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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톨릭 성직자들의 주보인 성 김 대건 안드레아 사제 축일을 지내며

이번에는 저와 김 대건 신부님을 비교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저와 김 대건 신부님을 비교함은

누가 더 훌륭한지 감히 비교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같은 사제인데 김 대건 신부님은 훌륭히 사셨는데

어찌 저는 그리 살지 못하는지 반성하는 뜻입니다.

 

하느님께서 김 대건 신부님에게는 은총을 더 많이 주시고,

저에게는 덜 주시거나 그런 은총을 주지 않으셨기 때문일까요?

하느님께서 김 대건 신부님은 사랑하시고 저는 사랑치 않으셨거나

김 대건 신부님은 더 사랑하시고 저는 덜 사랑하셨기 때문일까요?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의 문제가 아니라면

김 대건 신부님이 살았던 시대와 지금 시대가 다르기 때문일까요?

 

시대가 다르기에 사는 것이나 신앙이 다른 면이 분명 있지요.

저를 변명하거나 합리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박해도 없고 사는 것이 편안할 때 신앙이 해이해지는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은총도 각 사람마다 다른 것은 있지요.

바오로 사도가 얘기하듯 은사의 차원에서는 은총이 분명 다릅니다.

그러나 사랑의 측면에서 하느님의 은총이 다르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똑같이 사랑해주셨습니다.

이것을 믿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것을 믿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지요.

 

그러니 김 대건 신부님을 사랑하신 하느님 사랑이나

저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은 다르지 않고 같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김 대건 신부님은 저보다 하느님을 더 사랑하셨습니다.

 

그러면 어찌 같은 사랑을 받았음에도 그분과 저의 사랑이 다를까요?

 

제 생각에 선택의 문제입니다.

하느님 사랑과 세상의 사랑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있지만

하느님 사랑을 세상의 사랑과 같은 차원에 놓고 선택하는 것이

불경스럽다고 생각한다면 하느님 사랑만 놓고 선택하는 겁니다.

하느님 사랑을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하는 거지요.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다 받고,

앞서 봤듯이 누구나 똑같은 사랑을 받습니다만

그 사랑을 받아들이느냐 거부하느냐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영어의 receiveaccept가 다른 것과 같은 뜻이지요.

 

우리는 종종 사랑은 끌려서 하는 거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나의 세속적인 잇속을 따져서 선택하는 거라면

끌려서 하는 사랑보다 순수하지 않다고 할 수 있고 배척을 해야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선택하는 것입니다.

 

먼저 어떤 사랑이 더 나를 참으로 행복하게 하는지,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인지 따져서 선택해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사랑의 선택은 지혜의 문제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꿀을 바른 사랑에 속아 그 사랑을 선택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허튼 사랑에 속지 않고 참 사랑을 선택합니다.

감각 만족의 사랑과 생명과 행복을 주는 사랑을 구별하는 겁니다.

김 대건 신부님은 이런 영적 지혜를 지니셨고 저는 어리석습니다.

 

두 번째로 사랑의 선택은 각오의 문제입니다.

꿀 같은 사랑은 각오를 할 필요가 없겠지만

쓸개 같은 사랑은 먹을 것인지 말 것이지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사랑을 선택을 할 때는 쓴 맛을 각오해야 하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길을 떠날 것인지 말 것인지.

순례의 길, 십자가의 길을 떠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고,

어떤 일을 겪게 될지 모르지만 그 모든 고난을 다 각오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김 대건 신부님의 그 긴 순례의 여정,

십자가 길의 여정에 주목을 하였습니다.

 

몇 년 전, 제가 맡고 있던 선교 후원회원들과 함께 선교지 방문을 겸하여

김 대건 신부님의 발자취를 일부 더듬은 적이 있습니다.

중국의 소팔가자에서 출발하여 훈춘까지의 발자취를 더듬고

국경을 넘어 러시아 연해주까지 가는 여정이었는데

물론 걸어서가 아니라 차를 타고 가는 여정이었습니다.

 

이때 보통의 성지순례를 생각하고 오신 분들은 엄청 고생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다녀오신 분들이 그때의 고생을 두고두고 얘기를 하곤 하였는데

이런 고생을 통하여 김 대건 신부님이 그 옛날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우리는 조금이나마 알게 되고 간접 체험을 할 수 있었고

그래서 우리의 성지순례의 목적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김 대건 신부님이 어린 15살의 나이에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곳을 향해

길을 떠나시고 7개월여를 걸어서 마카오까지 가셨고,

민란이 일어나 필리핀까지 뱃길여행을 하셨으며,

고국으로 들어오시기 위하여 소팔가자에서 의주까지 한 번,

소팔가자에서 경원까지 한 번 그 추운 겨울에 왕복을 하셨으며

마침내 18451월 압록강을 넘어 입국하시어

몸을 추스른 다음 목선으로 중국에 가 사제서품을 받은 뒤

다시 배로 돌아와 겨우 몇 개월 사목을 하시던 중,

선교사 영입을 위해 배타고 나가시다가 붙잡혀 돌아가셨습니다.

 

길을 떠나 걷는 것과 관련하여 저는 두 가지 체험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매일같이 십리 길 걸어서 새벽미사를 다닌 경험과

수도원 들어와서 순례자와 나그네 체험을 위해 길을 걸은 경험들입니다.

 

신발이나 양말도 지금처럼 변변히 없던 그 가난한 시절,

문고리를 잡으면 손이 쩍쩍 들러붙던 추운 겨울에

매일 집을 나서는 것이 하느님 선택이었습니다.

여름 장마철에는 우산이 없어서 물에 빠진 생쥐 모양으로

미사에 참석을 할 때 그때도 갈 때마다 하느님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저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 불타올랐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살기가 편한 요즘,

모든 것이 갖춰져 있어서 어렸을 때와 비교하면 어려움이 없는 요즘,

그런데 요즘이 이 순례와 나그네 길을 떠나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일단 나서면 어떤 식으로든 길을 가는데 나서기가 어렵습니다.

아니, 나서기 전에 떠나기로 마음을 먹기가 어렵습니다.

 

배교를 선택할 사람이 요즘은 없겠지만

하느님을 선택하는 것이 전에 보다 더 어려운 요즘입니다.

환경이 어려워서 선택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환경이 너무 편해서 선택이 어려운 요즘이

그래서 어쩌면 더 하느님을 사랑하기 어려운 시대인 것 같습니다.

 

김 대건 신부님을 통해서 한 번 더 자극을 받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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