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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의 신비에서 사랑의 신비로 변화되는 순례의 여정

 

'루돌프 오토'의 종교적 경험에서 거룩함의 핵심은 두려움의 신비와 매혹의 신비를 통합하는 것입니다. 특히 복음의 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 두 차원이 어떻게 하나로 통합되는지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토가 거룩함의 의미에서 발견한 것은 종교적 경험의 구조였습니다. 그는 인간이 '거룩한 것,을 만날 때 먼저 그것을 이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 전체가 반응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거룩함은 단순히 윤리적으로 선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압도하는 전혀 다른 차원의 실재입니다

.

첫째, 두려움의 신비는 압도적인 하느님 앞에 자아가 무너지는 경험입니다.

성경에서도 하느님을 만난 사람들의 첫 반응은 거의 예외 없이 두려움입니다. 모세는 떨기나무 앞에서 신을 벗습니다. 이사야는 성전에서 "큰일 났구나.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이다."라고 외칩니다. 베드로는 고기잡이의 기적을 체험한 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인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이 두려움은 처벌에 대한 공포가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중심이라고 믿었던 세계가 무너지는 충격'입니다. 나보다 훨씬 크고 선하며 진실한 존재 앞에서 인간은 자신의 왜곡과 한계를 보게 됩니다. 프란치스칸적으로 말하면 이것은 '내 왕국이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내가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가 말하는 겸손 역시 자기 비하가 아니라 진실 앞에 서는 용기입니다.

 

둘째, 매혹의 신비는 사랑이 두려움을 넘어서는 경험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거룩하신 분은 언제나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에게도, 목자들에게도, 제자들에게도,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도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이 이것입니다. 왜일까요? 거룩함의 목적은 인간을 멀리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끌어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육화는 무한히 거룩하신 하느님께서 아기의 모습으로 오시고, 죄인의 친구가 되시며, 발을 씻기시고, 십자가에서 자신을 내어주십니다. 초월은 사랑 안에서 내재가 됩니다.

 

복음은 두려움에서 황홀로 향하는 이야기입니다. 구약에서는 거룩한 산에 함부로 오를 수 없습니다. 법궤를 함부로 만질 수도 없습니다. 지성소에는 대사제만 들어갑니다. 그러나 예수님 안에서는 성전 휘장이 찢어집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오십니다. 성체 안에 자신을 감추십니다. 십자가 위에서 팔을 벌리십니다. , 거룩함은 더 이상 접근 금지 구역이 아니라 사랑의 품이 됩니다.

 

프란치스칸 영성은 두 번째를 더욱 강조합니다. 성 프란치스코가 하느님을 체험한 방식은 흥미롭습니다. 그는 하느님의 위대함 때문에 자신을 낮추었지만, 그보다 더 크게 감동한 것은 그토록 높으신 분이 이토록 낮아지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성탄의 구유를 사랑했고, 십자가를 사랑했고, 성체를 사랑했습니다. 그가 눈물을 흘린 이유는 하느님의 권능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의 겸손 때문이었습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우리 가운데 가장 작은 분이 되셨다." 여기에서 프란치스칸의 내적 가난이 시작됩니다. 나도 그 사랑을 믿고 내려가는 것입니다.

 

삼위일체는 두려운 하느님에서 황홀한 하느님으로 가는 완전한 일치입니다. 삼위일체는 무한한 초월성을 지닌 하느님이면서 동시에 끝없는 관계적 사랑입니다.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은 서로를 완전히 내어주시는 사랑의 순환 안에 계십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거룩함은 단순한 권능이 아니라 관계의 거룩함입니다. 이 거룩함 앞에서는 두려움이 생깁니다. 왜냐하면 그 사랑은 우리의 이기심을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매혹됩니다. 왜냐하면 그 사랑은 우리를 심판하기 전에 먼저 받아들이고, 변화시키기 전에 먼저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관계 안에서 경험하는 거룩한 황홀경은 특별한 신비 체험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깊은 관계 속에서 자주 찾아옵니다. 누군가가 끝까지 나를 용서해 줄 때, 나는 부끄러움과 감사를 동시에 느낍니다. 내 잘못을 있는 그대로 알면서도 사랑해 주는 사람 앞에서는 숨고 싶어집니다. 그러면서도 그 품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성체 앞에서도 그렇습니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이 고백은 압도적인 하느님을 떠 올립니다. 그러나 우리는 곧 성체를 받아 모십니다. 이것이 두려움 안에서도 황홀한 하느님을 만납니다. 거룩함은 나를 밀어내지 않고 내 안으로 들어오십니다.

 

결국 복음은 '두려운 하느님''친밀한 하느님'으로 바꾸는 이야기가 아니라, 두려울 만큼 거룩하신 분이 바로 나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시는 사랑의 아버지이심을 드러내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성숙한 신앙은 두려움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사랑 안에서 두려움이 변화되는 과정입니다. 처음에는 거룩함 앞에서 내가 작아짐을 배우고, 마침내 그 거룩하신 분이 나보다 먼저 나를 사랑하셨음을 깨달으며, 그 사랑 안에서 자신도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사람이 됩니다. 그때 거룩함은 더 이상 성전 안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의 일상적인 관계 속에서 용서와 기다림, 겸손과 섬김으로 살아 움직이는 하느님 나라의 현실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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