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49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우선 제주 사람들을 폄하하려고 이 글을 올리는 게 아님을...

 

  애초에 피정 목적으로 '평화'에 목적을 두고 걷기피정을 시작하였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격일 테지만,

특히 세월호 희생자들과 강정마을의 평화를 염두에 둔 것.

 

  그렇게 출발을 하여 마침 내려가는 그룹에 끼어 첫 날 도착한 곳이 '팽목항'!

희생된 수많은 아이들의 맑은 영혼들은 천국에 있겠지만,

남아있는 가족들이나 전국민들은 왜 그랬어야 했는지 전혀 영문도 모른 채 아연실색...

사건 1년이 넘어서도 전혀 풀릴 것같지 않은 미궁의 실타래!

하기사 교회의 고위직 성직자들까지도 꿈쩍도 하지않는 정부 방침에 아부하는 건지 편승하고 있으니까...

 

  2일째 광주를 거쳐 제주에 도착한 시각은 저녘 6시 반경이었다.

아침 저녘으로 누릉지를 끓여먹을 요량으로 준비해간 밑바찬과 코펠 버너, 여름 침낭의 무게가

그 정도라는 걸 조금이라도 감안했더라면, 아마도 걷기 시작조차 못했으리라.

어쨌거나 이미 내쳤으니, 앞 뒤로 나누어 짊어진 배낭의 무게가 하루, 이틀...날이 갈수록

가벼워짐을 느끼면서 마지막 7일째 걷는 날이었다.

 

  올레길 제 10코스였던가, '고산 2리'라는 마을의 뻐스에서 내려,

어리짐작 가깝게 여겨지는 바닷가를 향해 땡볕 속을 30여분 정도 걸었을까.

제주도에 그렇듯 김해평야같이 넓어 보이는 평야가 온통 마늘 농사 뿐이라니!

마침 마늘 수확을 위한 남녀 일꾼들 여러 아줌마 아저씨들이 정자에서 시켜놓은 도시락을 들고있었다.

시간을 보니 12시 반...나도 그늘 한구석 없는 마늘 밭을 한참이나 걸어 간 터라 목마르고 허기지고...

암튼 가방을 내려놓고 쉬었다 가려는 심산으로 그들 곁 정자에 끼어들었다.

 

  한 아저씨 왈- "저기 동네 보이죠?  저 동네에 맛있게 음식을 하는 음식점이 있습니다."

"아, 그래요.  조금 후에 그 집으로 가서 사먹으면 되겠군요."

나는 애초부터 점심을 얻어먹을 생각은 꿈도 못꾸고 피곤한 다리를 쉴겸 털퍼덕 주저앉아

간식이라도 먹을 생각으로 가방을 뒤적였다.

손에 잡히는 것이 가방 맨 밑바닥에 있던 곶감 팩 3개였다.  왜 그때까지 그 곶감을 먹을 생각조차

못했는지...먹는 것 앞에 나는 늘 그런 식이었으니까...ㅉㅉㅉ!

 

  그렇게 손에 잡힌 곶감 팩중 2개를 식사하고 있는 그 아줌마 아저씨들에게 드리면서,

"식사하신 후 후식으로들 드셔요.  말랑말랑 서울에서 가져 온 맛난 곶감이거든요."

그러고나니 그들 맘이 180도로 바뀌어 충분히 먹을 게 남았으니 점심을 먹으란다.

시장한 김에 염치고 뭐고, 끼어들어 젓가락을 들고보니, 먹던 밥은커녕 맛있는 새 도시락 밥이다.

짜장도 있고 제법 영양가 있을 듯 싶은 주문 도시락이니...그들은 일이 바빠 황망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천천히 들고 가십시오.  우리들은 먼저 일어나야 하니..." 하면서  순식간에 일터로 사라지는 거였다.

 

  그랬다.  오래 전에 육지에서 건너 가 제주에서 살고 계신 어느 프란치스칸 재속회원의 말이 떠올랐다.

"제주 사람들이여...?  얼마나 육지 사람들에 대하여 배타적인지...걸핏하면 '육지 것들!'이란 표현을

마다하지 않고 함께 어울리기가 매우 쉽지 않답니다."

"육지 것들!"이란 심한 표현에 내재되어 있는 제주 사람들의 많은 상처를 그저 질타의 대상으로만

돌려선 아니되는 그 무엇을 읽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오랜 제주의 역사적 무고한 큰 사건들이나 현실에 있어서도 그들 나름대로의 깊은 상처들을,

"육지 것들!"이란 한 마디에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역시 제주 토배기 가난한 사람들은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땅들을 육지의 부자들에게 헐값으로

내어주고, 그 자리에 호텔이나 럭서리 팬션, 고급 주택들의 주인들은 돈 많은 육지 사람들의 차지가 

되어 있으니, 여전히 가난을 면치 못하는 그들 마음 한자리엔 "육지 것들!"에 대한 원망 내지 한이 서려있는

깊은 배타성을 배제할 수가 없는 것이다.

 

  강정마을에 가서는 그 아픈 제주 사람들의 마음을 더 깊이 읽을 수가 있어,

그들에게 '평화'란 참으로 까마득하고 요원한 현실일 것만 같아 마음이 심히 아팠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 나환우에 관한 잊지못할 추억 T 평화/선 '산청, 성심원'하면 한국 작은형제회와 더불어 제법 긴 역사를 지니고 흘러왔습니다. 저 역시 한 때는 짧게나마 그곳에 지냈던 적이 있어 늘 ... 김맛세오 2012.11.27 3450
14 웃으시는 예수님 T 주님의 평화 내 방, 눈높이 거리엔 '웃으시는 예수님' 사진이 붙여져 있습니다. 그 밑엔 가장 사랑하는 분들의 사진도 몇 장 있구요. 그래서 잠들 때나 일어날 ... 김맛세오 2011.11.26 3514
13 김마리아 할머니의 선(?) 무당 이야기 T 평화와 선. 내 인생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몇 분 중에 안성의 김마리아 할머니가 계시다. 할머니는 안성 형제회 회장직을 오래 맡으셨고 산청 나환우 마을에... 1 2006.01.31 3591
12 보신탕을 안먹는 이유...? T 평화와 선. 삼복더위도 아닌데 무슨 보신탕...운운...이람! 까마득한 예전, 개를 워낙 잘 잡으시는 분과 함께 살았을 때 어느 대축일에 난 길고 긴 장문의 반박... 2 2006.01.25 3657
11 프란치스코를 닮은 단순한 사람...? T 평화와 선 성 프란치스코는 8세기를 지난 오늘에도 참으로 매력이 많은 분입니다. 근자에 회자되는 '생태'나 '자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도 그 제일... 2 김맛세오 2012.11.20 3681
10 세째 외삼촌의 칠순 잔치 T 평화가 강물처럼. 지난 토요일, 분당엘 다녀왔다. 평소 늘 가까이 지내온 외삼촌의 칠순 잔치에 초대받아... 몇 가족만 초대하신다기에 초촐한 자리겠구나 여겼... 2008.12.16 3699
9 내 마음은 물이 가득 차 있는 깡통인가?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 중에서 제일 두드러진 점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생각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생각하느 ㄴ갈대... 김요아킴 2006.01.24 3742
8 게으름의 변명 T 평화를 빌며... 혼인이 많은 주말이면 늘상 수도원 정원으로 와 2-3일씩 묵어가는 행려자가 있습니다. 30대 중반쯤으로 겉보기엔 체격이 아주 건장해 보이는 사... 김맛세오 2012.06.27 3786
7 할아버지의 손자 사랑 T 온 누리에 평화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10여년을 살았던 흑석동보다는 초교 3학년 까지의 어린 시절을 보낸 지금의 '현충원' 자리를 단연 내 고향이라 하겠... 김맛세오 2012.07.03 3825
6 예루살렘의 안베다 신부님 T 평화를 빌며. 예루살렘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안신부님! 매년 부활과 성탄 즈음엔 카드를 보내드렸고 또 신부님께서도 저를 위해 특별히 미사 ... 1 김맛세오 2012.12.15 3896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