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72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가 강물처럼...

 

어젠 모처럼 시간을 내어 팔당에 다녀왔습니다.

1976년도에 영면하신 사랑하는 할머니의 화장 관계로 천주교 공원묘지의 소장을 만나러...

세월이 이만큼 흘러, 화장 모시는 관계로 9월 26일이면 롱아일랜드에서 지내시는 막내 숙부(모) 내외도 오시기로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절차대로 처리하는 비용이 자그만치 2백만원 가까이 든다고 하니,

가난한 집은 화장 모시기도 꽤 어려운 거구나 새삼 우울해지는 겁니다.

 

그래서 상세한 상담을 하러 묘지 소장님을 찾아 간 거지요.

여하튼 세시풍속 절차대로 장례도 아닌 화장을 모시는 일에 서류관계로 여러번 왔다갔다해야 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 제가 돈을 쓰는 건 아니지만 머리가 좀 복잡해지는 겁니다.

 

"할머니..."하면,

제 인생에서 엄마와 함께 가장 좋고 큰 인연으로 다가오는 분.

이제 9월에 화장을 모시면 더 이상 팔당에 올 일은 없겠구나 생각하니,

그동안 1년에 2번 이상은 꼭 찾아뵙던 성묘와 내려다 보이는 아름다운 팔당 호수의 모습도

끝이려니...사랑하는 할머니와의 '좋은 인연' 한자락이 끊어지는 것만 같아 서글퍼지는 겁니다.

 

제가 얼마 후에 저 세상에 간다면,

다시 재회하게 될 할머니나 엄마와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까요?

지난 세월이 층층구만층이니, 어릴 때의 모습일지 아니면 돌아가셨을 때의 모습일지...

세상의 잣대로 상상한다는 것이 때로는 재밋기도 하거든요.

성서에서 비추이는 건, 이승과 저승이 우리네 생각하는 것과 전혀 같지 않다고 말씀하죠.

그렇다면 상상하는 자체가 구체적일 수가 없고 그저 막연하게 웃어넘겨야 할 일이지요.

 

어쨌던, 소장님과 이야기하다가 스쳐가는 인연을 잠깐 떠올려 본 거랍니다.

 

"소장님, 그럼 말씀대로 그 비용이 다 드는 것이려니 그대로 절차를 밟겠습니다."하며

막 인사를 하고 나오려는 찰라에,

소탈하신 소장님이 웃음을 띄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지금까지의 말씀과 표정을 보아하니, 번거롭게 화장터에 따로 예약을 하거나 가실 필요없이 제가 이곳 묘지에서 다 처리해 드릴테니(그것도 상상을 불허할 파격적인 비용으로) 지금까지의 염려일랑 다 내려 놓으십시오.  그냥  29일에 가족들이 오시기만 하면 다 처리해 놓겠습니다." 하시는 거겠죠? 

 

그렇게 소장님과의 첫 만남의 인연은,

참으로 감사해야 할 좋은 인연으로 다가왔던 겁니다. 

 

만남 자체가 작고 큰 인연으로 다가온, 그래서 살아가면서 복된 인연으로 맺어진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요!  먼 행로의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서, 감사의 로사리오 반 졸음 반...

할머니가 오랜 세월 팔당 묘소에 안장되신 인연도

저에겐 더없이 흐뭇하고 늘 감사드려야 할 인연이었으니까요.

 

"할머니, 이승의 끝자락에서조차 저는 늘 할머니의 미소가 떠올라 편안하답니다.    

그 많던 손자 손녀 중에서 저는 단연코 당신의 사랑받는 으뜸 손자이지요. 

하늘나라에서조차 늘 사랑하는 현재진행형 이런 사랑이 어디 또 있겠나요?"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67 일상의 만남들 T 각 가정의 평화를 빌며. 그젠 등촌동의 율리에따 할머니가 따님과 함께, 그리고 어젠 3회원이신 두 자매님이 위령성월의 끝자락에 연도를 하시러 이곳을 다녀 ... 2007.11.29 1961
366 일본에서의 "교환체험기"(1) (이 글은 작은 형제회 "한알" 지에 실린 글입니다. ) 글 재주가 없는 저에게, "무언가를 써야한다는 것" 은 늘 곤욕스러운 일입니다만, 그러한 어려움 안에서도 ... 오스테파노 2006.01.24 3317
365 인조지상정(人鳥之常情)...? T 평화가 함께 인조지상정- 사람이나 새나 보통 느끼는 정. 글쎄, 사람에게만 정(情)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나는 새나 미물에게도...심지... 2009.07.05 1864
364 인왕산(仁旺山) 길 T 평화와 선 치통으로 마지막 씹을 수 있는 이를 뽑아 근 2주 정도 죽 만을 먹고 지내는 힘든 요즘입니다. 꼭 사순시기에 맞추어 이런 일이 생기는 걸 보면 어지... 김맛세오 2012.03.11 2319
363 인왕산(仁旺山) 길 T 평화와 선 치통으로 마지막 씹을 수 있는 이를 뽑아 근 2주 정도 죽 만을 먹고 지내는 힘든 요즘입니다. 꼭 사순시기에 맞추어 이런 일이 생기는 걸 보면 어지... 김맛세오 2012.03.11 2454
362 인왕산 호랑이...? T 평화/ 선   이렇듯 가까운 곳에 마음만 먹으면 기꺼이 산책이나 등산을 할 수 있는 산이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지요. 바로 지기지우(知己之友)와 같은 ... 2 김맛세오 2015.02.16 1703
361 인생... T 평화와 선 유난히도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이 겨울! '살아간다는 의미'가 더욱 절실해지는 까닭에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예민해 지기도 한다. 예년 ... 2011.01.09 2529
360 인생 T 평화가 온누리에... 아침부터 무섭게 쏟아지는 장대비를 보고 있노라니 여기저기 인명 피해가 많으리란 생각에, 염려한들 자연재해 앞에 무슨 소용이 있겠냐마... 2 김맛세오 2011.07.27 2714
359 인도 체험기 인도로 가는 길.... 2005년 2월 5일부터 12월 5일까지 만 10개월을 인도에서 살았다. ‘해외 교환체험’이라는 정식 명칭 있지만, 이 말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지나... 이 프란치스코 2006.03.07 2291
358 이홍재 목사님 T 온누리에 평화 세월의 먼 뒤안길 다시 뵙고픈 몇 분이 늘 내 안에 자리해 있다. 아주 어린 동지기(현 현충원 자리) 꼬맹이 시절, 서글서글하시던 옆 집 아줌마-... 2010.10.09 2548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