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의 아다지오
젖은 어둠이 숨죽여 내려앉는 밤
세상은 부드러운 안개 너울을 쓰고
천천히 가장 낮은 음역으로 가라앉는다
희미한 등불 아래 서성이던 시간
말하지 않아도 가 닿는 마주친 눈빛
오랜 침묵 끝에 그리움이 맞잡은 두 손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스한 온기로 번져가고
흔들리는 가녀린 어깨 위로
보이지 않는 영의 바람결이 스쳐 지나갈 때
가슴 깊은 곳, 오래 묵은 슬픔은
차마 소리 내지 못하는 쉼표가 된다
홀로 견뎌온 고단한 길 위에서
잡은 손을 타고 흐르는 연민과 위로
모든 경계가 흐려진 이 밤
아무것도 움켜쥐지 않아도 좋은
고독은 비로소 깊은 기도가 된다
자욱한 안개는
세상의 소음을 지우며 찾아와
우리 영혼의 빈자리를 가만히 채워주는
지극히 고요하고 다정한 은총이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