑과 자비에 피는 꽃 정직과 단순함에 피는 꽃 고요함과 평화에 피는 꽃 자... 이마르첼리노M 2021.10.17 425
1388 하느님의 자비주일(4월 19일) 전대사 평화와 선 부활대축일 다음 주일에 오는 하느님 자비 주일에 전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조건은 일반 전대사 받는 조건(고해 영성체 교황님을 위한 기도)에 하느... 권용희 도민고 2009.04.13 7679
1387 하느님의 영을 지닌 사람은 듣고 말한다. 하느님의 영을 지닌 사람은 듣고 말한다.   사람에 대한 존중은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있지 않고 말하는 태도와 상대방의 말을 듣는 데 있다. 자신이 하는 ... 이마르첼리노M 2019.08.03 701
1386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 / 김찬선 신부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 / 김찬선 신부 1 마중물 2008.01.12 6379
1385 하느님의 숨 (성령강림 대축일 묵상-창조와 재창조) 하느님의 숨, (성령강림 대축일 묵상-창조와 재창조)   “하느님께서 진흙으로 사람을 빚어 만드시고 코에 입김을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창... 이마르첼리노M 2022.06.09 607
1384 하느님의 선택 + 평화와 선 그렇게 괴롭히던 더위도 한풀 꺾이고,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와 행복을 주고 있습니다. 모든 님들께 주님과 사부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길 빕니다.... 정마리아 2006.08.20 5123
1383 하느님의 방식 하느님의 방식   진심으로 보고 들으려면 타인의 상황에 몰입하는 마음 없이는 불가능하다.   주는 것의 순수한 기쁨은 받는 사람과 하나가 되는 것이... 이마르첼리노M 2020.03.18 539
1382 하느님의 무상성(빚의 탕감) 하느님의 무상성(빚의 탕감)     &quot;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여라.&quot; (마태 18,22) 일만 달란트나 되는 돈을 빚진 사람이 왕 앞에 끌려왔다... 이마르첼리노M 2023.03.15 327
Board Pagination ‹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103 Next ›
/ 10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